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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먹통에 '펜' 잡은 공무원들...정부 행정, '디지털 역행' 초유 사태

12시 기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 중 62개 복구
이현정 기자 2025-09-29 16:11:37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는 29일 서울의 한 구청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들이 각종 민원이나 증명서 등을 디지털로 발급받지 못해 시‧군‧구청과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전국 화장시설 예약 서비스인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접속도 막혔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첫 평일인 29일 여전히 행정정보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아서다.

화장장에서는 유족과 상조회사·장례식장 직원들이 전화로 화장시설에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을 경우 팩스로 신청서와 사망진단서를 보내 예약을 확정하는 ‘아날로그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요즘에는 90% 이상이 화장을 선택해 혼란이 더욱 큰 것 같다”며 “구두로 화장장을 예약하던 15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9월 29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청 종합민원실에는 민원여권과의 민원실 이용 불편 안내문이 부착되는 등 곳곳에서 여파가 이어졌다.

이 담당자는 “무인민원발급기가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국세청 등 여러 곳과 연계돼 있어 정부24가 정상화되더라도 바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며 “복구되더라도 모든 기계를 재부팅 해줘야 해 중간중간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토지대장 등 민원서류 8종을 온라인 발급·열람하는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등 4개 시스템이 여전히 불통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면 시군구청과 주민센터를 방문해야 해 민원인들이 몰려 혼잡을 빚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화재의 주무 부처로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전 10시 기준 행안부 소관 시스템인 모바일신분증(발급 제외)과 정부24, 공공서비스통합관리시스템, 주민등록시스템, 문서유통시스템, 행정전자서명인증센터 등 19개가 복구됐다. 

다만 온나라시스템 등 내부 업무망 등은 여전히 먹통이다. 내부 정책 방향 결정에서부터 업무에 필요한 물품·서비스 구매, 인허가 등 업무 전반에 걸친 결재에 지장이 빚어지고 있다.

행안부는 업무연속성계획(BCP)에 따라 공무원들에게 연계시스템과 공직 메일 등을 활용하라는 업무 매뉴얼을 배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2시 기준 화재로 멈췄던 전체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 중 정부24와 우체국금융서비스 등 62개의 복구가 완료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부처들은 전산망 밖에서 수기로 문서 대장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중요한 문서부터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의 경우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대표단이 언제든 미국에 긴급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 행정적 근거를 남기고, 항공권과 호텔비 등 지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접속이 어려운 기재부 대국민 홈페이지 등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 협조해 이른 시일 내에 복구할 계획이다.

해수부 웹사이트는 아직 접속할 수 없다. 해수부는 웹사이트 대신 정보 전달 창구로 소셜미디어를 이용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공익직불금이나 바우처 업무의 신규 등록 등 일부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도 업무 포털이 열리지 않아 문서, 일정, 회의자료 공유와 전달에 불편이 있고, 내부 소통을 위한 메신저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과기정통부 소관 1·2등급 행정정보시스템 19개 중 홈페이지, 업무포털 등 5개 행정정보시스템이 중단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신문고 시스템 장애가 지속됨에 따라 소관 분야 신청에 대해서는 식약처 누리집 ‘식의약 국민신문고’, 팩스, 서신, 방문 등 대체 창구를 개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번 화재 여파로 개인정보위 대표 홈페이지와 개인정보 포털,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 등 7개 누리집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한편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로 근태 관리와 초과 근무 수당 지급을 위한 출퇴근 시간 관리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직접 영향을 받은 시스템을 대구센터로 이전 복구하는 데 약 4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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