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로봇이 바꿀 미래, 눈앞에…K-로봇 미래를 본다"
2025-11-06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회장이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난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회동이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미래차 핵심 부품을 아우르는 전장(電裝) 협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실질적인 협력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이 201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 완성차 CEO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전장사업의 발판을 다져온 만큼, 이번 벤츠와의 접점은 ‘삼성 전기차 생태계’의 퍼즐을 완성하는 결정적 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글로벌 완성차 CEO와의 연쇄 회동, 삼성 전장사업 성장의 서막
이재용 회장의 완성차 업계 네트워크는 2011년부터 본격화됐다.
2012년 이 회장은 유럽 출장 중 폴크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을 만나 자동차 전자부품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같은 시기 미국 GM의 댄 에이커슨, 일본 도요타의 아키오 도요타 사장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CEO들과도 잇따라 회동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전자·IT 중심에서 벗어나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로의 확장을 구상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교류는 훗날 하만 인수(2016년)로 이어지며 삼성의 전장 진출 발판이 됐다.
2020년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당시)과 첫 회동을 가졌다. 두 달 뒤 이 회장이 남양연구소를 찾아 상호 방문이 이어지며 전기차 배터리 협력의 물꼬가 트였다.
이 만남 이후 삼성SDI는 현대차·기아에 6세대 각형 배터리(P6)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2026년부터 유럽향 전기차에 탑재된다. 양사는 2024년 전고체 배터리 특허를 공동 출원했으며, 2025년에는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 MOU도 체결했다. ‘현대차-삼성SDI 동맹’은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산업의 기술 시너지를 현실화한 상징적 사례가 됐다.
2022년 12월에는 BMW그룹 올리버 집세 CEO가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이 회장과 만나 삼성SDI의 ‘P5’ 배터리 기술을 논의했다. 해당 배터리는 BMW의 전기 세단 ‘뉴 i7’에 채택되며, 삼성SDI가 유럽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배터리 기술을 설명하고 BMW 경영진이 이를 즉석에서 검토했다는 점에서, 당시 회동은 ‘기술 협상장’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 벤츠와의 회동, “하만 넘어 배터리·반도체까지”
이번 메르세데스-벤츠 칼레니우스 회장과의 만남은 이러한 연속선 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삼성은 현재 자회사 하만(Harman)을 통해 벤츠에 오디오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 중이지만, 아직 배터리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에서는 협업이 본격화하지 않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전기차 라인업 확장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을 가속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역량은 매력적인 파트너 카드”라며 “이 회동은 전장 공급망 다변화를 원하는 벤츠와, 기술 플랫폼 확장을 노리는 삼성이 이해관계를 맞춘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상용화를 앞두고 있으며, 차세대 각형 P6 배터리로 글로벌 완성차 고객군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만약 벤츠가 삼성 배터리 공급선을 새롭게 확보할 경우, 삼성SDI는 BMW·현대차·벤츠 등 유럽 프리미엄 3대 완성차와 모두 협력하는 유일한 배터리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벤츠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불안에 대응해 자체 OS(MB.OS)와 연동 가능한 고성능 칩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삼성의 3나노 공정은 차량용 AI칩 생산의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초대형 OLED 기술은 벤츠의 플래그십 전기차 ‘EQS’의 일체형 디스플레이에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 삼성의 ‘피지컬 AI’ 전략과 배터리 동맹의 교차점
이 회장은 최근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정의선 회장과의 ‘치맥 회동’에서 AI 반도체와 모빌리티 융합 비전을 공유했다.
배터리는 이제 에너지 저장장치가 아니라 차량 내 AI 연산을 구동하는 전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SDI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갖춰 자율주행·로보틱스 분야에 최적화돼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가 추진중인 ‘AI 팩토리’ 구상과 맞물린다.
벤츠와의 협력이 현실화되면, 삼성은 ‘배터리-반도체-디스플레이’ 삼각축을 중심으로 전장 시장에서의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회장이 10여 년간 이어온 완성차 CEO 네트워크가 이제 구체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벤츠 회동이 성사된다면 삼성SDI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는 물론, 한국 반도체·배터리 산업이 모빌리티 혁신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상징적 장면이 될 전망이다.
이재용 회장은 벤츠와의 협력을 발판 삼아 삼성의 '배터리-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역량을 통합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종합 전장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는 삼성SDI의 글로벌 배터리 동맹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행보의 첫걸음이다. 따라서 이번 회동이 단순한 만남을 넘어 삼성의 배터리 사업에 ‘세 번째 도약’을 열어줄지,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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