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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원대 이지스자산운용, 새 주인은 누구?…한화생명 vs 흥국생명 ‘2파전’

정우성 기자 2025-11-13 18:12:42
▲이지스자산운용 사옥. 이지스자산운용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 작업이 본입찰을 거쳐 막판 단계로 접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의 사실상 양자 대결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 규모가 최대 1조원대에 달하는 초대형 딜인 만큼, 승자가 향후 국내 대체투자 시장 판도를 다시 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98%까지 매각…8000억~1조원대 ‘조 단위 빅딜’

11일 진행된 본입찰에는 한화생명·흥국생명과 함께 글로벌 PEF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싱가포르계 캐피탈랜드 등 외국계 후보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영권 안정성·인허가 리스크 등을 이유로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사실상 후순위로 밀렸고, 실질 경쟁은 두 생보사 중심으로 재편된 상태다.

매각 대상은 고(故) 김대영 창업주의 배우자 손화자 씨 지분(12.4%), 주요 FI 지분을 포함한 지분 66.6%, 여기에 대신금융그룹(9.13%), 우미글로벌(9.08%) 등 태그얼롱이 적용될 경우 최대 98%까지 확대된다.

당초 5000억~6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되던 거래 가치는 최근 실사와 경쟁 심화로 8000억~1조원대까지 상향됐다.

지난해 말 기준 이지스자산운용은 운용자산(AUM) 66조8000억 원, 부동산 펀드 시장 점유율 1위(14.5%)를 기록한 압도적 선두 사업자다. 오피스·물류센터·데이터센터 등 상업용 자산 운용에 특화됐으며, 글로벌 리서치 기관 IREI는 이지스를 아시아 2~3위권 부동산 운용사로 평가하기도 했다.

■ 한화생명 “1조 베팅” vs 흥국생명 “실탄 9000억 확보”

예비입찰부터 가장 공격적인 관심을 보인 것은 한화생명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예비입찰에서 1조원대 가격을 제시한 사실상 단독 ‘원톱’ 후보로 꼽혔다.

한화그룹은 이미 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보유해 이지스 인수 시 그룹 차원의 대체투자 플랫폼 완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기자본 중심의 자금 조달로 재무적 안정성도 부각시킨다.

다만 운용 조직과의 통합(PMI) 과정에서 조직 문화·운용 철학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반면 흥국생명은 ‘실탄 확보’ 전략으로 맞붙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종로 본사 사옥을 계열사 흥국코어리츠에 7193억 원에 매각, 여기에 2000억 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까지 더해 9000억 원대 현금을 확보했다. 사실상 이번 딜을 위한 선제적 재무적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다.

흥국생명은 태광그룹 금융계열사들과의 포트폴리오 연계, 흥국자산운용·리츠 사업 등 기존 대체투자 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다만 자본력 규모·장기 안정성에서는 한화 대비 약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 왜 보험사들이 이지스에 ‘사활’을 거나

보험업권은 장기 부채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 특성상 안정적인 임대수익·자본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 낮아진 금리차·전통 보험사업의 성장 둔화로 대체투자 확대는 필수 전략이 된 셈이다.

삼성생명이 2021년 영국 새빌스IM 지분 25%를 인수한 사례처럼, 대형 보험사들은 이미 글로벌 운용사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최상위 운용 트랙레코드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단숨에 대체투자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자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 시장은 2020년 이후 침체됐지만, 보험사는 오히려 장기 자금 운용 측면에서 지금이 매력적인 진입 시점”이라며 “누가 이지스를 품느냐에 따라 향후 10년 대체투자 시장 지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는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표로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잔금 납입과 함께 거래가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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