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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전투기 수출 영토 확장"…KAI, 美·EU·필리핀 공략 본격화

미 해군 고등훈련기 사업 수주전 앞서나가는 KAI
EU 무기 공동구매 참가 의향서 제출...유럽 법인 설립
필리핀 다목적 전투기 사업 입찰 경쟁...T-50 경험 살려 도전
조시현 기자 2025-09-23 16:58:54
▲KAI FA-50GF(왼쪽 첫번째)가 폴란드 국군의날 기념 행사로 폴란드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 KAI 제공

미국 해군 고등훈련기와 필리핀 공군 다목적 전투기 사업 입찰이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방산업계의 수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사상 최초로 한국 전투기가 미군에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필리핀 공군의 다목적 전투기 사업에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안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KAI는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1500억유로(246조원) 규모의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한다는 공식 의향서를 제출했다.

KAI가 만약 미국·유럽·필리핀의 전투기 사업 수주를 모두 따낸다면 향후 우방국들의 러브콜이 쇄도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 이후 한국 방산업이 다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KAI 본사 전경. KAI 제공

■ 美 해군 고등훈련기 입찰 전쟁...韓 승리할까?

미군 해군 고등훈련기 사업(UJTS)은 총 145~220기의 고등훈련기를 도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10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미군 해군은 내년 심사를 통해 우선협상자를 정하고, 2027년 1월 공급자를 최종 선정한다. 계약을 맺는 업체는 연간 훈련기 25기를 미 해군에 공급하게 된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3개 팀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AI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T-50 파생 모델 TF-50N을 앞세워 입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쟁팀으로는 스웨덴 사브와 손잡고 ‘T-7B’ 기종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보잉사가 있다. 지난 2018년 ‘KAI-록히드마틴’을 누르고 12조원 규모의 미국 공군 훈련기 사업을 따낸 경험이 있는 보잉사는 당초 유력한 후보로 손꼽혔으나, T-7A에 안전 문제 등이 불거지며 납기일이 2023년에서 2026년으로 늦춰진 바 있다. 

여기에 지난 8월 초 시작된 방산 부문 노조 약 3200명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이다.

또 다른 경쟁사는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가 있다. 레오나르도는 그간 해외 수출 실적이 저조하고, 프로젝트 운용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KAI의 수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공군 사업에서 난항을 겪고 있고, 파업 이슈도 겹치면서 동사와 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며 “미국에 전투기를 판다는 것은 리레이팅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수주 경쟁에서 KAI가 따낸다면 향후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서방 선진국들의 차세대 훈련기 도입 사업에서도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AI도 이번 프로젝트의 수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고 있다.

KAI관계자는 “강점을 내세우는 동시에 보완점도 찾는 ‘맞춤형 공략’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미 해군이 보잉에 불만을 품은 사항을 조사해 이와 관련한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면, 미국인 신체에 맞게 내부 좌석과 실내 공간을 변경하는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반의 준비를 통해 수주전에서 이기겠다는 포부를 밝힌 KAI. 미 해군에서 한국 전투기가 비행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부아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국제방위산업전시회 내 KAI 부스를 방문해 차재병 KAI 대표이사 부사장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KAI 제공

■ 유럽·필리핀 시장 공략...KAI 날개로 뒤덮을 수 있을까? 

방산업계는 KAI가 유럽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고객사 및 국가들이 KAI 전략자산에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방산 시장의 경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기점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KAI는 지난 6월 유럽 시장 추가 수주를 위해 폴란드에 유럽 법인을 설립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KAI의 유럽 진출은 상당히 전망이 밝은 편”이라며 “폴란드 유럽 법인 설립 시기에 맞춰 폴란드 공군 사령관 일행이 방한해 경남 사천 KAI 본사를 방문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는 “폴란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것은 상당히 좋은 신호로 여겨진다”며 “유럽 시장 공략을 긍정적으로 봐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참여 의향서까지 채택될 경우 K-방산의 유럽 공략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KAI는 필리핀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필리핀 다목적 전투기 사업에 한국의 KF-21 보라매, 미국의 F-16, 스웨덴의 그리펜과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유로파이터 타이푼까지 4개팀이 경합 중이다.

필리핀의 경우 KAI가 T-50 훈련기를 수주한 경험이 있어 유리할 것으로 보였으나, KF-21 보라매의 공대지 공격 능력 제한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더욱이 필리핀과 스웨덴 정부는 지난 6월 전투기 도입 지원을 위한 핵심 협정을 체결해 그리펜 도입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필리핀 국방부와 한국 국방부 간 교류가 꾸준한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KAI는 그간 실적을 올린 점과 양국간 호혜적 관계를 내세워 수주를 따내겠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KAI는 2011년 T-50 고등훈련기 첫 수출에 성공한 이래 지난달까지 누적 수출 계약액 92억5400만달러를 달성했다. 약 14년 동안 해외에 진출한 KAI 완제기 댓수는 236대이다.

현재까지 KAI 무기를 도입한 국가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폴란드, 튀르키예, 이라크, 페루, 세네갈 등 9개국이다.

올해 상반기 KAI 영업이익은 1320억원으로 전년 동기(1223억원) 대비 7.9% 증가했으며, 지난 6월말 기준 수주잔액은 26조6733억원으로 지난해 말(24조6994억원) 대비 8% 늘었다.

향후 미국·유럽·필리핀 시장 공략에 성공할 경우 실적 모멘텀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KAI가 활짝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날을 기대해본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시각각 변하는 인기 품목에 현혹되기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탈과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KAI는 유럽과 필리핀 등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력과 해외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K-방산의 선두 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KAI의 행보와 앞으로 2년 실적 추이가 투자자들의 핵심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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