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화의 포토에세이] 비 갠 날의 오후, 서울
2025-08-11

서울! 참 아름답다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뭐 그렇게 아름다운지 별로 잘 모르겠다는 분들은 사실 너무 오래 서울에 살면서 아름다움이 일상이 된 서울의 깊은 면면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해서일 수 있다.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의 모습들은 천지가 개벽했다는 말이 맞지 않을까? 서울! 전쟁의 폐허에서 어떻게 이런 아름답고 사치스러운 도시의 모습일까?
강변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참 아름답다. 강변은 언제든 노닐 수 있고, 자전거 도로와 체육시설이 조성되어 있어, 마음대로 걷고 뛰거나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 강변에서 바라보는 야경이야 말할 것도 없고, 여기저기 다리에 조성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강 변은 아름답다게만 느껴진다.
왜 서울을 한강의 기적이라 말했을까? 독립 이후, 곧 일어난 남북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거리가 최근 현대적 모습을 가꾼 때가 기껏 팔십 년이 되지 않았고, 남북 전쟁 후 폐허였던 서울이 겨우 전쟁 발발 38년 만에 88서울올림픽을 개최했으니, 기적이라 할 만하지 않겠는가?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답십리에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옛집들이 대부분이었고, 초등학교 학생들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학교 수업을 부제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출산 문제가 극심했던 때였다. 뚝섬에는 검게 오염된 모래 사이로 홍수 때 떠내려온 폐비닐이 걸린 미루나무가 서 있어, 강변은 감히 내려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답십리, 전농동에서 내려다보는 한강 지류는 시꺼먼 똥물이었으니, 강변은 감상할 수 있는 아예 그런 풍경이 아니었다. 강변 오염이 그만큼 극심했다.
88올림픽 개최로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조성되고, 외국인들의 잦은 방문이 한강의 오염에도 정부의 관심을 쏟게 만들었다. 올림픽이 끝난 후, 90년대 초 대통령 지시를 받아 체육부에서 지방자치단체에 하천 고수부지를 활용해 체육시설을 조성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한강에도 체육시설이 시범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제도 도입 이후, 지금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 어느 도시를 가도 강변에 위락시설이 조성되어 주민들의 편의를 더한다.

말 그대로 큰 강이라는 뜻의 한강을 낀 서울의 모습은 한강의 기적이 맞다. 어떻게 이렇게 급속히 서울이 발전할 수 있었을까? 분단된 남북한이 비교되는 현재를 보면, 남한보다 더 잘살던 북한은 아직 옛 모습인데, 서울은 천지가 개벽했다. 주거시설이 부족하던 때, 급속한 아파트 건설로 획일화된 회색 모양이 아쉬웠지만, 요즘 빌딩들은 외벽을 유리로 장식하고, 건물 디자인도 세련되었다. 그만큼 잘살게 되었다는 말이다.
하루쯤 시간을 내어 한강의 강변을 걷던가, 성북구나 혜화동의 낙산공원을 오르던가, 청계천을 걷던지, 성북구의 성벽 길을 타던지, 서울 근교의 도봉산, 북한산, 관악산을 올라 보라.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어디든 전철을 내려 이삼십 분만 걸으면, 무장애 산책길이 나오고, 산길을 걸을 수 있다. 이런 편안하고 아름다운 나라가 또 어디 있다는 말인가? 하루쯤 시간을 내어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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