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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주필의 시사풀이]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핵추진 잠수함의 의미

한양경제 2025-11-18 10:31:19
미국 워싱턴과 경북 경주에서의 한미 정상의 회담 결과가 지난 14일 ‘한미 공동 설명자료(Korea-U.S. Joint Fact Sheet)’로 발표됐다. 이 자료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2024년 대선 승리, 그리고 한국 민주주의의 강인함과 회복력을 입증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에 비추어, 양 정상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평화, 안전,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선언했다. 매우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선언이었다. 

이 ‘공동 설명자료’는 많은 부분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된 투자와 경제 협력에 관한 내용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여는 핵심 내용은 미국이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고, 한국이 이것들을 활용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게 승인한 것이었다. 국내외의 언론들이 가장 주목하고 대서특필한 것도 이 내용이었다. 

우리는 본래 미국과 원자력협정은 체결하고 있는데 이 협정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 사용 금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 적용을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발표한 ‘공동 설명자료’도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되어 있어 한미 원자력협정이 전제돼 있다. 

이는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허용이 어디까지나 평화적 목적에 한하며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 사용의 금지, 즉 핵무기 제조의 금지를 뜻하는 것이다.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허용은 한미 양측이 동의한 것이지만 그 자세한 세부 사항은 앞으로 양측 간에 별도로 계속 협의해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 승인과 관련해서도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의 승인 또한 양측의 동의가 이루어진 것일 뿐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양측 간에 계속 협의해야 하는 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이번 허용과 승인으로 한국이 곧바로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거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 하거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령 우리가 이들을 위한 기술을 모두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이를 위한 세부 사항에 관한 쉽지 않을 많은 후속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허용과 승인으로 이것들이 곧바로 실행될 수 있는 것으로 호들갑을 떠는 일은 앞으로의 협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또 어떤 경우에도 핵무장을 언급해서도 안 된다. 핵무장을 배제하는 것이 이번 합의의 기본적인 전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일각의 서툰 핵무장론자들은 깊이 반성하고 자제해야 한다. 

이런 세부 사항에 관한 합의가 남아있어 그때까지 너무 앞서나가는 발언은 자제해야 하지만 이번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허용과 핵추진 잠수함의 승인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첫째, 우라늄을 20% 가까이 농축할 수 있게 되면 우리 원자로의 연료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매우 큰 이점이다. 게다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가능해지면 계속 쌓아두기만 해서 이제 조만간 쌓아둘 공간조차도 모자라게 될 사용후핵연로를 저장해둘 공간을 최소 이십분의 일 이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재처리된 사용후핵연료는 다시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그 동안 쌓여만 왔던 많은 양의 골칫거리가 큰 자산으로 변모하게 된다. 

둘째 핵추진 잠수함을 소유하게 되면 현재 5위의 우리 군사력이 한층 더 막강해질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군사력의 증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추진 잠수함을 장기간 바다 속에 계속 머물 수 있고 이동 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기에 북한이나 중국의 잠수함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한국이 동북아에서 지역적 안보에 기여하는 국제적인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이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에 버거움을 느끼면서 지역 안보를 그 지역의 미국 동맹국이나 친미 국가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동북아에서 그 역할은 우리 한국이, 특히 핵추진 잠수함이 맡게 되는 것을 뜻한다. 상당한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그만큼 올라가게 될 것이다. 

셋째, 사용후핵연료의 양이 매우 많기에 그것들이 재처리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핵연료로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도 남기에 해외에 비싸게 수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핵추진 잠수함을 생산하게 되는 경우 소형원자로를 탑재한 대형 잠수함이 될 터인데 현재로서는 한국이 대형 잠수함의 건조나 소형원자로에서 상당히 앞서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은 큰 국제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대형 화물선에도 우리의 소형원자로를 탑재하고 핵연료까지 공급하게 되면 핵추진 대형 화물선에서도 한국은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은 두 세대 만에 산업화, 민주화, 문화화를 달성하고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재조업과 국방력에서 세계 유수의 강대국이 되었다. 이러한 한국의 위상을 발판으로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끈질긴 협상을 통해 관세협상도 원만히 타결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안보를 지역의 동맹국들에 맡기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자세를 잘 활용하여 우리의 숙원인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허용과 핵추진 잠수함의 승인을 얻어내는 매우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나머지 세부 사항에 관한 합의도 빠르게 잘 마무리 지어 한국이 실제로 위의 모든 것들이 가능한 나라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효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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