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만 평 곳곳이 ‘재미있는 캠퍼스’…세명대 ‘학생위원회’가 만드는 즐거운 경험
2024-08-22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세명대학교는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생들은 여름방학이면 세명대와 제천시 지원으로 해외배낭연수를 다녀오고 대학·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발굴해 발표한다. 총학생회와는 별도로 학생위원회에 참여해 ‘이상’하고 ‘재미’있는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기도 한다.
권동현 세명대 총장은 “학생들이 재미있는 경험을 통해 작은 성취를 맛보면, 점점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교육에 대한 자신감으로 세명대는 전국 대학 최초로 ‘등록금 책임환불제’를 시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학생들의 열정과 성취를 북돋기 위해 ‘학생경험중심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권동현 총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세명대는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대학에서 공부를 하든 자격증을 따든 동아리 활동을 하든 여행을 하든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그에 따른 성취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명대는 ‘재미있는 경험’을 슬로건으로 정하고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만들어주기 위해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자랑할만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대표적으로 ‘자기설계 해외배낭연수’와 ‘1824 커뮤니티 프로젝트’가 있다. 먼저 자기설계 해외배낭연수는 재학생들이 단기 해외연수를 통해 글로벌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세명대와 제천시와 여행경비를 전액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 여름방학에도 78팀 299명의 학생들이 아시아, 미주, 유럽, 오세아니아 등 세계 곳곳으로 떠나 그곳의 공공기관과 대학, 관광지를 둘러보며 지역과 대학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발표했다.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재미있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깨달음을 얻고 성장할 수 있어서 정말 인기가 많고 만족도도 높다. ‘1824 커뮤니티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습·봉사·문화예술·취업창업 분야에 관한 커뮤니티에 참여해 오후6시부터 24시까지 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300개 동아리에 3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책임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 보이는데.
“저는 학생들에게 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주체적으로 결정해 실천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자발성’과 ‘책임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덕목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총학생회와 별도로 활동하는 13개의 학생위원회는 학생들이 원하는 정책을 기획하고 직접 예산을 쓰며 실행하는 기구다. 이중에서 ‘이상한 위원회’는 학생식당이 그저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닌 재미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영상 콘텐츠를 즐기며 밥 먹는 공간과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는 공유식당을 만들었다. ‘밀어주는 위원회’는 학업 외에 다양한 꿈을 향해 노력하는 전국 고등학생들을 지원해주기 위해 매년 고교생 15~20명에게 2천만 원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학금은 권 총장이 전액 사비로 마련해 지원했다고 학교 관계자가 귀뜀해주었다.
‘약속하는 위원회’는 학생들이 하루 1만 보 걷기, 독후감 쓰기 등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약속’을 정하고 이를 지켜냈을 때 소정의 보상을 제공하는 ‘약속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매우 큰 보람을 느낀다.”
-교육 불만족으로 자퇴하는 학생의 등록금을 돌려주겠다는 파격적인 약속을 내걸어 대학사회에서 주목받았다. 등록금 환불제를 도입한 이유는.
“지난해부터 시행해온 등록금 책임환불제는 세명대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교육에 만족하지 못해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요청을 했을 때 해당 학기에 해당하는 등록금을 전액을 환불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시행한 것은 그만큼 우리 대학 교육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제천이라는 중소도시에 있는 대학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학생과 학부모님의 고민이 있으시겠지만, 일단 오셔서 우리 대학의 교육과정과 프로그램들을 경험해보면 정말 만족할 만한 대학생활을 하실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물론 타 대학으로 편입을 하거나 재수를 원하는 학생들이 이 제도를 이용을 할 수도 있지만, 그 학생들까지도 다음 진로에 진출할 때까지라도 정성스럽게 지도하는 게 교육기관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서인지 우려할 정도의 이탈률이 나오지 않아 지속적으로 시행할 생각이다.”
-총장의 이런 과감한 정책과 장학금은 든든한 재정이 뒷받침해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재단 상황은 어떤지.
“세명대 재단을 지원해주는 모기업 KD운송그룹은 동양 최대의 운수회사다. 우리 대학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적극 후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대학 재정은 아주 튼튼하다. KD운송그룹은 세명대 설립자이자 제 선친이신 권영우 박사께서 1970년대에 창업해 일구셨고, 그 수익을 교육사업에 환원하기 위해 세명대와 자매학교인 대원대, 세명고, 세명컴퓨터고, 안동 성희여고를 설립했다. 우리 대학의 건학이념인 ‘위세광명(爲世光明, 세상을 밝게 비추다)’도 선친께서 직접 작명했다. 설립자는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장학금과 기숙사 시설 제공을 목표로 삼았고 저 또한 그 숭고한 뜻을 계승하고 있다.”
