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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질병 치료 넘어 면역학 기본 원리 규명…의과학적 가치 커”

노벨 생리의학상 ‘자가면역질환 막는 조절 T세포 발견’ 수상
김시영 의학전문기자 2025-10-08 11:09:59
연합뉴스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가 지난 6일(현지시간) 생명과학자 메리 브렁코, 프레드 램즈델(이상 미국), 사카구치 시몬(일본) 3명을 역대 116번째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수상자들이 “면역 체계가 신체를 해치지 않도록 하는 말초 면역 관용에 관한 획기적인 발견으로 새로운 연구 분야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8일 국내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류마티스 관절염, 루프스, 다발성 경화증, 1형 당뇨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병인을 설명하는 핵심 열쇠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희귀질환 연구가 일반 질환 이해의 돌파구가 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주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조절 T세포와 FOXP3의 발견은 기초면역학이 임상의학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전환시키는 지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는 기초의학 연구에서 '모델 시스템'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단순 질병 치료를 넘어 면역학의 기본 원리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과학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수상자 사카구치는 자가인식 T세포가 CD25를 발현하고 이런 CD25 세포가 존재함을 발견했다. CD25 T세포를 실험군 쥐에 투여하면 자가면역 질환을 억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수상자 브론코와 렘스델은 사카구치의 자가 인식 T 세포 조절 기전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이들은 X염색체에서 FOXP3 유전자를 발견했고, 이를 IPEX 증후군 환자에서 실증하는데 성공했다.

사카구치의 1995년 발견은 순수 기초연구로 시작됐지만, 브론코와 렘스델 등이 분자생물학적 기법으로 FOXP3 유전자를 클로닝하고 IPEX 증후군의 분자병리를 규명하면서 'Bench to Bedside'의 전형적 경로를 보여줬다는 것이 의료계의 평가다.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루프스 등 자가면역병 치료를 위해서는 자가조절 T세포가 존재하거나 증가해서 자기를 인식하는 T세포를 억제해야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암은 자신의 세포가 무한증식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암 치료에 있어서는 자가조절 T세포가 감소하거나 없어야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 

제갈동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자가면역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자가조절 T세포가 존재하거나 증가해서 자기를 인식하는 T세포를 억제해야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결론적으로 FOXP3 유전자가 CD25 T cell의 성숙에 중요함을 발견했고, CD25 T세포는 자체 단백을 인식하는 T세포를 억제함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단일 전사인자(FOXP3)가 조절 T세포의 발달과 기능을 총괄 조절한다는 분자생물학적 발견은 자가면역질환발병에 핵심적으로 기여하는 기전임을 보여주고 기초의학의 힘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의 진가는 양방향 중개연구(bidirectional translation)를 가능케 했다는 데 있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자가면역질환에서는 FOXP3+ 조절 T세포를 증강하는 방향으로, 암에서는 종양 미세환경 내 조절 T세포를 억제하는 정반대 방향으로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조절 T세포와 FOXP3의 발견은 자가면역질환을 ‘면역계의 오작동’에서 ‘평화유지군의 부족 또는 기능장애’로 재정의했고 IPEX 증후군 같은 희귀질환 연구를 통해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의 공통 기전을 밝혀낸 것은 기초 과학의 힘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교수는 “과거에는 면역억제제로 전체 면역계를 억눌렀지만, 이제는 조절 T세포를 증강하거나 이식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표적 치료할 수 있게 돼 보다 정교하고 부작용이 적은 방향으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도 자가조절 T세포로 발현하는 T세포 수용체를 인위적으로 정상T 세포에 발현하게 한다면 난치병으로 알려진 루프스, 1형 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 등 같은 자가면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T세포를 환자에게서 채취해 증폭시킨 후 인위적으로 수용체를 발현하게 하는 CAR-Treg 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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