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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 데이터센터 큰 폭 증가…전력 설비 업계 '슈퍼 사이클' 탄다

리사 수, “AMD 데이터센터 칩 시장 1조원 성장”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에 전력기기 업체 수혜
미국·한국 전력기기 업체, 전력 인프라 구축에 성과
하재인 기자 2025-11-13 18:23:14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대규모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가 확대되면서 전력기기 업체가 퀀텀 성장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현지시간 11일 미국 뉴욕에서 AMD의 데이터센터 칩 시장이 2030년까지 1조달러(약 1,400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 CEO의 발언 이후 AMD의 주가는 전날 대비 9% 오른 258.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데이터센터 칩은 데이터센터 내에서 컴퓨팅 작업을 처리하는데 사용된다. 해당 칩에 대한 수요는 데이터센터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AI 학습과 서비스 실행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이터센터는 최근 AI의 발전과 함께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32년까지 연평균 11.7% 성장해 5,864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의 증가는 기존 대비 전력 소모량도 늘리게 된다. AI 모델 훈련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한 서버가 일반 서버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서버와 장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가동하는 냉각 시스템도 전력 소모에 비중을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4년 대비 2배 이상인 945테라와트시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2030년에는 202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데이터센터가 많아지면 원래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설비니 전력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며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력 수요 전망에서 데이터센터는 새로 추정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의 북미 수출용 수배전반. LS일렉트릭

◆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증가, 전력기기 업체 성장 견인

데이터센터에 의한 전력 수요 증가는 전력 생산·송전·변전·배전 등 전력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설비를 공급하는 전력기기 업체의 성장도 견인하고 있다.

미국의 GE 버노바는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따른 전기화 부문의 성과로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99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튼도 데이터센터 수요를 바탕으로 전력 솔루션 부문에서 성과를 내며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7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앞으로 전력기기 시장의 성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전력기기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연평균 4.87% 성장해 420억6,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김광식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력 수요가 결국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요로 이어지니 성장이 이어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며 “데이터센터에 직접 들어가는 물량들을 앞으로 누가 더 확보를 하느냐가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 파생형 천연 가스 터빈 LM2500XPRESS가 제공하는 보충 전력을 활용하여 재생 에너지 발전을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에 대한 엔지니어의 렌더링. GE 버노바

◆ 미국, 전력 소모 확대…전력기기 수혜·데이터센터 반대 여론↑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증가로 인한 전력 소모량 확대가 속속 예고 되고 있다. 미국 전력기기 관련 업체들의 성장도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소모 확대가 이끈 결과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2028년 미국의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 총량이 325~580테라와트시로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6.7~12%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조지아나 북동부에 데이터센터가 많이 들어오면서 전력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전망을 보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해서 일부 주에서는 데이터센터 허가를 안 내주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가 전력 설비 등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 전력기기 업체들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현지 주민들의 데이터센터 도입 반대 여론도 높인 셈이다. 실제 미주리주 세인트찰스시는 올해 8월 향후 1년간 어떤 데이터센터도 건설할 수 없도록 하는 모라토리엄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연제 교수는 “해외에서도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서 송변전 설비도 많이 늘어나야되고 비용이 증가하는데 아일랜드, 유럽, 미국 같은 경우에는 그 비용이 다른 일반 소비자들한테 전가되면 안된다는 논의도 있다”며 “국내에서도 공약 등으로 데이터센터를 많이 키우겠다 한 상황이니 이를 어떻게 할건지 앞으로 국가적 차원의 고민을 해야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11월 13일 기준 효성중공업 지난 3개월간 주가 추이. 네이버

◆ 국내 전력기기 업체, 전력 수요 부족 인프라 호황에 성과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도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 부족에 따른 인프라 호황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는 중이다.

북미 등에서 초고압 변압기 등의 수주가 증가한 효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3% 증가한 2,198억원을 기록했다. 북미 지역에 대형 변압기를 수주한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50.9% 상승한 2,471억원 을 달성했다. 북미 지역 초고압 변압기 수주가 증가한 LS일렉트릭의 3분기 영업이익은 51.7% 증가한 1,008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도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는 중이다. 13일 기준 효성중공업의 3개월간 주가는 8월 20일 107만3,000원의 최저치에서 11월 4일 248만3,000원의 최고치로 5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는 8월 20일 43만3,500원의 최저치에서 11월 4일 97만6,000원의 최고치로 55.5% 커졌다. LS일렉트릭의 주가는 8월 20일 25만3,000원의 최저치에서 11월 12일 51만3,000원의 최고치로 50.6% 늘었다.

김광식 연구원은 “최근에는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인해 빅테크에 직접 들어가는 기회들이 생기면서 성장성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점차 합리화되는 과정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레벨로는 성장이 더 높게 나오는 기업이 더 많이 받는 쪽으로 가게 될테니 국내 업체들이 앞으로 미국 기업들보다 조금 더 높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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