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Oracle)이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인공지능(AI)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라클의 호실적은 클라우드 수요, 특히 AI 관련 클라우드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인 전력 기반 시장의 중요성 또한 급부상하고 있다. AI 기술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막대한 양의 전력 소비가 뒤따르면서, 전력 인프라 확보가 미래 AI 시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시간 9일 오라클은 올해 2분기에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부문의 잔여 이행 의무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5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매출은 77%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 발표 이후인 현지시간 10일 오라클 주가는 전날 대비 35.95% 폭등했다. 장중 최대 주가는 전날 대비 43.15% 증가해 33년만에 일간 최대 상승폭을 달성했다. 다음날인 현지시간 11일 주가는 전날 대비 6.23% 내린 307.86달러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오라클의 깜짝 실적 발표와 주가 급등은 최근 거론되던 ‘AI 거품론’을 한 발 물러세게 했다. 현지시간 10일에는 AI 인프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엔비디아의 주가가 3.83% 상승했다. 브로드컴도 9.77% 늘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38% 증가했다.
AI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만큼 전력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AI 모델의 고성능 연산과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 등에는 많은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945테라와트시로 2024년 415테라와트시의 2배가 넘을 전망이다.
김장현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 교수는 “계산에 편입되는 대상 변수인 파라미터가 수십억개가 기본인 그런 시대가 되서 전기가 많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며 “아직은 에너지 집약적인 소모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 AI 전력 수요 증가에 인프라 시장 성장 가능
실제 AI 시장에서의 전력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오라클은 현지시간 10일 오픈 AI와 4.5기가와트 전력 용량을 필요로 하는 컴퓨팅 파워 제공 계약을 맺었다. 앞서 올해 7월 24일에는 블룸에너지와 미국 내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데이터센터 일부에 연료전지 기술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전력 공급에 대비했다.
여기에 AI에 공급되는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설비 등이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력의 경우 실시간 공급이 필요하지만 저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송배전망과 변전소 등을 통해 전기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
전력 인프라 시장에 대한 성장 전망도 밝다. AI 시장을 이끄는 주요국인 미국의 전력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인프라는 노후화된 상태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력기기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수요는 올해 4,186억 킬로와트시가 될 전망이다. 2026년에는 4,284억 킬로와트시에 달한다. 2024년 사상 최대치인 4,097억 킬로와트시를 넘어선 규모다. 반면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 송전선의 70%는 최소 25년 전에 설치했고 대형 변압기 평균 연령은 40년을 넘었다.
김광식 교보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으로 전력 수요에 대한 공급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전력 수요가 오르는 시장임에도 실질적으로 설치된 전력망 자체가 많지 않아 앞으로 설치될 전력망 자체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전력기기 시장 수요 2030년 넘어선 중장기 전망
전력기기 시장 수요도 단기간에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미국 연방 에너지 규제 위원회(FERC)는 2024년 5월에 지역 송전 정책을 다루는 1920호 규칙을 발표했다.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사업자가 송전망 계획을 수립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다. AI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가 전력 인프라 마련 사업의 기간을 늘리는 셈이다.
김광식 연구원은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수요 피크 아웃 예상 시점이 2027년 정도로 이야기가 나왔지만 지난해 말에는 2030년, 최근 들어서는 2035년과 2040년으로 늘어났다”며 “미국의 오더 1920 법안에 의해 15년치 계획을 의무적으로 세워야하니 2035년까지는 수요와 실적의 피크아웃을 논하기에 이르다”고 진단했다.
시장 환경도 전력기기 업체의 수요 최고점을 늘리는 방향으로 마련되고 있다. 관련 시장에 대한 장기간 수혜 가능성에 근거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시간 9월 4일 일본 히타치 에너지는 미국 전력망 인프라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4억5,700만달러는 버지나아주 신규 대형 변압기 생산시설에 투자된다.
김광식 연구원은 “히타치의 미국 대규모 투자 발표를 봐도 2040년까지 수혜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대외적인 환경을 보면 2030년에 수요가 피크아웃 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 변압기 공급 관련 업체 등 수혜 가능성
전력 인프라 시장의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력기기 업체들도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중 전력 수송 과정에서 전압을 바꾸는 변압기 관련 업체들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 올라가고 있다.
초고압·친환경 변압기 등을 공급하는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에 초고압 변압기를 수출 중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 중 58%는 미국에서 발생했다. 12일 기준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는 59만5,000원으로 전날 대비 1.71% 증가했다.
765kV급 초고압변압기, 배전변압기, HVDC 변압기 등을 생산하는 효성중공업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변압기 공장을 2020년에 인수했다. 이후 5,100만달러를 투자해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증설 중이다. 12일 기준 효성중공업의 주가는 144만5,000원으로 전날 대비 4.26% 늘었다.
김광식 연구원은 “AI 시장의 확대로 이미 많은 수혜를 받아왔던 상황은 분명하고 앞으로 수혜가 더 있을 수는 있다”며 “앞으로 증가폭이 더딜 수 있기에 예전보다는 보수적으로 봐야하지만 더 좋아질 업황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향후 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감소도 단기간에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전력 수요 감소를 견인할 모델 경량화와 대체에너지 개발 등에 필요한 시간도 장기간이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김장현 교수는 “단기·중기 측면에서는 AI로 인한 전력 수요가 확실히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 AI로 인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건 분명하지만 장기·초장기에는 모델이 급격히 경량화되거나 대안적인 에너지가 출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AI 전력 수요가 단기간에 감소하지 않을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는 전력기기 시장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지속될 예정이다.
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변압기를 비롯한 전력기기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며, 관련 기업인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