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롯데케미칼·여천NCC 설비 통합 검토설…불황 석유화학업계 재편 ‘속도’

석유화학 업계, 연말까지 생산능력 축소 필요
석유화학 업황, 중국 공급 과잉에 3년째 부진
320만톤 NCC 설비 감축시 수익성 반등 가능
향후 정부 지원과 업계 자체 경쟁력 확보 필수
하재인 기자 2025-09-07 20:43:20
▲여천NCC 여수 제2사업장 전경. 여천NCC

석유화학 업계가 불황 극복을 위해 생산 능력 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가운데,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 가능성이 제기되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사가 보유한 연간 에틸렌 생산 능력은 총 352만 톤으로, 실제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법인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제품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공정을 최적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는 산단 내에 위치한 업체들끼리 통합에 대한 협의 진행이 되고 그럴 가능성이 높다”며 “서로 물밑 협상이 있는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빠르게 진행되면 통합이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 석유화학 업황, 2022년부터 지속 부진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2022년 542억 9,000만달러에서 479억8,000만달러로 감소했다. 올해 7월 수출액은 37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1% 줄었다.

석유화학 업황의 부진에는 중국의 공급 과잉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2019년 2,711만톤에서 공급 과잉이 시작된 2022년 5,174만톤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생산능력은 5,700만톤으로 증가했다.

중국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경우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 직면했다. 보스턴건설팅그룹은 현재 불황이 지속될 경우 3년 뒤에는 50%의 화학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2022년부터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에서 설비 증설하는 공급 과잉 영향과 수요 부진이 겹쳐 있는 상황”이라며 “수요 측면의 부진도 있지만 공급과잉이 최근 2, 3년 석유화학 업체들 업황 저하에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2024년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 한국화학산업협회

◆ 업계 선제 대응…설비 축소로 수익성 반등 가능

계속되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정부도 개입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8월 14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관계부처에 석유화학 재편 종합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이후 같은 달 20일에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회의에서는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재편 협약 체결을 언급했다. 연말까지 업체들의 사업재편 계획 제출도 요구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업재편 자율 협약식에 참여해 270~320만톤 규모 NCC 감축 노력 등을 약속했다.

정부가 무임승차 기업의 정부 지원 배제도 경고한만큼 각 석유화학 업체들은 생산 능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지원 전에 설비 축소 등을 진행하므로 초기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일시적으로는 설비 축소에 따른 감액 손실이나 비용 증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공급과잉을 줄여주면서 가동률도 개선되고 다시 수익성이 반등할 수 있는 요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향후 정부 지원·업체 경쟁력 확보 필수

석유화학 업체가 생산 능력 축소 방안을 내놓은 이후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센티브나 지원책이 필수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설비 축소나 인원 감축이 동반돼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 효과를 보면서 업황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금융이나 세제 등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여기에 석유화학 업체들이 생산 능력 축소 후 고부가가치 제품 등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성 악화 영향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 대비 한국의 규모가 크지 않아 국내 설비를 줄여도 단기간 반등도 어렵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에틸렌 생산능력 점유율은 5.7%를 차지했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설비 감축을 통한 생산 능력 축소를 향후 반등을 위한 준비 단계로 활용해야할 필요가 있다.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설비를 줄여서 당장의 이익 전환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손실 규모를 줄이고 남는 여력으로 고부가가치 다운스트림 스페셜티에도 투자를 하면서 반등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놔야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생산 능력 축소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업계 자체적인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 노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필수 선행 단계이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8월 중간은 하지로부터 약 50여일이 지난 시점이다. 따라서 그만큼 해의 고도와 열기도 낮아진다. 아침과
가을의 전령사
한여름이 되면 그 동안의 강렬한 햇볕으로 대지가 충분히 달궈져 그 열기가 더 이상 땅으로 흡수되지 못
‘열대야(熱帶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