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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주필의 시사풀이] 남북한이 함께 도약할 수 있는 기회

한양경제 2025-09-29 14:57:42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의 새로운 자세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먼저 “대한민국 정부는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천명했다.  

이 세 원칙으로 “남북 간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남북 간의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의 남북 관계에 관한 선언은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의 증진으로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이라는 한반도의 새 시대를 향해 나아가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이 대통령의 제안을 북한은 일언지하에 거부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뜻이 있음을 내비침으로써 아예 문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는 있고 그것으로 대단한 것처럼 행세하고 있지만, 사실 핵무기는 막상 전쟁이 난다 해도 함부로 쓸 수도 없는 무기다.  

핵무기를 쓰는 순간 김정은 정권도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의 명분을 얻기 위해 북한을 여러 방식으로 도발했지만 그때마다 북한은 전전긍긍하며 방어적 자세를 취했을 뿐이다. 실전에서 사용가능한 재래식 무기와 실전을 뒷받침할 경제력에서 남북한에는 천양지차가 있어 북한은 남한이 두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류까지 북한에도 유입돼 북한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반동적 사상문화 배격법’을 제정해 적대국의 출판물, 음악, 영화 소비와 유포를 금지하고, 우리 콘텐츠를 배포하거나 판매한 이들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 유포자를 공개처형하기도 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은 아예 헌법을 개정해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명시했다. 북한은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 논의를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북한은 그만큼 남한의 경제력, 군사력, 문화력에 대해 몰리는 방어적인 처지임을 입증한다. 

그러나 만일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대로 북한도 담대한 마음으로 남한과 교류와 협력으로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을 추구하려 한다면, 남북한 모두에게 실로 어마어마한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의 제안은 단순한 수사(修辭)나 과장이 아니다.

오직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이라는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보고 그 기회를 북한과 함께 붙잡으려는 열망에서 나온 것이다. 남북한이 교류와 협력으로 나아가는 순간 남북한은 함께 거대한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맞게 될 현실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한이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함께 할 때에만 그 기회에 부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살펴보자. 

한반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기회는 국제정세의 변화에 기인하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으로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세계 공급망에의 편입으로 세계의 공장이 됐다. 말하자면, 중국의 값싼 공산품들이 세계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물론, 고도화된 산업제품들은 한국, 독일, 일본 등과 같은 산업 선진국의 차지였지만, 고도화하지 않은 제품들은 거의 중국의 차지였다.

그 결과 중국은 엄청난 부를 쌓고 국력을 신장시켰다. 그리고 그 국력을 바탕으로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의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점점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심지어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중국식 사회주의란 이름으로 전체주의적 공산독재를 강화하고 스스로 패권국이 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이런 모습은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본래 서방세계는 중국이 산업 발전으로 부유해지면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았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 당시 중국의 지도자였던 등소평은 그런 암시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다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서방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공산독재를 강화하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까지 하게 된 것이다.

중국과 수교하며 닉슨 대통령이 “내가 혹 프랑켄슈타인을 키우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던 염려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패권에 대한 도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미국은 그러한 중국을 좌시하지 않게 됐다. 미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중국을 노골적으로 적대하고 견제하기 시작한 까닭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의 요체는 중국 제조업의 고도화와 첨단산업의 발전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을 자유진영의 공급망에서 배제하려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유세계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 즉 중국이 담당하던 공산품들을 대신 공급할 수 있는 나라가 필요하다. 그런데 자유세계에는 중국이 공급하던 각종 공산품을 제조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한국은 중국보다 제조업을 더 고도화한데다 중국만큼이나 거의 모든 부문의 공산품의 생산이 가능한 제조업 강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OLED), 철강, 가전, 전자, 2차 전지, 자동차, 조선, 방산, 바이오, 화장품 등으로 일반 생활 제품에서 첨단 제품까지 모든 제품의 생산이 가능하고, 건설과 토목에서도 세계적인 기술과 실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처럼 싼값으로 거의 모든 분야의 공산품을 공급하기는 어렵다. 인건비가 중국보다는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남한의 자본력과 기술력 그리고 북한의 인적 자원과 자연자원이 결합하면, 남북한은 거의 모든 제조업에서 중국보다 더 값 싸고 품질 좋은 제품들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남북한이 교류와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면 남북한은 일거에 중국보다 더 훌륭한 세계 공급망의 주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덤으로 한반도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러시아 가스관을 한반도까지 연결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과 북극항로 개척도 가능해져 남한은 물론 북한도 더 크고 많은 수혜를 받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으로 한반도가 맞게 될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은 바로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금 남북한은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고 함께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런 좋은 기회가 언제든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유세계가 남북한이 교류와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기를 마냥 기다려주지도 않고 기다려줄 수도 없다.

기회는 찾아왔을 때 잡아야 한다. 그것은 남북한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교류와 협력으로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자고 먼저 제안한 것이다. 이제 그 시대를 열 열쇠는 북한이 쥔 셈이다. 한반도의 새 시대를 위해, 무엇보다 북한 자신을 위해, 북한은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효성 한양경제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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