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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굴기' 나선 중국, "국내 MLCC 기업에 새 성장 동력″

중국, 자체 AI 칩 개발하며 반도체 자립 속도
반도체 업체 타격 가능성 속 MLCC 수혜 전망
MLCC, 반도체 자립에 필수지만 기술장벽 높아
삼성전기 등 MLCC 관련 업체 주가 상승세
하재인 기자 2025-09-03 18:39:38
▲알리바바 로고. 연합뉴스

중국이 반도체 산업 자립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경쟁 요소지만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를 공급하는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앞서 미국 상무 산업안보국은 현지시간 8월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법인의 VEU(검증된 최종사용자) 지위를 철회했다. 별도 허가 절차기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지위를 철회한 만큼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로 풀이되는 조치다.

중국에서는 클라우드 업체인 알리바바가 자체 AI 칩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칩은 기존 대만 TSMC에 제조를 맡기지 않고 중국 내 파운드리 기업에서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AI 반도체 자립 속도 소식은 현지시간 2일 뉴욕 증시의 기술주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는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1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2.87% 하락한 6만7,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도 4.83% 내린 25만6,000원을 기록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국 쪽의 소부장 기업들의 성장도 같이 따라간다는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한국 기업이 밀려나는 추세가 되고 있어 중국의 자체적인 자립화 체계 구축이 기회보다 위험 요소가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기 MLCC 전시물. 삼성전기

◆ 반도체 자립에 MLCC 필수

국내 MLCC 기업들의 경우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낼수록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자립하기 위해서는 MLCC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MLCC는 세라믹 유전체와 금속 전극을 쌓아 만든 초소형 축전기다. 전자회로 내에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해 전압을 안정시키는 특징을 가진다. 불필요한 전기 신호를 제거하기도 한다. 필요로 하는 만큼 전기를 공급하고 회로의 노이즈를 제거해 반도체가 정상 작동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에 반도체 자립에 MLCC가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고가형 제품의 경우 삼성전기와 일본의 무라타제작소가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삼성전기가 확보한 AI 서버용 MLCC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이주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데이터센터를 많이 짓는다면 데이터센터용 MLCC는 무라타와 삼성전기가 과점을 하니 그 부분에서 수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하이앤드 MLCC 제품이 필요한 수요가 발생하면 그 부분은 자연스럽게 무라타와 삼성전기의 수혜라고 봐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LCC 내부 모식도. 삼성전기

◆ MLCC 기술 진입 장벽 높아

중국은 삼환그룹과 풍화고과를 선두로 MLCC 자립화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스마트폰이나 PC와 같은 레거시 IT 기기들에 대한 MLCC 수요는 중국 내수 업체들이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전장용 MLCC 등 고부가 제품의 경우 삼성전기를 포함한 기존 메이저 업체들이 장악한 상황이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이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부가 MLCC 수요에 대응 가능한 메이저 업체들의 하반기 가동률은 90%대에 진입했다.

중국이 MLCC 분야의 자립화에 나서면서도 고부가 제품의 경우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력을 좁히지 못하는 건 기술적 요구 사항이 높기 때문이다. 세라믹과 금속 전극을 수백 층으로 적층해야 하기에 재료 기술이 복잡하고 적층 두께를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제어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 신뢰성 평가 및 인증도 필요하다.

이주형 연구원은 “아직까지 업계에서는 고난이도 MLCC의 경우 경쟁력이 괜찮다는 의견을 보인다”며 “MLCC에는 재료에 대한 기술이 필요하고 적층도 해야하고 적층한 재료를 잘 배합하는 것도 중요해서 만들기 어렵다는 기술 진입 장벽이 있다”고 진단했다.

▲9월 3일 기준 삼성전기 일봉 차트. 네이버

◆ MLCC 업체 경쟁력 지속 예정

실제 MLCC 업체들의 주가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1일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전일 대비 1.04%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3일 종가는 전일 대비 2.53% 오른 17만 4,200원을 기록했다.

삼화콘덴서의 1일 주가는 전일 대비 0.1% 오르며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3일 주가는 전일 대비 19.21% 급등한 3만 1,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바텍도 1일 주가가 1.3% 하락한 8,030원을 기록했지만 3일 주가는 5.47% 오른 8,48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민경 연구원은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기에 대해 “IT Set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고부가 제품 믹스 확대를 통해 2026년 증익 가시성을 확보했다”며 “하반기 여타 IT 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움직임은 한국에 새로운 위협이지만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MLCC의 경우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할 수 없는 국내 업체들만의 경쟁력이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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