
중국 정부가 노후 석유화학 설비에 대해 구조조정에 들어간 후 국내에서도 화학업계의 전면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글로벌 화학 시장에 변화가 예고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는 여수산단 생산시설 24% 감축을 권고, 한화-DL 합작사 여천NCC의 자금 경색과 맞물려 여수를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생태환경부(MEE)·공업정보화부(MIIT) 등 중앙 정부기관 5곳은 최근 각 지방정부에 노후 석유화학 설비에 대한 정보 수집·평가계획을 공식 고시했다.
대상은 20년 이상 운영된 생산 설비이며 지방정부는 오는 30일까지 △안전성 △오염물질 배출량 △에너지 효율성 등 주요 지표를 평가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지난해까지 중국 정부는 30년 이상 가동된 석유화학 설비와 저장탱크를 2029년 말까지 전면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은 기준을 20년 이상으로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구조조정 대상이 2배 이상 늘어난다.
30년 이상 설비의 비중은 △에틸렌 5% △프로필렌 7% △폴리에틸렌(PE) 3% △폴리프로필렌(PP) 2% △폴리염화비닐(PVC) 6%로 낮지만, 기준을 20년 이상으로 낮출 경우 해당 비중은 각각 △에틸렌 13% △프로필렌 15% △PE 16% △PP 12% △PVC 17%로 늘어난다. 사실상 2005년 이전에 준공된 대형 석유화학 설비 상당수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단, 실제 폐쇄까지는 약 5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며, 2027년까지 신규 설비가 투입될 수 있는 만큼, 단기적인 공급 감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BCG가 전남 여수산단 생산시설의 24% 감축을 권고한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여수산단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 집적지로, 이번 권고는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예고한다.
특히 여천NCC는 공동 대주주인 DL그룹과 한화그룹 간 지원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지역 경제에 불확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여천NCC는 이달 말까지 3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DL그룹은 경영 구조 개선을 조건으로 자금 지원에 신중한 반면, 한화솔루션은 긴급 자금 투입을 요청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노후 설비 구조조정과 국내 여수산단 감축 권고가 맞물리면서 산업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다만 2027년까지 예정된 중국 내 설비 증설 계획과 구조조정 유예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 해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전문가들은 여천석유화학단지의 위기는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만큼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 체질을 개선하고, 고부가가치 신사업으로 재편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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