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시장에서 유통업종이 소외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양사가 발표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신세계, 실적 부진에도 자사주 10% 소각 기대감
22일 한국거래소에서 신세계 주가는 장중 20만7,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신세계 주가는 올해 들어 상승률이 55%를 넘겼다.
신세계의 2025년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 감소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주가가 오른 것은 자사주가 많은 지주회사로서의 가치가 부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22년까지만 해도 전체 발행주식 대비 0.1%에 불과하던 자사주 비중은 2024년 말 기준 10%를 넘어섰고, 올해 3월 현재 약 9.1%(87만7000여 주)를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미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최소 20만주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따라 기존 자사주의 소각 속도가 빨라지고, 추가적인 매입과 소각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이 경우 주식 수급 개선과 주가 상승 효과가 더욱 빠르게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된다.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당 순이익(EPS)이 개선돼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자사주 소각은 가장 확실한 주주 환원으로 여겨진다.
배당 확대 계획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신세계는 2025년 주당 배당금을 4,000원 이상 책정하겠다고 공언했으며, 2027년까지는 30% 이상 늘려 5,200원 이상 지급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나아가 배당 기준일과 발표 시점을 사전에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서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배당 불확실성을 줄이고 장기 보유 주주에게 안정감을 제공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주가 2배 뛴 현대백화점...첫 분기배당 도입
현대백화점 주가도 9월 22일 장중 9만6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갱신했다. 현대백화점의 연중 주가 상승률은 97%를 넘어섰다. 올해 주가가 2배 가까이로 오른 셈이다. 실적 개선과 주주 환원 기대감이 더해진 결과다.
현대백화점의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1993억원으로 78.5% 증가했다. 특히, 면세점과 지누스의 호실적이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환원 정책에도 적극적이다. 자사주 매입과 더불어 올해 최초로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며 안정적인 주주환원 체계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반기 배당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실적 반등과 배당 확대가 맞물리면서 주주 친화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백화점은 보유 중인 자사주(6.6%)의 절반인 3.3%를 연내 소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역시 정부 정책에 따라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현재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40.64%로 늘었다. 현대백화점이 실적 개선을 근거로 배당을 늘릴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결산 배당부터 현대백화점은 주당 현금 배당액을 1400원으로 전년 대비 100원(7.69%) 올렸다. 주가 대비 배당액을 뜻하는 배당 수익률도 지난해 2.7%로, 2023년 2.5%, 2022년 2.2%, 2021년 1.5%, 2020년 1.4%에 이어 증가 추세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5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현대백화점은 자사주 매입과 중간배당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 가치 제고에 노력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등을 통해 주가 재평가는 향후에도 지속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소비 심리 부진에 유통주 상승률 '부진'
반면 업종 내 경쟁사 주가는 부진한 상황이다.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올해 들어 1.71% 오르는데 그쳤다. GS리테일 주가는 0.06% 하락했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이 44% 이상임을 고려하면 부진한 수익률이다. BGF리테일(16.76%), 롯데쇼핑(37.48%), 이마트(25.28%)도 코스피 상승률을 밑돌았다.
소비 경기 둔화와 구조적인 소비 행태 변화가 겹치면서 실적 개선 속도가 더딘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 미만의 증가율에 머물렀다. 코로나19 기간 폭발했던 보복소비 효과가 사라진 데다 고금리·고물가 부담이 장기화되면서 가계의 지출 여력이 위축됐다. 특히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은 필수재를 제외한 지출을 줄이며 ‘선택적 소비 축소’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의 핵심 축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부문은 이러한 소비심리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패션·가전 등 고가 소비가 줄면서 백화점 매출 성장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대형마트는 온라인 채널 확장에 밀리며 점포당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면세점은 중국인 단체 관광 회복 지연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고 있다.
온라인 채널의 경쟁 심화도 전통 유통주의 부담 요인이다. 네이버, 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물류 인프라를 확장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사이, 기존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은 투자와 비용 부담을 동시에 떠안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 개선은 더디고, 수익성 악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소비 둔화와 소비 행태 변화 그리고 온라인 경쟁 심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외 다수 유통업체들의 실적 부진과 낮은 주가 수익률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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