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화의 포토에세이] 영덕, 강구항을 가다
2025-08-29

우리나라 인구의 폭발적 증가가 있었던 베이비 세대가 성년이 되고, 주택 부족이 심각해지던 때, 정부의 200만 가구 건설사업과 맞물려 경기 일산과 분당에 대형 위성도시가 건설됐다. 베드타운 논쟁이 일었지만, 신도시는 건설되었고, 많은 인구가 서울에서 분산됐다. 신도시가 만들어지고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신도시 건설 결과 평가를 한 번쯤 해볼 때가 됐다.
신도시 건설 정책 전후의 결과 장단점 비교표를 만들고, 평점을 부여하는 건 어쩌면 정부가 아닌 언론과 시민단체의 몫일 수 있겠다. 정부 정책의 결과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그 결과가 향후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이 몫은 도시계획 전문가들이나 경제학자들의 영역이니. 이들이 품평할 몫으로 남겨두고, 도시 공간의 변화와 아름다움을 살펴보자.

지인의 결혼식 참석으로 주말에 판교로 향했다. 정자역 다음 역에 내리지만, 수인분당선이나 분당선이나 모두 접근이 편리하다. 철도청이 의뢰한 수도권 순환 철도 노선 방안이 1990년도에 이미 서울대 연구소에서 용역보고서로 발간됐으니, 정책을 입안하는 국토교통부 직원들은 꽤나 긴 시간의 노고를 더했으리라. 오늘 복잡해진 수도권 철도를 보면,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서울의 수도권 모습이 다시 새롭다. 이렇게나 아름답고 멋지게 발전했다는 말인가?
서울에서 분당을 지나 세종시가 만들어지면서 서울로부터 세종시까지 경부고속도로 길 좌우가 모두 신도시가 연결된 듯하다. 일산 신도시에 호수공원이 있듯이, 분당에도 호수공원이 있다. 일산에 거대한 킨텍스 전시장과 미디서 센터가 들어섰듯이, 분당에는 IT센터와 연구 사옥들이 있다. 분당 정자지구에서 판교로 이어지는 신도시에는 계획도시의 사각형을 잇는 도로도 도로지만, 판교역을 품에 안은 극도의 현대적이고도 사치스러운 건물들이 눈을 조화롭게 만든다. 정말 지하철 계단 하나, 거리까지 서울 강남 못지않게 깨끗하다.

줄이어 무리 지은 사옥 군락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는 아파트와 극명한 대조가 된다. 판교역을 곁에 둔 카카오 본사 사옥이나, 알파돔시티를 보노라면, 마치 미래 세계의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서울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신도시가 들어서고, 첨단 사옥이 그 모습을 뽐낼 때면, 우리나라의 삶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명백히 느낀다. 정말 잘 사는 나라가 됐다. 판교역 주변에는 아직도 타워크레인이 오르는 모습은 도시가 점점 더 확장되고, 서울의 위성도시로서 베드타운을 완전히 벗어났음을 보게 한다.

서울 외곽지역의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 허름하고 낡은 아파트를 비교하면, 신도시는 천지가 개벽했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수준이 이 정도였던가? 점점 더 건물들은 호화롭고 사치스러운데, 거기에 소외된 사람들은 어디 빈민촌으로 내몰린 느낌일까?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가격들이 사치에 사치를 더하는데 그 끝은 어디일까? 그래도 너무 보기 좋다. 우리 어릴 적, 연탄가스와 매연으로 매캐했던 서울의 거리를 거닐던 그때 비하면, 천지가 개벽한 것 아닌가?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고, 감사하고 기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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