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력 부족과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공급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모두 전력망 안정화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ESS 연계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급부상 중이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ESS 인프라 확충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와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내년부터 중국산 ESS에 48.4%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연방 투자세액공제(ITC) 혜택을 받기 위해 ‘금지된 외국 기관’ 의존도를 낮추도록 하는 ‘물질적 지원 비용 비율(Material Assistance Cost Ratio)’ 기준을 도입한다. 이로써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한국 배터리 셀업체들이 안정적 대체 공급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11일 한양경제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세액공제 요건 강화는 장기적으로 한국산 ESS 배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라며 “특히 ESS용 배터리는 EV용 대비 판가가 약 두 배 높고, 생산세액공제(AMPC)를 고객사와 나누지 않아 수익성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대형 셀업체는 물론, 서진시스템·신성에스티·한중엔시에스·율촌화학 등 중소형주도 구조적 수혜가 예상된다.
서진시스템, 신성에스티, 한중엔시에스, 율촌화학 등 중소형 2차전지 부품·소재 업체들은 글로벌 ESS 공급망 재편의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업은 모두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ESS용 부품·소재 생산 역량을 동시에 갖춘 ‘듀얼 포트폴리오 기업’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서진시스템은 알루미늄 압출 및 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ESS용 배터리 모듈 케이스·랙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어, 북미 신규 ESS 설비 증설 시 직접적인 납품 확대가 가능하다.
신성에스티는 ESS용 냉각시스템 및 전력변환장치(PCS) 케이스를 개발 중이며, 국내외 프로젝트 수주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중엔시에스는 ESS 전력 변환 및 제어 장치 핵심부품(컨버터·인버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고객사 인증 절차를 마쳤다.
율촌화학은 ESS용 파우치필름 및 절연소재를 생산하며, 중국산 대체 수요 확대에 따른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결국 이들 중소형주는 전기차 침체로 위축된 기존 2차전지 시장의 공백을 ESS 수요로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의 구조적 위치에 놓여 있다. 미국의 고율관세와 공급망 국산화 정책은 이들의 ‘비중국·고기술’ 경쟁력을 부각시키며 중장기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ESS 성장 국면에서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목표주가를 3만1천원에서 3만7천원으로 22.6% 상향하며 “실적 개선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예림 연구원은 11일 한양경제와의 통화에서 “전기차배터리용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주요 고객사의 ESS 라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ESS 매출 비중이 2026년 25%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날 보고서에서 AI 서버용 회로박 수요가 제한된 공급 상황에서 CAPA 전환이 완료되면 출하 확대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2027년 EBITDA 전망치를 1,684억원으로 26% 상향했다. 김 연구원은 “2025년을 저점으로 ESS 전지박과 AI 회로박이 동반 성장하며 이익 체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AI 확산으로 인한 전력난, 탈중국 공급망, EV 성장 둔화라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ESS 관련 소재·부품 기업들이 차세대 전력 산업의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전력 인프라 확충이 본격화되는 2026~2027년에는 ESS 시장이 EV를 대체하는 2차전지 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