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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술'의 새주자…와인·사케 넘어 세계로 향하는 안동 소주

안동 소주 세계화 논의하는 영가회 포럼 열려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 잇는 문화 가교 역할
中 마오타이 시총 삼성전자보다 높아...안동 소주도 가능
전통주에 대한 각종 규제 타파해야...지자체·국회 약속
조시현 기자 2025-09-10 19:08:54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가회 ‘미래 2050 발전전략과 문화자산의 세계화’ 포럼. 한양경제

한국 전통의 가양주가 프랑스 와인처럼 전 세계인이 즐기는 주류로 거듭나기 위한 포럼이 열렸다.

사단법인 영가회와 안동시, 한국정신문화재단은 공동으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미래 2050 발전전략과 문화자산의 세계화’라는 제목으로 포럼을 갖고 전통 가양주의 세계화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전통주인 가양주를 프랑스 와인처럼 전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통 가양주를 빚는 종가 종손, 종부들 모습. 한양경제

■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다리 ‘안동 소주’
경북의 많고 많은 문화유산 가운데 왜 ‘안동 소주’의 세계화가 필요할까?

김수형 안동종가가양주진흥회 사무총장은 포럼 주제발표에서 이 물음에 대해 답했다. 김 사무총장은 “종가는 단순한 가문의 상징이 아니라, 의례·음식·술을 포함한 종합 문화유산”이라며 “특히 가양주는 집에서 직접 빚는 술로, 제사와 손님 접대, 잔치 등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주류 시장의 흐름은 변하고 있다. 가격과 양이 아니라, 프리미엄·스토리텔링·로컬아이덴티티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며 “안동 전통 가양주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택에서 종부와 종손이 빚은 술, 그 술을 마시며 듣는 수백 년의 이야기, 이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무총장은 “가양주가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가 혁신적으로 풀려야 한다”며 “규제를 완화하고, 법을 개정하며 문화적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 그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택 마루에 앉아 햇살과 달빛을 받으며 마시는 한 잔의 술, 그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세월과 사람, 이야기와 풍경이 응축된 문화유산”이라며 “이 한 잔의 술이 안동을, 그리고 한국을 세계와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류창해 안동종가가양주진흥회 회장(서애 류성룡 종가 종손)은 “관광콘텐츠 측면의 6요소인 놀거리·먹거리·볼거리·살거리·쉴거리·할거리 중에서 안동의 가양주가 활성화된다면 먹거리와 살거리에서 안동 관광에 조그마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봉화의 충재 종가 권용철 종손은 “가양주를 브랜드화하는 것에도 많은 규제가 따르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에서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살펴서 가양주가 와인처럼 세계로 수출될 수 있는 길을 터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경북 지역의 11곳 종가의 종손·종부들은 입을 모아 규제를 풀어 줄 것을 정부와 지자체 및 정치권에 요청했다.
▲전통 가양주를 빚는 종가 종손, 종부들. 한양경제

■ 한 잔의 술이 만드는 미래, ‘안동 소주’ 지역 브랜드화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안동 소주의 브랜드화 필요성 주장이 나왔다.

김세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은 이날 패널토의에서 “안동 소주는 안동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문화자원의 중심축”이라며 “한국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프리미엄 문화상품으로의 도약이 우선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안동 소주는 과거 양반가의 상징적 술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안동이라는 지역 브랜드의 핵심 아이콘으로 부각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했다”고 안동 소주를 평가했다.

이어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자원과의 결합과 프리미엄 지향 브래딩이 선제돼야 한다”며 “특히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맟춤형 마케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영국의 스카치 위스키, 프랑스의 코냑처럼 안동 소주도 ‘지역·사회·품질’의 3박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안동 소주도 다른 나라의 전통주처럼 세계 주류 시장에서 대표적인 한국의 스피리츠로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통주 세계화는 수출 확대를 넘어 문화유산의 현대적 재해석이자 문화 외교의 한 축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토의자로 나선 서병로 건국대 교수는 “안동 소주의 성공적 세계화를 위해서는 전통의 품격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용기, 지역민 모두가 자부심을 갖고 함께하는 공동체적 협력, 그리고 청년·여성·창업자 등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는 열린 생태계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서 교수는 “750년을 이어온 명주가 앞으로의 100년, 200년을 세계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자원과 소주, 오랜 세월이 만들어온 삶의 방식이 ‘K-컬처’의 바탕이 되고,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문화자산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적 과제로 아시아·미주·유럽 등 현지화, 공식 수출 유통 채널을 구축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PEC회의나 G20 정상회의와 같은 국제회의 글로벌 인증 K-전통주로 우뚝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 가양주를 빚는 종가의 종손, 종부들 모습. 한양경제

■ 정부·지자체·국회 “규제 타파 앞장서겠다”
이같은 종가·문화단체·학계의 요구에 정부·지자체와 국회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규제 타파’로 화답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환영사에서 “각 종가에서 가양주를 생산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다”며 “단순히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로 나갈 수 있게 도지사로써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축사에서 “안동의 문화적 자산을 한류 문화 컨텐츠로 만들어서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했던 하회마을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더 필요한 일들을 고민해봐야겠다. 경북의 문화자원을 널리 알리는데 필요한 일들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경북 안동시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도 축사를 통해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안동의 미래를 준비하고, 세계 속 안동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대안을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저 또한 논의된 내용이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희범 한국정신문화재단 이사장은 “중국 마오타이그룹의 시가 총액이 삼성전자보다 많은 400조원이라고 한다”며 “프랑스의 와인이나 영국의 위스키처럼 일본은 사케를 보급하기 위해 범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해외에 주재하는 대사관 행사에는 무조건 자국산 사케가 제공된다. 우리도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안동의 가양주는 품질은 세계 최고이나 인허가 절차도 까다롭고 규제가 심하며 자본도 열세해 대량생산은 물론 마케팅에도 한계가 있다”며 “오늘 이 포럼을 통해 정치권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다. 저희 재단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대섭 영가회 회장은 “오늘 포럼을 계기로 법려을 바로잡고 세계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전통주 관련 각종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 우리의 전통문화가 세계로 진출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서재익 영가회 수석부회장도 “전통주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영가회가 노력하겠다”며 “우리 전통 가양주가 일본 사케보다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은 우리 전통주의 진정한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전을 보냈으며, 구자근 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을 비롯해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등 여야 의원 20여명이 참석해 전통주 세계화를 위한 법령 개선을 약속했다.

앞으로 한국의 전통 가양주가 프랑스 와인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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