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금융 줄줄이 뚫려… 투자자, 보안株 ‘예의 주시’
2025-09-11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전기차, 로봇 등 차세대 산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의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자회로의 안정적인 작동을 위한 핵심 부품인 MLCC를 둘러싸고 글로벌 전자기기 및 자동차 기업들이 치열한 조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삼화콘덴서·아모텍 등 관련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전기는 대형 고객사들의 안정적 수요를 기반으로 ‘대장주’ 지위를 굳히고 있으며, 삼화콘덴서는 전기차 전용 제품으로, 아모텍은 틈새형 특화 MLCC로 각각 성장 축을 확보했다. 증권가는 이들 3개 종목을 MLCC 대표 수혜주로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장기 포트폴리오 편입을 권고하는 분위기다.
■ 삼성전기, 글로벌 2위의 위상과 외국인 매수세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 주가는 전일보다 7500원(4.16%) 오른 18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업계의 긍정적인 리포트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기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 목표주가를 22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대신증권 역시 기존 20만원에서 22만5000원으로 올렸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MLCC 시장 점유율 25%로 일본 무라타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AI 서버용 고성능 MLCC에선 글로벌 판매량의 38%를 차지하며 무라타와 사실상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서버·전장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기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주가는 지난 4월 저점 대비 5개월 만에 65% 이상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연이어 경신했다. 외국인 지분율도 36%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 장기 자금 유입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증권가는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을 8,200억 원, 내년엔 1조 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목표가도 줄줄이 상향 조정됐다. 업황 회복과 고부가가치 제품 믹스 확대가 맞물리면서 향후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삼화콘덴서, 전기차 전용 DC-Link Capacitor 수혜
삼화콘덴서는 전기차 전용 DC-Link Capacitor 매출 성장이 본격화되며 차별화된 성장 스토리를 쓰고 있다. 이 제품은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차의 전력 변환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BMW, 아우디,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에도 공급업체로 선정되며 매출 가속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올해 2분기 실적은 환율 영향과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부진했으나, 3분기부터는 성수기 효과와 함께 공급 확대가 본격화된다. 증권가는 내년부터 삼화콘덴서의 DC-Link Capacitor 매출이 급증하며 수익성과 성장성이 동시에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다. 목표주가 3만4,500원, 투자의견 ‘매수’가 유지된 배경이다.
■ 아모텍, MLCC·AI 동반 성장
아모텍은 중소형 MLCC 업체 중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한때 품질 이슈로 부진을 겪었으나, 지난해 반등에 성공하며 올해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2025년 MLCC 매출은 399억 원, 2026년에는 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장·네트워크·AI 특화 MLCC로 차별화를 꾀하며, 대형 업체와 달리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주요 고객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며, 최근 국내 전장 시장과 신규 고객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I 관련 매출 역시 올해 70억 원에서 내년 300억 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목표주가를 1만7,000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MLCC ‘슈퍼사이클’ 진입 가능성
업계는 MLCC 시장이 단순한 회복기를 넘어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AI 서버와 전기차, 자율주행, 로봇 등 차세대 산업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고용량·고전압 MLCC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도 뚜렷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미 가동률이 풀가동에 근접해 있는 만큼 내년에 IT용 MLCC 수요가 일부라도 회복된다면 공급 부족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공급 부족의 결말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LCC는 ‘반도체의 쌀’이라 불릴 만큼 모든 전자제품의 기본 부품으로 쓰인다. 전류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에 방출해 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치 댐이 물을 가뒀다가 일정하게 흘려보내듯, MLCC는 스마트폰·가전·자동차·서버 등 전자기기의 전원 공급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가는 MLCC는 수천 개, 전기차에는 수만 개가 필요할 정도로 탑재량이 방대하다. 특히 인공지능(AI) 서버처럼 전력 소모가 큰 장비에는 고용량·고전압 MLCC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면서, 반도체 못지않은 전략 부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확산으로 차량당 MLCC 탑재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전자화 차량일수록 MLCC 탑재량은 늘어난다.
차세대 산업의 성장에 따른 고용량·고전압 MLCC 수요 폭증과 공급 부족 가능성이 맞물려, MLCC 시장이 과거의 회복세를 넘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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