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논술] <17> ‘기본소득제’ 도입 찬반 논쟁
2025-09-01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와 함께 다시 강화된 관세의 파도는 중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까지 직격하고 있다. 우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은 미국의 관세 장벽과 현지 투자 요구라는 이중의 압력 속에 놓여 있다. 관세정책은 ‘일자리 보호’와 ‘공정 무역’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경제학 교과서가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보호무역에서 오는 심각한 문제점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거래를 원하는 사람들은 개방된 넓은 장터에서 자유로운 흥정을 통해 물건을 사고팔며 공정한 경쟁 아래 분업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런데 만약 힘센 관리자가 장터 입구를 막고 “외부 상인들이 이 안에서 물건을 팔려면 아주 비싼 자릿세를 내야 해.”라고 외친다면 어떻게 될까.
장터 안의 상가 주인들은 경쟁자를 물리쳐 준 덕에 값비싼 가격을 유지하며 이윤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땀을 흘려 경쟁한 대가가 아니라, 관리자가 보호막을 쳐준 결과라 볼 수 있다. 이는 현대 경제학의 관점에서 ‘지대(rent)’에 해당한다.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제도적 정책이나 규제 덕분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으로, 시장에서의 혁신이나 효율성 증진과 무관하게 정치적 힘이나 제도적 보호막으로 얻는 특권적 이익이다.
관세정책은 ‘일자리 보호’와 ‘공정 무역’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경제학 교과서가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보호무역으로 인한 심각한 문제점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그랬고, 최근의 전기차·배터리 규제도 같은 맥락이다. 단기적으로 특정 산업과 근로자 집단은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그 비용은 다른 산업과 소비자가 떠안는다.
철강 관세 이후 미국 철강업체는 웃었지만 자동차·기계 산업은 원가 상승으로 경쟁력을 잃었고, 소비자는 더 비싼 차량과 제품을 사야 했다. 보호무역은 언제나 소수에게는 확실한 이익을 주지만, 사회 전체에는 보이지 않는 세금 같은 손실을 남긴다.
기업이 보호막 안에서 안락함을 누리면, 혁신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로비와 규제 유지가 더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진다. 단기적으로는 특정 산업이 보호받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는다. 관세를 통한 지대는 언제나 달콤하나 그것은 혁신의 열매가 아니라, 다른 이의 몫을 빼앗아 얻는 불로소득일 뿐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이 위험한 방향을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과연 다자간의 협상이 아니라 일방에 의한 지속적인 ‘지대’추구는 가능할까? 그리고 그런 행위가 장기적으로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될까?
경제학이 오랫동안 보여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사회가 보상해야 할 것은 혁신과 생산성이지, 제도에 기대어 얻는 불로소득이 아니다. 장터의 문을 걸어 잠그면 안에 있는 상인은 잠시 웃지만, 결국 시장은 활기를 잃고 소비자는 떠난다. 관세라는 달콤한 과실은 결국 썩기 마련이다. 보호무역은 일부 집단에는 달콤하지만, 사회 전체에는 비용을 남긴다. 지대 추구는 순간의 만족과 안정을 주지만, 결국 혁신을 갉아먹게 된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미국의 요구에 맞서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끌려갈 수도 없다. 단기적 투자를 통해 시장을 지키되,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기술 혁신과 다변화를 통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오늘날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로 치닫는 이때, 글로벌 경제가 고민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지대라는 보호막을 좇을 것인가, 아니면 더 넓은 시장과 혁신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의 선택이다.
◆논술과 면접 문제
‘관세정책의 보호무역이 가져오는 일반적 문제점 5가지 설명하시오.’
첫째, 소비자가 손해를 본다. 관세로 물가가 오르면서 더 비싼 값을 주고 물건을 사야하고 선택의 폭도 줄어든다.
둘째,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쓰인다. 경쟁력이 낮은 산업이 보호막 덕에 살아남으면서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가야 할 자원이 막힌다.
셋째, 기업이 혁신 대신 정치적 로비에 집중하게 된다. 정부 보호를 얻는 것이 기술 개발보다 더 유리해지면서 지대 추구가 늘어난다.
넷째, 무역 갈등이 커진다. 상대국도 보복 관세로 대응하면서 교역이 위축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린다.
다섯째,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력이 약해진다. 보호무역은 단기적으로 표를 얻고 일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결국 경제 체질을 둔화시키고 후생을 줄이는 결과를 남긴다.

박병윤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일간신문에 ‘박병윤의 논술과 심층면접 교실’ 70회 연재, 교육연수원에서 중등 논술지도교사 직무연수담당, 교재: 통합논술의 실전과 지도요령, 박병윤, 계명대에서 ‘경제학’, ‘일반사회교육론’, ‘일반사회논리및논술’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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