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비자 게임… 강경 이민 단속 vs 투자 유치, 해법은?

이현정 기자 2025-09-08 15:08:47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이민 당국에 체포된 사건에 대해 "한미 관계에 긴장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배터리 제조 기술을 아는 인력이 부족하다면, 한국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미국인 노동자들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해당 사태에 대한 기존의 강경한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어 트럼프는 “우리에게는 사라진 산업이 많다. 미국인을 다시 훈련해야 한다.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은 해당 분야에 능숙한 사람을 불러들여 일정 기간 머물게 하고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전문가를 불러들여 우리 국민을 훈련시켜서 그들(미국인)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단속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트럼프는 “조지아주 현대 배터리 공장에 대한 이민 단속 작전에 따라, 저는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들에게 우리나라의 이민법을 존중해 주길 요청한다”며 “당신들의 투자를 환영하며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뛰어난 인재들을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생산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여러분이 이를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 대가로 미국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교육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합법적인 비자 문제를 강조했다.

국내 기업 소속 근로자가 미국 법인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E(상사 주재원이나 투자사 직원), H(임시 근로자), L(일반 주재원) 비자 등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주재원(L1·E2) 비자 취득 조건은 극히 까다롭고 제한적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H-1B 비자가 존재하지만 H-1B 취득은 기본적으로 추첨제(lottery)다. 매년 3월 한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데다 취득률은 10%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한국)이 말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9월 4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한국 근로자 약 300여명을 체포했다.

이처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합작 배터리 공사 현장에서 불법 취업 문제가 불거졌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협력사들이 직접 인력을 고용하고 비자를 발급받도록 했지만, 일부 하청업체들은 비자 발급이 거절된 직원들을 전자여행허가제(ESTA) 비자로 입국시켜 일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ESTA 비자는 단기 관광이나 사업 목적으로만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로, 취업 활동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실제로 공항에서 ESTA 비자로 입국하려다 거부당하고 한국으로 되돌아간 협력사 직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업체는 미국 내 구인 광고를 내지 않고 한국 인력을 ESTA 비자로 고용해, 미국 이민법을 위반한 것이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E-2 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수준을 요구하고 발급 절차도 까다로워 하청업체들이 편법을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LS증권 LG에너지솔루션, '미국 HMGMA 공사중단 영향' 목표가 300,000원

LS증권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목표 주가를 30만2000원에서 30만원으로 낮추고,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현대차그룹과 합작한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의 완공 및 양산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인해 내년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사가 5조7000억 원을 투자한 이번 합작 사업에 건설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건설사들의 인건비 상승을 우려하며, 이러한 제약이 대규모 프로젝트의 인력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는 현대건설, DL이앤씨, 삼성E&A 등이 있다.

다만, 주요 건설사의 전체 매출에서 미국 비중이 높지 않아 단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단기 실적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향후 미국 시장에서 인력 조달 및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프로젝트 수행의 경쟁력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