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 사업 부진을 겪고 있는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인수를 추진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과 안정적인 물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위기 탈출을 넘어,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산업은행, HMM 지분 36.02% 보유 금액 7조원 달해
포스코그룹 측은 HMM 인수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재계나 증권가에서는 포스코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은 HMM 사업성을 검토 중인 단계로 성장성과 전략적 시너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인수 참여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가 시각은 다르다.
9월 12일 예정된 HMM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지분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포스코그룹이 산업은행 몫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본업인 철강 분야에서 중국발 공급 과잉에 미국발 관세, 내수 부진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포스코 입장에서 이차전지 소재 분야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이처럼 그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인 해운업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게다가 포스코는 매년 물류비로만 3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운업에 진출하게 되면 운송 안정성과 비용 절감을 모두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지난해 2월 하림그룹과의 HMM 매각 협상이 결렬된 뒤 HMM 매각이 잠정 중단됐는데 포스코그룹이 의사를 밝히면서 HMM 매각이 다시 진행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 재무적 부담·시너지 부족...우려 섞인 목소리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존 핵심 사업과 시너지가 높은 일부 사업부만 인수하는 등의 전략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B증권은 포스코그룹이 HMM을 인수할 경우 긍정적인 기대도 있지만, 동시에 재무적 부담과 시너지 부족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5일 “포스코그룹이 HMM을 인수한다면 기존 핵심 사업과 시너지가 높은 일부 사업부만을 인수하는 등의 전략적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며 “HMM의 매각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코그룹은 협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이 인수하려는 산업은행의 HMM 보유 지분 약 30%는 시가총액(23조6000억원) 기준으로 약 7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최 연구원은 “포스코 그룹의 HMM 인수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있으나 재무 리스크, 기존 핵심 사업과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점,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우려가 더 크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자본 배분 측면에서 HMM 인수를 가정하면 주주 환원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데 투자자들이 HMM 인수를 효율적인 의사결정으로 받아들여 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최 연구원은 “포스코홀딩스의 2분기 현금성 자산이 16조5000억원, 순차입금이 10조9000억원 수준으로 인수 여력은 있다”며 “다만, 올해 설비투자(Capex) 계획이 8조8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철강·2차전지 산업의 다운 사이클, 포스코이앤씨 사고에 따른 현금 유출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인수는 곧바로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포스코는 국내 해운 물동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물류비 절감을 노린 인수 명분은 있다”며 “다만 포스코가 주로 활용하는 벌크선과 달리 HMM 매출의 80% 이상은 컨테이너선에서 발생해 직접적 시너지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KB증권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 중인 LNG 터미널을 활용한 벙커링 수요 확대도 기대할 수 있으나, HMM의 LNG 추진선은 현재 2척에 불과하다.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설은 양사의 미래에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해운법상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경우, 정부 정책자문위원회의 허가가 필수적인 점은 잠재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HMM 측은 인수설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HMM을 인수한다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의 안정적인 물동량과 HMM의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가 결합될 경우, 양사는 단순한 파트너십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한양경제의 M&A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포스코그룹은 답을 하지 않았지만 인수가 성사된다면, 이는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한국 해운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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