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빅테크 양대 축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서로 다른 성장 동력을 내세우며 투자자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편입이라는 굵직한 이벤트를 안고 있고, 카카오는 인공지능(AI) 전환과 메신저 플랫폼 개편이라는 새로운 카드로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팔까, 더 살까”라는 고민이 이어지며 양사 주가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일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는 단기 급등세를 연출하며 27만 원 후반대까지 치솟았다가, 이틀 연속 조정을 받으며 이날 5.40% 내린 2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20만 원 초반대에 머물던 종목이 급격한 반등세를 보인 것이다. 배경에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추진이 호재로 작용했다.
네이버 금융 계열사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결합은 시장에서 “신성장 축을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 확장 등 가시적인 시너지 전망이 잇따르면서 단기적으로 매수세가 쏠렸다. 네이버와 업비트의 시너지가 현실화할 경우 관련 사업이 2030년까지 연 3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합병 법인이 추후 미국 나스닥에 분할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면서 일부 주주들은 ‘기존 주주의 가치 희석’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차익 실현 매물이 늘어난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이 겹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또한 금융업과 가상자산업 간 규제 분리 문제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단기 실적 개선 효과보다 장기적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거래가 네이버 기업가치의 안정적인 우상향을 담보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최근 한달 간 9개 증권사가 내놓은 네이버 목표 주가 평균은 34만원이다. 현 주가 대비 33% 가량 높은 가격이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17개 증권사가 목표 주가 평균을 8만 882원으로 제시했다. 역시 현 주가보다 35% 가량 상승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카카오는 AI 기업으로 변신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9월 24일 카카오의 투자 의견을 ‘매수’로 상향하며 목표주가를 6만 3000원에서 7만 8000원으로 높였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AI 에이전트의 초기 효과는 제한적이겠지만, 카톡 플랫폼 개편 자체가 광고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목표가 상향의 핵심 근거는 카카오톡 개편과 AI 에이전트의 도입이다. 카카오는 ‘콘텐츠 중심의 카카오톡’이라는 전략을 앞세워 체류 시간을 늘리고 신규 광고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카카오톡 내 대화 요약, 통화 요약, 일정 관리 기능을 지원하는 ‘카나나(Kanana)’ 서비스가 곧 시범 적용될 예정이며, 여기에 오픈AI의 ChatGPT까지 카톡에 탑재된다. AI 에이전트의 상용화 속도는 아직 더딜 수 있지만, 광고와 콘텐츠 기반 매출 확대라는 확실한 수익원이 확보된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라는 평가다.
카카오는 지난달 말 ‘AI Festa 2025’를 통해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과 멀티모달 모델, AI 가드레일 등 차세대 기술을 대거 공개하며 시장 기대를 끌어올렸다.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AI 전환 가속화’라는 두 축을 동시에 내세운 셈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I 기대감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플랫폼 개편 효과는 실제 숫자로 증명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두 기업의 향후 주가 전망은 각기 다른 변수에 달려 있다. 네이버는 가상자산과 결제·금융 플랫폼을 결합한 신사업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갈 수 있는 반면, 규제 리스크와 분할 상장 불확실성이 주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카카오는 아직 AI 경쟁력이 글로벌 빅테크 대비 뒤처진다는 혹평을 받고 있지만, 카카오톡 개편과 광고 매출 확대라는 단기 성과가 확실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결국 단기 투자자에게는 카카오가, 장기 투자자에게는 네이버가 더 매력적이라는 시각이 증권사 애널리스트 사이에 오가고 있다.
단기적으로 카카오톡 개편 효과는 이익 전망치를 즉각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반면, 네이버는 두나무 편입으로 새로운 성장 축을 열어가며 중장기 성장성을 확보하는 과정에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빠른 현금 흐름’과 ‘장기 성장 잠재력’ 사이에서 수익률 확보를 위해 고심과 선택이 남아있는 시점이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