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투자자들이 최근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두 기업이 미래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18일까지 40거래일 연속 현대제철에 대한 순매수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17.83%이던 외국인 지분율이 22.87%로 4%포인트 이상 뛰었다.
■현대제철,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7조원 매각 카드 거론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의 6.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매각해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 주가로 1조6790억원에 달하는 주식이다. 약 5조원인 현대제철 시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대제철은 이 주식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에게 매각하는 방법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6월 말 기준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성 부채 규모만 5조2590억원에 달한다. 현대모비스 지분 매각으로 현금이 유입되면 재무 건전성 확충에 기여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역시 외국인 지분 매수가 유입되고 있다. 8월 18일 43.63%던 외국인 지분율은 9월 18일 기준 44.51%로 뛰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 최대주주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로 완성되는 셈이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 과정과 이후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현대모비스의 가치에 주목한 투자로 해석된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외국인 매수가 꾸준한 종목이다. 18일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50.64%에 달한다. 9월 1일 49.95%, 8월 1일 49.78%, 7월 1일 49.59%였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들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해 지배구조 정점에 서려면 최소 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와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지분을 활용할 수 있다.
우선 현대글로비스 20% 지분을 현 주가에서 매각하면 2조6384억원 규모가 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직 비상장 상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정 회장 개인 지분율은 약 22%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 가치는 최근 휴머노이드 시장의 관심 증가와 양산 계획에 따라 최대 30조원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매각만으로도 정 회장은 6조원 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의 핵심 지분보유 기업들"이라면서 "현대글로비스의 지원을 통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성공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성공을 통한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개선도 모두 정의선 회장에게 이롭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고리 해소 임박…상법 개정·승계 자금 부담 ‘이중 압박’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배경에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2차 상법 개정안이 있다. 이재명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압박으로 순환출자 해소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가 낮은 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지만, 투명성 훼손 논란이 지속돼 왔다. 2차 상법 개정안이 내년 하반기 시행되면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3% 룰이 본격 도입돼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는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2차 상법 개정안 시행 전까지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한다. 다만 정치권·시장·주주를 모두 설득할 수 있는 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은 단순한 순환출자 해소를 넘어 정의선 회장의 승계 시나리오와 맞물린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2차 상법 개정안 시행이라는 외부적 압력과 맞물려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순환출자 문제 해결을 넘어,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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