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겨울론을 잠재우고 메모리 시장의 슈퍼사이클 지속 기대감을 높이는 마이크론의 호실적.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마이크론은 현지시간 23일 2025년 6월부터 8월까지의 4분기 매출이 113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억6,000만달러로 126.6% 증가했다.
4분기 HBM(고대역폭메모리) 매출은 20억달러로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D램 매출은 9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9% 올랐다.
앞으로 출시할 HBM4 성능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마이크론은 초당 2.8테라비트를 초과하는 대역폭과 초당 11기가비트 이상의 핀 속도를 갖춘 HBM4 고객 샘플을 출하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개발을 완료한 HBM4는 초당 10기가비트 이상의 속도를 구현한다.
마이크론의 성장세는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AI 수요를 통한 메모리 시장 호황 예측과 함께 반도체 메모리 시장 슈퍼사이클 전망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반도체 겨울론을 주장하던 모건스탠리는 현지시간 21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4월을 저점으로 강력한 AI 성장세에 힘입은 새로운 기술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사이클 지표도 더는 단기 부진 방향으로 가지 않고 2027년에 정점 패턴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고 예측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반도체는 2010년대말 2019년, 2020년부터 계속 우상향하는 방향으로 슈퍼사이클 속에 있는게 현실”이라며 “작년까지 조금 뒤쳐저있던 부분들이 올해 다시 매출이 크게 올라 단계적인 호황에 접해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 HBM 수요 증가·D램 가격 상승이 호황 견인
반도체 메모리 시장의 호황은 HBM 수요 증가와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견인하고 있다. AI 서비스를 구동하기 위한 고성능 HBM 수요가 증가했고 HBM 수요 증가로 범용 D램 공급이 감소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메모리 가격 상승세에 대해 미국 통신사업자의 AI 수요와 HDD 부족으로 기업용 낸드 플래시 수요가 증가한 것이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D램과 낸드 가격의 추가 상승도 예측했다. DDR4 제품 공급 감소로 수급 격차가 발생한 D램의 경우 내년 4분기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는 기업용 SSD 수요 증가와 HDD 공급 부족으로 4분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 중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와 스토리지 수요가 서버용을 넘어 노트북, 모바일, 가전, 자동차 등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반도체 시장 2026년 말까지 지속 성장 전망
반도체 시장의 성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32년까지 연평균 15.4% 성장해 2,032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메모리 가격의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제품인 DDR4 8Gb와 DDR5 16G의 현물 평균 가격은 22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22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금처럼 공급이 제한된 상황이라면 내년 상반기 또는 연말까지도 수급 밸런스가 악화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양팽 연구원도 “지금 AI 반도체 수요 증가라던지 기존의 D램이나 낸드도 매출이나 단가가 올라가고 있다”며 “적어도 몇 달, 올해 연말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국내 반도체 메모리 업체, 슈퍼사이클 수혜 가능
국내 반도체 메모리 관련 업체들도 슈퍼사이클에 맞춘 수혜를 볼 수 있다. 시장이 확대될 경우 실적 상승 등의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시간 21일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메모리 슈퍼사이클’ 보고서에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투자 의견을 '시장 평균 수준'에서 '매력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최선호주 의견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8만6,000원에서 9만6,000원으로 올렸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시장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23일 전일 대비 1.44% 오른 8만4,7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2.85% 상승한 36만3,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마이크론 실적이 발표된 후인 24일 삼성전자 주가는 0.83% 오른 8만5,400원을 기록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의 경우 장 초반 전일 대비 0.55% 오른 36만3,000원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전일 대비 0.97% 줄은 35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웨이퍼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하는 증착장비를 공급하는 원익 IPS의 24일 주가는 전일 대비 0.33% 오른 4만5,9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에 필요한 초고다층기판(MLB)를 생산하는 이수페타시스도 전일 대비 0.8% 오른 7만5,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양팽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 자체는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호황기에 돈을 모아 그걸 투자로 이어가는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의 호실적을 시작으로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및 주가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단기적인 주가 변동은 있을 수 있으나, 반도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투자 선순환 구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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