-산·학·연 협력을 통한 학교기업도 성과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대학은 현재 많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산학협력 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여러 학교 기업도 설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방재료가공기업 ‘세명네이처’는 한의과대학의 연구성과를 활용해 세명경진옥, 녹용홍삼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제작·판매하고 있으며 ‘맨정신’이라는 재밌는 이름의 숙취해소제도 개발해 시판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생활체육학과를 중심으로 한 ‘S:MU 스포츠 아카데미’도 다양한 유아발달 스포츠 프로그램과 스마트 실버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학교 기업에서 발생 되는 수익도 재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저널리즘대학원이나 한의·보건바이오대학 등에서도 최고 수준의 교육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들었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인 양성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성취를 이뤄왔다. 2008년 개원 이후 현재까지 주요 신문·방송사를 포함해 모두 360여 명의 언론인을 배출했다. ‘단비뉴스’라는 실습 매체도 운영하는데, 청년의 참신한 시각으로 수준 높은 기사를 내고 해마다 기획기사나 방송영상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는 온라인 석사과정의 ‘저널리즘혁신학과’를 신설해 현직 언론인들에게 첨단 취재 기법과 저널리즘 이론 및 규범을 배우는 재교육을 수행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명대 한의과대학은 전통적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한의대로 인정을 받아 왔는데, 올해 한의사 국가시험에서도 본과 4학년 학생이 전국 수석을 차지했을 정도다. 세명대 한의대는 21년 동안 모두 7회 수석합격자를 배출해 전국에서 한의사 국가고시 수석을 최다 배출한 대학이다. 게다가 작업치료학과는 9년 동안 작업치료사 국가시험에 졸업예정자 100%를 합격시키는 쾌거를 이룰 정도다. 간호학과도 올해 치러진 간호사 국가시험에서 응시생 전원이 합격했다. 취업률은 보건 관련 학과가 모두 80% 이상의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지역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하지만, 지역에서 대한민국 최고가 나올 수 있고 또 지역만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자부심으로 좋은 교육 성과를 내고 있다.”
-지방 대학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각 지역 대학들은 생존을 도모하고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명대도 평생학습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나이가 들어 다시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는 만학도를 위한 성인학습자전형 학과를 올해 신설했다. ‘라이프경영학과’, ‘라이프복지상담학과’, ‘바이오헬스케어융합학과’ 등으로 이들 학과는 온라인과 주말 중심의 유연한 수업방식으로 진행하고, 4년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의 50%를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와 호흡하기 위해 세명대 산학협력단 산하에는 제천시통합중간지원본부, 단양군농촌활성화지원센터, 제천시·단양군 어린이 급식관리지원센터 등의 기관을 두고 제천·단양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 생활에 필요한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대학의 성장과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큰 과제가 개별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방대는 교육과 연구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미비한 문화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부족한 청년 인구를 불러오는 기회의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역대학이 발전해야 그 지역 또한 발전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정부에서 지방대의 의미와 역할을 인식하고,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정책을 추진해주길 희망한다. 국민들에게 크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지방대학이 나와야 한다. 세명대 역시 학생 경험교육을 통해 희망을 만드는 지역대학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입학식 때 학생들과 함께 춤을 추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학생들은 총장이라고 하면 대게 소통하기 어려워하는데, 제가 총장에 취임하고 나서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다. 그중 하나로 춤을 택했다. 평소 다양한 K-컬처를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이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고 역시나 같이 춤 연습을 하다보면 많이 친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학생들이 좋아하는 K-팝 스타 ‘뉴진스’의 춤에 도전한 것이다. 춤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듣고 평소 생각이나 고민도 알 수 있어 매우 유용했다. 이밖에도 평소 학생들과 식사도 자주하고 술자리에서 ‘골든벨’도 울리며 함께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그러면 교수님이나 직원분들이 잘 알지 못하는 학생들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끝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들이 학업과 취업 준비에만 매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신체와 마음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도록 스포츠활동을 많이 했으면 한다. 우리 대학은 필수적으로 골프, 수영, 테니스, 필라테스 등 여러 스포츠 교과목을 가운데 하나를 꼭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 교내에 시설 좋은 골프연습장을 마련하는가하면 제천시와 협력해 교내 스포츠센터도 건립했다. 이와 같은 스포츠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그야말로 지덕체를 겸비한 인재가 될 수 있고, 향후 취업과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큰 자양분이 될 거라 생각한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