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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라늄 '탈피', 원전 르네상스 시대...K-원전, 초격차 경쟁력은?

미국·영국, 원자력 확대 협정…러시아 원료 차단
국내 원전 업계, 불공정 합의 논란·지원 정책 미비
전력 수요 증가에 원전 산업 지속 확대 가능성
하재인 기자 2025-09-16 18:15:17
▲오클로가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건설할 예정인 첨단 핵연료 센터 조감도. 오클로

전 세계 원전 산업이 러시아산 우라늄을 배척하며 확대하는 모양새다. 국내 원전 업계는 관련 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장 변화 대응이라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현지시간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한 기간 동안 원자력 사업을 확대하는 협정 체결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승인 소요 기간을 기존 3~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센트리카와 미국 엑스에너지는 잉글랜드 하틀리풀에 최대 12개의 첨단 모듈형 원자로를 건설한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영국의 원자력 관련 협정 체결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났다. 뉴욕증시에서 미국 원자력 스타트업인 오클로의 주가는 15.6% 급등했다. 자체 소형모듈원자로 기술을 개발 중인 뉴스케일파워의 주가도 7.57% 늘었다.

미국도 원전 확대에 나서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5월에 미국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배로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현재 100기가와트인 미국의 원전 발전 용량은 400기가와트까지 늘어나게 된다.

현재 원전은 전 세계에 걸처 확대되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는 40개 이상의 국가가 원자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전 세계에 건설 중인 신규 원전은 70기가와트 규모로 2025년 원자력 발전용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의 총책임자 알렉세이 리하초프가 연방 협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사톰

◆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제한으로 시장 환경 변화

전 세계 원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에 필수 원료인 우라늄 공급 시장에 대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차단하는 환경이 포착됐다.

미국 상원에서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과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의원이 러시아산 원유와 우라늄 등을 구매하는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500% 관세를 부과하는 제재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영국 정부도 이번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과 관련해 2028년 말까지 러시아산 핵물질에 대한 의존도를 모두 없애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원전 업계는 그동안 러시아산 우라늄에 대한 의존도가 적지 않았던 만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러시아는 전 세계 우라늄 농축 능력의 약 4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액은 6억5,000만달러로 중국에 이은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러시아산 우라늄은 경제적인 요인으로 한국만이 아닌 미국 원전 사업자들도 점유율이 컸다”며 “지금은 예전같이 경제성만 따질 수 없는 상황으로 지정학적 요인도 고려해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가압수형 원자료. 웨스팅하우스

◆ 국내 원전, 해외 원전 불공정 합의·정책 지원 부재

국내 원전 업계는 우라늄 수입 시장 다변화에 더해 대내외적 불확실성도 해결 과제다. 해외 원전 수주 과정에서는 불공정 합의 논란이 발생했고 국내에서는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지원 의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은 올해 1월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차세대 원전을 독자 수출할 경우 1기당 6억5,000만달러의 물품과 용역을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조달하고 1억7,500만달러의 기술 사용료를 납부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후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는 원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신속하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라고 언급했다.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데는 최소 15년이 걸리고 지을 데도 없다고 덧붙였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통령의 전력 수요 충당에 원전보다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적합하다는 언급을 소개하며 특징업종으로 재생에너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9월 16일 기준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추이. 네이버

◆ 전력 수요 증가에 원전 시장 성장 가능성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국내 원전 업계의 성장 여력은 남아있다. 전 세계가 원전 확대 기조에 들어선데다 향후 AI 발전 등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945테라와트시로 2024년 415테라와트시의 2배에 달할 전망이다.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은 다른 에너지에 비해 여전히 효율성이 높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원자력 발전의 생산 단가는 킬로와트시당 66.27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NG 생산 단가는 킬로와트시당 175.47원이다. 신재생에너지는 킬로와트시 당 138.77원이었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세계 원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국내 원전 업체에도 반영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원자력 협정 체결 가능성이 알려진 후인 16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6만3,300원으로 전날 대비 7.65%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전기술 주가는 2.97% 상승한 9만100원을 기록했다. 한국전력은 3만 6,800원으로 보합을 유지했다.

미국의 원전 확대 기조에 발맞춰 국내 업체들이 MOU를 체결하는 등 원전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한국 원전 산업은 주요 경쟁국인 미국, 프랑스와의 경쟁에서 'On-time, On-budget' 전략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다시말해 정해진 예산과 기간 내에 원전을 건설하는 한국의 강점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초격차 경쟁력 확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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