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보이지 않는 설계자’ 최태원, 2025 APEC 성공 이끌어

1년간 치밀하게 준비...APEC 뛰어넘은 ‘K-APEC’ 구현
역대 최대 규모 APEC CEO 서밋 개최...패러다임 바꿔
韓 경제 신뢰 회복과 민간 외교 역량 강화로 이어져
조시현 기자 2025-11-07 18:09:01
▲2025 APEC CEO 서밋 폐막식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막후에서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을 직접 주관해 정상회의 못지 않은 주목을 이끌어냈으며, 주연으로 나서지 않고 조연 역할을 하면서 행사의 품격까지 높였다는 평가다.

실제 이번 APEC CEO 서밋은 기간도 종전보다 늘어난데다 참가 인원도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과감하게 기간을 연장하고 참가인원을 늘렸지만, 커다란 잡음 없이 무사히 행사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최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APEC CEO Summit. 주요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인 등 2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이 대형 국제행사 뒤에는 묵묵히 1년 넘게 준비를 이어온 한 사람의 리더십이 있었다. 바로 최태원 회장이다. 

▲2025 APEC CEO 서밋 개막사하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1년 넘게 구상...APEC을 넘어선 ‘K-APEC’ 구현

사실 그간 APEC은 정상회의에 초점이 맞춰진 정상외교의 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2025 APEC을 계기로 이 개념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이것을 구상하고 실현하는데는 최 회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집념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페루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최 회장은 차기 개최국 의장으로서 의사봉을 전달받았다. 그는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의 성공은 국가적 과제이자 한국 경제의 명예라고 생각했다.

그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한국이 세계와 다시 연결되는 장(場)’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바로 그때부터 최 회장의 ‘APEC 구상’이 시작됐다. 

최 회장은 20년 전 APEC CEO 서밋에 참여했고, 당시 기조연사로 참석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을 영접하고 면담을 나눈 APEC 경험자였다. 

그렇기에 APEC이 국가와 재계에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재계 2위 총수로서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 그리고 국내 최대 경제단체장이라는 ‘공적 책임의식’이 유감없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행사 준비는 순탄치 않았다. 연말 정치적 혼란으로 일시적 행정 공백이 발생했고,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국가 차원의 추진 동력이 약화되면서 교통·숙박·물류 등 경주 개최지의 핵심 인프라 결정도 지연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그러자 최 회장은 기업과 민간이 중심이 돼 APEC 행사 추진을 이끌어야 한다고 결단했다. 대한상의는 지난 1월 ‘APEC CEO 서밋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재계 전체가 참여하는 민관 협력 체계를 가동했다.

이를 통해 그는 기존의 APEC CEO 서밋 형식을 뛰어넘어 한국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바로 ‘퓨처테크포럼(Future Tech Forum)’과 ‘K-테크 쇼케이스(K-Tech Showcase)’였다.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퓨처테크포럼은 AI·조선·방산·유통·가상자산 등 주제별로 한국의 주요 대기업이 각각 맡아 최신 기술 트렌드와 비전을 소개하는 세션으로 설계됐다. 퓨처테크포럼은 각자 기업에게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APEC CEO 서밋은 재계 전체가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행사가 될 수 있었다.

또한, K-테크 쇼케이스는 한국 기술의 경쟁력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전시로, 세계 각국 기업인들에게 ‘기술 한국’의 현재를 생생히 보여주는 공간이 됐다.
▲2025 APEC CEO 서밋 특별연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 왼쪽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K-컬처’·‘K-뷰티’ 바탕...‘글로벌 빅샷’ 향한 외교전

최 회장은 이번 APEC CEO 서밋을 단순한 경제 행사로만 여기지 않았다. 그는 APEC을 넘어서는 ‘K-APEC’을 생각했다.

그 바탕은 바로 개최지가 ‘신라 천년 고도’ 경주였기에 가능했다. 최 회장은 경제·산업기술 뿐 아니라 문화로도 세계를 사로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기존 APEC에서는 볼 수 없던 프로그램들을 과감히 도입했다. ‘K-컬처’와 ‘K-뷰티’를 접목시킨 것이다.

행사 기간 중 한국 현대미술을 조명하는 특별 전시회를 열고, 참석자들이 직접 한국 뷰티 산업을 체험할 수 있는 ‘K-뷰티 체험존’을 마련했다.

APEC CEO 서밋은 겉으로 보면 하나의 행사였지만, 개별 세션과 부대행사 등 세부적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을 합하면 무려 20~3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되는 매머드급 기획이었다. 

APEC CEO 서밋이라는 하나의 무대 안에, 기술·문화·비즈니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포맷,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K-APEC’이 구현된 것이다.
▲2025 APEC CEO 서밋 폐막식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보이지 않는 설계자’...APEC 성공 세상에 보여줘

이같은 기획에도 최 회장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만반의 준비를 위해 직접 경주를 방문해 점검에 나섰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매년 제주에서 열리던 대한상의 하계포럼을 7월 경주로 옮겨 개최했다. 한여름 경주 행사 개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10월 국가적 행사의 성공이 최우선이었다.

전국 상의 회장단이 경주 라한호텔에서 3박 4일간 머물며 현장을 직접 경험하도록 한 이 결정은 사실상 APEC CEO 서밋의 리허설이 됐다. 

이 때 당시 김민석 국무총리도 참석해 민관이 함께 ‘K-APEC 성공’을 다짐했으며, 그 경험이 정상 환영 만찬 등 주요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로 이어졌다. APEC에 대한 대국민 관심도를 높이는 사전 홍보의 장이 되었음은 물론이었다. 

아울러 최 회장은 APEC이 다가오면서 바쁜 비즈니스 일정을 쪼개어 글로벌 기업인 유치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는 해외 출장, 대한상의 공식 일정, 정부 순방단 참여 등 모든 계기에 APEC과 CEO 서밋을 홍보하며 직접 기업인들을 설득했다.

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엔비디아, AWS 등 세계 주요 기업 CEO들의 참석이 성사됐고, 이는 행사의 품격을 한층 끌어올렸다. 동시에 그는 이 과정을 단순한 초청이 아닌, 관세 협상 등 통상 현안에 대한 민간 외교의 장으로 확장시켰다. 

행사 폐막 후 구성원들과의 비공식 자리에서 최 회장은 “어깨에 짊어졌던 쌀 한 가마니를 내려놓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개회사에서는 지난 준비과정을 경주 역사에 빗대 “지난 1년의 준비 과정이 천 년 같았다”는 취지로 소회를 밝혔다. 행사 준비에 대한 부담감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언급이었다.

그의 말처럼, 이번 APEC CEO 서밋은 단순한 국제행사가 아니었다. 정치적 공백 속에서도 민간이 국가를 대표해 뛰었던, 한국 경제의 ‘민간 외교력’을 증명한 무대였다.

최태원 회장이 보여준 리더십은 단순한 준비위원장의 역할을 넘어섰다. 그는 ‘행사의 성공’을 넘어, 한국 재계 전체가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기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국제회의 모델을 제시했다.

2025 APEC CEO 서밋의 성공은 곧 한국 경제의 신뢰 회복과 민간의 외교 역량 강화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나하나 설계하고 실행을 이끈 최태원 회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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