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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모셔라'…증권사, 캐시 카우 '패밀리 오피스'로 정면 승부

고령화와 창업 1세대 은퇴 맞물려 자산 승계 수요 폭발
삼성·NH·한국투자·미래에셋 등 대형사 선도, 메리츠·현대차 등 중견사 가세
세무·법률·글로벌 투자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종합 솔루션 제공
금융당국, 8년 만에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재개하며 제도적 기반 마련
“0.08% 초고액자산가가 국내 금융자산 36% 보유”…증권사 성장 전략 핵심
정우성 기자 2025-09-25 16:47:09
▲신한 프리미어 청담금융센터 커뮤니타스 라운지. 신한투자증권

국내 증권사들이 초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패밀리 오피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패밀리 오피스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적 투자 자문사를 말한다.

급격한 고령화와 창업 1세대의 은퇴, 그리고 젊은 기업가들의 자산 승계 및 글로벌 투자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단순한 자산관리(WM)를 넘어선 종합적이고 고도화된 솔루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세무·법률·상속·글로벌 투자까지 포괄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패밀리 오피스 전용 점포 개설과 해외 투자은행(IB)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초고액 자산관리의 진화: 왜 패밀리 오피스인가?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패밀리오피스 금융종합컨설팅팀을 설립할 예정이다. 현재 해당 부서를 이끌 이사 이상 급을 충원 중이다. 

앞서 삼성증권은 2020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고액자산가 전담 브랜드인 SNI(Success & Investment)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해왔다. SNI는 기업 오너를 위한 M&A·IPO 지원은 물론 유언장 작성과 상속 설계까지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기관투자자 전용 상품을 개인에게 개방해 소규모 투자자들의 공동 투자나 클럽딜 참여 기회를 열어주며, 골드만삭스·칼라일·MBK파트너스 등 글로벌 IB와 손잡고 사모 대체펀드 상품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NH투자증권은 2021년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조직을 HNW(High Net Worth)지원부로 확대 개편했다. 현재 약 200개 가문을 관리하고 있으며, 세무·부동산·법인 설립 등 전문 영역별 전담 조직을 운영한다. 한국투자증권은 2023년 GWM(Global Wealth Management) 본부를 신설해 매년 소수의 가문을 선정, 글로벌 투자와 절세 전략, 부동산 컨설팅, 연간 자산 리뷰를 제공하고 있으며, 골드만삭스·칼라일그룹·캐피털그룹 등 글로벌 IB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부문을 신설하고 올해 강남에 첫 패밀리 오피스 지점을 개설했다. 전문가 그룹인 MP위원회를 구성해 모델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미국 진출·관세 정책 대응 등을 주제로 한 VIP 세미나를 개최하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증권은 전담 부서를 하나더넥스트실로 격상하고 자체 알고리즘과 AI 기반 투자 성향 분석을 활용해 세대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신한은행과 협업을 통해 자산관리 총괄 조직을 출범시키고, 세무·부동산·자산배분 전문가 100여 명으로 구성된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를 신설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메리츠증권, 현대차증권 등 중견사들도 적극 가세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여의도와 강남에 PIB센터를 출범시켜 IB 딜과 자산관리를 연계한 서비스를 내놓았고, 현대차증권은 미국 부동산 전문업체 코리니(KORINY), 법무법인 태평양과 업무협약을 맺어 초고액자산가 고객에게 상속·증여, 지배구조 개편, 기업가치 평가 등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

업계가 패밀리 오피스 시장에 사활을 거는 또 다른 이유는 제도적 환경 변화다. 금융당국이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8년 만에 다시 열면서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먼저 신청서를 제출했다. IMA는 은행 예·적금과 유사한 원금보장형 구조를 갖추면서도 3~8%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상품으로, 고액자산가뿐 아니라 일반 리테일 투자자까지 아우를 수 있어 증권사들의 기대감이 크다.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패밀리 오피스 강화 흐름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증권업계의 사업다각화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견인할 구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자산 100억 원 이상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0.08%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국내 금융자산의 36%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소수지만 막대한 자산을 쥔 초고액자산가를 붙잡는 것이 증권사의 장기 성장 전략에서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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