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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 엔비디아, 핵융합에 힘 싣자 K-기업도 꿈틀

엔비디아·구글 등, 핵융합 발전 스타트업에 투자
엔비디아 발 '핵융합 혁명', 국내 기업에 성장 동력
핵융합 발전, 높은 에너지 효율성 특징
상용화까지 과제 많아…초격차 기술 시장 선도
하재인 기자 2025-09-04 18:13:49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 생산시설 전경.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

엔비디아의 투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핵융합 발전 기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는 핵융합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도 새 성장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엔비디아 벤처투자 부문 엔벤처스는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CFS)에 투자했다. 모건스탠리 산하 카운터포인트글로벌, 스탠리 드러켄밀러 전 듀케인캐피털 회장, 미쓰이물산 및 미쓰비시상사가 포함된 일본 12개 기업 컨소시엄도 CFS의 투자에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구글과 에릭 슈밋 구글 전 CEO 등도 추가 투자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CFS는 8억 6,3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확보한 자금은 퓨전 데모장치 SPARC 프로젝트 완성과 미국 버지니아에 건설 중인 ARC 개발에 투입된다. 현재 CFS는 2030년까지 세계 최초 상용 핵융합 발전소 ARC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구글 등 주요 인공지능(AI) 업체에서 핵융합 발전 투자에 나선건 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945테라와트시(TWH)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30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3%에 해당한다.

김장현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 교수는 “AI로 인해서 생기는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안적인 에너지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는 소형 원자로 등으로 해결하려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핵융합으로 가야만 경제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내부적인 결론에 도달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현장. ITER

◆ 핵융합 발전, 기존 에너지 대비 높은 효율성

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핵융합 발전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 생산 방식으로 평가된다. 기존 에너지 대비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핵융합은 고에너지 플라즈마 상태에서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반응이다. 원자핵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은 에너지로 변환된다. 핵융합 발전은 해당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핵융합 연료 1g은 석유 8톤과 같은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핵융합 연료에 사용되는 중수소는 바닷물을 기반으로 해 고갈 가능성이 기존 에너지 대비 낮다.

기존 에너지 대비 효율성이 높은 만큼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될 경우 AI 관련 업체들의 전력 수요 부족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김장현 교수는 “민간 전기 수요 중 데이터센터가 갖는 비중이 너무 커지다보니 산업용 전기나 일반 민간 전기 요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다”며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도 당장의 에너지 수요 뿐만이 아닌 미래 에너지까지 선점하려고 한 의지표명이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9월 4일 기준 일진파워 주가 차트. 네이버

◆ 상용화까지 해결 과제 많아…기술 시장 성장 가능성

핵융합 발전은 증가하는 전력 수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되지만 상용화까지 해결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기술적으로는 핵융합 반응에 약 1억도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기에 고온 상태의 플라즈마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인위적 핵융합에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투입되는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상용화까지 수십 년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점도 과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발전 원가가 경제성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며 “핵융합 발전은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긍정적인 미래로 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재까지 핵융합 발전은 상용화 보다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이 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조사 기관 스피리컬 인사이트에 따르면 핵융합 기술 시장 규모는 2033년까지 연평균 5.7% 성장해 5,435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실제 핵융합 발전 관련 업체들도 엔비디아 등의 투자 소식과 함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 기자재를 공급한 경험이 있는 일진파워의 4일 주가는 전일 대비 6.92% 오른 11,890원을 기록했다. 초고온·초전도체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전력기기와 플라즈마 제어 장비를 개발해온 비츠로테크도 4일 주가가 전일 대비 3.78% 오른 8,23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 시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하지만 높은 전력 효율성이라는 장점 때문에 투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 핵융합 기술 개발 과정에서 파생되는 신기술 시장이 새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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