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디스플레이, 중국 제재 반사 이익 ...바이오, 미 생물보안법 수혜

美 무역 관세 비껴가는 종목에 투자자 관심 집중
삼성디스플레이, 中 BEO에 승소...美 시장 경쟁력 갖출 것
원료 의약품, 美 관세 영향 미미 & 금리 인하 수혜 볼 듯
조시현 2025-08-14 17:17:37
행정명령서에 싸인한 후 들어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홈페이지

미국 무역 관세 정책이 발효된 가운데 관세를 비껴가는 종목들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날(13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 BOE에 대해 약 15년 동안 미국 시장에 OLED 패널 수입을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ITC에 제기한 중국 BOE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한 셈이다.

이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한국 OLED가 더욱 탄탄한 제품 경쟁력을 갖게 됐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오·제약에 대해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오는 25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원료의약품 부문은 관세 협상에서 제외돼 관세 면제나 낮은 관세율 적용이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9월에 있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가 ‘빅컷’으로 단행될 경우 바이오 업계가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K-디스플레이 2025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연합뉴스

■ 삼성디스플레이, 中 BOE에 승소...국내 기업, 미국서 경쟁력 확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3년 10월 31일 ITC에 BOE를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ITC는 지난달 11일 예비판결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보안 조치가 탁월한 수준이었음에도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영업비밀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해 사용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에 실질적 피해와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ITC는 BOE의 OLED 패널이 14년 8개월 동안 미국에 수입될 수 없다는 ‘제한적 수입금지 명령’(LEO)을 내렸다.

아울러 ITC는 중국의 BOE 본사, 미국 현지 법인 등 미국 내 마케팅·판매·광고·재고 판매 등을 모두 금지했다. BOE가 미국에서 전반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 셈이다.

이같은 조치에 증권가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최종 판결이 11월로 예정돼 있지만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이번 조치로 사실상 중국 BOE가 미국 시장에서 퇴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섣부르지만, 15년간 미국 시장 진출이 막혔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는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미국 OLED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에게도 입장을 물었지만 “현재로써는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힐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LG디스플레이와 OLED 재료 공급사인 덕산네오룩스 등이 기술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LTPO OLED 출하 비중이 높은 업체들로,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고객사 확대와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이번 사태는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며 미국이 자국 기업 보호와 기술 탈취 차단을 명분으로 적극 개입한 가운데,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단기 수혜를 넘어서 장기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동아제약 ST PHARM CI. 홈페이지

■ 바이오관련주, 미 생물보안법 재추진 & 관세 비껴갈 듯

7월 31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민주당 게리 피터스 상원의원은 생물보안법안 내용을 담은 2026년 국방수권법 개정안을 상원에 제출했다.

국방수권법의 8장 E절 제881조에 ‘특정 바이오기술 제공자와의 계약 금지’라는 생물보안법과 유사한 규정이 신설됐다. 국방수권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국방 세출법안으로 알려져 미국 상원에서 관련 법안이 심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생명공학 기업 및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과 계약을 맺거나,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미국은 중국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과 BGI, MGI, 컴플리트지노믹스 등 중국 주요 바이오 기업들을 ‘우려 기업’으로 지정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과 지난해 생물보안법과의 차이는 우려 바이오 기업 지정 절차상의 투명성 부재를 해소한 것이다.

중국 기업이 타깃인 이유는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데이터 수집 요구와 중국 인민군과 중국 기업 간 협업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행위를 '간첩행위(espionage)'로 간주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의 이전 바이든 정권에서 발의됐으나, 지난해 12월 상원에서 표결이 불발됐다. 당시 생물보안법은 규제대상이 되는 5개 기업이 어떻게 지정됐는지와 이에 대한 해제 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닥쳤다.

그러나 이번엔 우려 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해당 기업에 지정됐음을 알리고, 국가안보 및 법 집행 이익과 일치하는 범위 내에서 지정이 된 이유(정보)를 제공해 이르면 9월 상원에서 심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무역 관세가 발효된 가운데, 원료의약품(API)의 경우는 관세를 비껴가거나 관세율이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원료의약품의 경우 미국 관세 영향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관세 정책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라 단정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섣부르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관세가 적용되더라도 타 품목에 비해서는 적용되는 관세율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원료의약품의 경우 미국 시장 내 경쟁력에서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다음달인 9월에 미 연준(Fed)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 바이오업계는 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최대 수혜주로 동아제약과 에스티팜을 꼽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원료의약품 제조 계열사 에스티팜은 최근 미국 바이오 기업과 769만달러(약 107억원) 규모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의약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올해 3월 2750만달러, 6월 1328만달러에 이어 혈액암 올리고 신약에 사용되는 올리고 원료의약품 3차 공급 건이다. 에스티팜의 올 상반기 누적 수주 금액은 4000억원을 넘겼는데, 이 중 올리고 원료의약품 수주 잔액이 3300억원 수준으로 80%를 웃돈다.

2010년 동아제약에 인수·합병(M&A)된 이후 10년 가까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에스티팜은 최근 몇 년 새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했다. 2020년 12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23년 285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 2분기 매출은 682억원으로 전년 대비 52.8% 뛰었다. 다만 지난해 매출은 소폭 감소했는데, 이는 사업 구조를 올리고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제네릭 원료의약품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 원료의약품에 대한 관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세 정책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 단정적으로 언급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며 “현재 에스티팜은 미국 관세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관세 정책이 확정되는 것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스티팜은 올리고핵산치료제, mRNA, 스몰모레큘 등 분야의 원료의약품 CDMO(세포 위탁생산)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규 수주를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다음달 미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커 글로벌 금리인하 기대감과 정부의 미래산업 투자 계획 발표가 맞물리며 바이오제약업계에대한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생물보안법 제정 움직임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자금 조달 환경 개선과 글로벌 시장 내 입지 확대라는 이중 호재로 작용해 하반기 바이오 산업에 투자 심리 회복과 성장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강남의 풍속도 

강남의 풍속도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그 사람은 모를꺼야 모르실 거야,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눈물에 젖어, 하염없이 걷고 있네 밤비 내리는
의료 개혁과 지대추구

의료 개혁과 지대추구

“왜 의대 정원 문제는 매번 이렇게 시끄러울까?”경제학자라면 아마 이렇게 답할 것이다. “그건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때문이야.”최
비 갠 날의 오후, 서울

비 갠 날의 오후, 서울

며칠 사이 서울에도 큰비가 내렸다. 옛 같으면 큰비가 내리면 중랑천이 범람해 성수동과 상계동이 물에 잠기고, 곳곳이 물속에 첨벙이는 모습이 보일

DATA STORY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