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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다락방 투자] 증권가 기술적 분석의 허상…고객은 먹잇감이다

한양경제 2025-11-24 10:48:45
월가는 오늘도 불안을 판다. RSI지수, 이동평균수렴지표(MACD), 볼린저 밴드, 이동평균선 등 이 수많은 기술적 지표는 마치 신성한 것처럼 반복 언급된다. 그러나 그 본질은 심리의 포장일 뿐이다. MIT 출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앤드류 로 교수는 “기술적 분석은 통계적으로 탐지 가능한 패턴은 일부 있으나, 이를 거래 수익으로 전환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Journal of Finance, 2000). 즉, 차트의 곡선은 데이터를 반영할 뿐, 예측하지 않는다.​

증권가의 탐욕이 만든 기술적 예측의 환상

기술적 분석은 어쩌면 금융사의 수익의 상당분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고객이 차트에 집착할수록 거래는 늘고, 증권사는 수익을 올린다. 실제로 한 월가 리서치 관계자는 “고객이 불안해야 거래가 발생한다. 기술 차트는 불안을 자극하는 상업적 장치다”라고 실토했다. 달러화든 나스닥이든, 요동치는 차트는 고객을 유혹하는데는 최고의 ‘시각적 마케팅’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루게릭·멘크호프(Gehrig & Menkhoff)는 2023년에 6천여 개의 매매 규칙을 60년간 추적한 결과, 기술적 규칙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초과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거래비용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대부분 0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기술적 매매가 활발할수록 중개수수료는 증가하고, 고객 잔고는 줄었다.​

달바(DALBAR)의 투자자 행동의 정략 분석(Quantitative Analysis of Investor Behavior)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평균 주식투자자 수익률은 16.54%, S&P 500 수익률은25.05%였다. 격차는 848bp(8.48%), 최근10년 중 두 번째로 컸다. 시장은 상승했지만, 투자자는 스스로의 행동 때문에 손실을 보았다. 특히 2024년 분기마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순 유출되었다. 상승 전까지 ‘공포 매도’를 하고 뒤늦게‘탐욕 매수’한 결과다.​

행동경제학은 이것을 ‘손실 회피와 확증 편향’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은 차트의 단기 신호에서 확신을 찾고, 그 확신을 강화하는 뉴스만 선택해 소비한다. 증권가는 이를 이용해 ‘예측 가능한 공포와 탐욕’을 만든다. 월가는 시장을 움직이는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심리를 조종하는 곳이다.

기술적 분석은 과학이 아닌 심리일 뿐

AI가 인간의 감정보다 냉정할 것이라는 믿음조차 환상이다. 지난해 사이언스 디렉트(ScienceDirect)에 실린 AI 예측 연구는 신경망이 단기 변동은 포착했으나, 장기 시장 예측에는 의미 있는 정확도를 보이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과거 데이터에 맞춘 모델은 절대 미래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는 기술적 분석이 ‘패턴 인식의 환상’임을 다시 입증한다.

투자자 행동 연구로 유명한 달바의 루 하비 CEO는 “투자자들이 시장의 가장 좋은 시기를 놓친 이유는 시장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었다”고 단언한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는“인간은 합리적 투자자가 아니라 이야기를 좇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제 투자자는 금융산업의 구조를 읽어야 한다. 증권가는 변동성을 조장함으로써 존재한다. 그들의 목표는 ‘거래량’이고,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산 증식이다. 이 모순을 인지하지 못하면 우리는 시스템적으로 착취당하고 만다.

피터 린치는 “시장의 방향은 차트가 아니라 이익이 결정한다”고 말했고, 필립 피셔는 “차트 한 장 없는 성장주 분석”으로 시대를 바꿨다. 두 현자는 증권업계가 투자의 본질을 투기적 매매로 왜곡하고 있음을 이미 지적했다. 투자의 본질은 행동이다. 장기 복리의 적은 시장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다. 달바의 데이터를 행동경제학적 언어로 재해석하면, 개인 투자자는‘시장 타이밍 환상’으로 연간 약 30%의 누적 복리 수익을 잃는다. 우리는 스스로의 손으로 자신의 기대수익률을 깎아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행동주의 시장경제학자로서 바라 본 투자자의 자세

기술적 분석이 유행을 만든다면, 행동주의 투자는 생존을 만든다. 탐욕에 흔들리지 않는 인내, 그것이야말로 시장을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시장 분석가로서, 필자는 기술적 분석을 거래가 아닌 행동의 데이터로 본다. RSI나 MACD는 투자자의 공포와 탐욕을 시각화한 심리 계수다. 차트는 시장의 거울이 아니라 대중 심리의 궤적이다. 

시장에 휘둘리는 객체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기업의 실적, 경영진의 자본 배분, 산업의 구조변화, 이것이 투자자의 데이터다. 차트가 아니라 가치, 확증이 아니라 의심, 타이밍이 아니라 시간. 그것이 행동주의 투자경제학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지성이다.

2024년 개인투자자는 시장 상승 분의 3분의2만 거두었다. 나머지 3분의1은 탐욕이 만들어낸 월가가 가져갔다.​ 현대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의 거장이자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지속적인 초과 수익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은 공포와 탐욕”이라 지적했다. 시장의 적은 변동성이 아니라 본능이며, 이 본능을 교정하는 지성적 통찰이 장기 수익의 유일한 원천이다. 

인내는 숫자를 이긴다. 장기 복리의 결정력은 차트가 아닌 판단력이다. 증권가의 호들갑을 차단하고, 기업의 본질에 귀 기울여라. 증권업계의 탐욕을 넘어서는 유일한 방법은 냉정한 행동경제학적 통찰이다.

그것이 투자자의 품격이며, 인간의 탐욕이 구조화된 자본시장에서 당신이 목숨걸고 이룬 자산을 지키고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서재익 한양경제 금융 에디터. 한양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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