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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금융엘리트 얽힌 1000억대 주가 조작…첫 ‘패가망신 법’ 적용”  

종합병원·대형학원 자산가와 전직 사모펀드 임원 등 연루
1년 9개월간 매일 시세 조종…주가 올려 400억 부당 이득

수십 개 계좌 통한 분산매매·IP 조작 등 치밀한 은폐 수법
행동주의 펀드·경영권 분쟁 활용 정황…기업 연루 가능성도 조사
금융당국, 과징금·거래 제한·임원 선임 제한 등 강력 제재 예고
정우성 기자 2025-09-24 09:57:52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이승우 단장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합병원과 대형학원을 운영하는 자산가, 전직 사모펀드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 이른바 ‘엘리트 집단’이 연루된 1000억 원대 주가조작 사건이 적발됐다. 이들은 1년 9개월간 매일같이 고가 매수·가장통정매매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반복하며 주가를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이득 규모는 최소 4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사건은 2023년 라덕연 사태처럼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서서히 띄운 점이 특징이다. 특히 지난 4월 시행된 ‘주가조작 패가망신법’이 첫 적용되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이 적용되면 과징금 부과는 물론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까지 이뤄질 수 있다.

■합동대응단 1호 사건...치밀한 수법과 자금 동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23일 이번 사건을 첫 번째 조사 사례로 발표했다. 혐의자 7명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단행됐고, 증권선물위원회는 관련 계좌 수십 개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처음으로 발동했다. 현재까지 이들이 확보한 시세차익은 약 230억 원이며, 보유 주식 평가액은 1000억 원 수준에 달한다. 현금성 자산까지 더하면 묶인 자금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혐의자들은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집중 공략했다. 법인 자금과 금융회사 대출금 등으로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 유통 물량의 상당수를 장악했고, 한때 매수 주문량이 시장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이들은 수십 개 계좌를 동원해 분산 매매를 반복했고, 주문 IP까지 조작하며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왔다.

합동대응단은 이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흐름이나 경영권 분쟁 이슈를 의도적으로 이용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 발행 기업이 직접 연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경영권 이슈를 불법 세력이 주가조작 수단으로 삼았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첫 행정제재 적용 시험대...타깃 종목 ‘DI동일’ 직격탄

이번 사건은 지난해 도입된 과징금 제도와 올해부터 시행된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임원 선임 제한 등 새로운 행정제재 수단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이 가능해 수백억 원대 제재가 예상된다. 합동대응단은 “정부 국정과제인 주가조작 근절을 위한 첫 사례”라며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검찰이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게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타깃으로 지목된 DI동일은 이날 주가가 29.88% 급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DI동일 측은 “당사는 불법 세력의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본 입장”이라며 “주주의 권익 보호와 건전한 시장 질서를 위해 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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