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기기 시장의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이를 전달하는 전력기기의 필요성이 커진 결과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 성장에 날개를 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수요는 2026년까진 3만2,523테라와트시로 증가할 전망이다. 2022년 2만8,510테라와트시로부터 4년 만에 12% 넘게 증가한 수치다. 2027년까지는 전력 수요가 연평균 약 4% 증가할 전망이다.
전력 수요 증가와 함께 전기 에너지를 변환하거나 제어하는 전력기기 시장도 커지고 있다. 전력기기가 전력 생산, 송전, 배전, 소비까지 전력 시스템 전반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전력기기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연평균 4.87% 성장해 420억6,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전력기기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전력 수요 증가는 AI 발전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AI 발전과 함께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이 커졌고 데이터센터는 대량의 전력을 소모한다. 2024년 약 415테라와트시였던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30년까지 약 945테라와트시로 증가할 전망이다.
김광식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 시장은 2022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사이클이 시작돼 거의 4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이라며 “못해도 2030년까지는 성장이 일어나는 상황이고 여기에 지금의 데이터센터 수요나 전기료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2035년, 2040년까지 성장 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 전력기기 업체, 초고압 변압기 증설에 집중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시장 성장에 맞춰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대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초고압 변압기 증설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수익 품목인 변압기는 두 개 이상의 코일을 사용해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장치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고전압 전기를 산업 현장에 사용 가능한 전압으로 낮출 수 있다.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미국에서 변압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해당 품목에 대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셈이다. 미국의 초고압 변압기 수입 규모는 2024년 29억1,000만달러로 2022년 12억3,000만달러에서 2배 넘게 커졌다.
이에 맞춰 효성중공업은 창원공장을 2025년 상반기 중 증설을 완료했고 미국 멤피스 공장에 대해 2026년 증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울산과 미국 앨라바마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 중이다. LS일렉트릭은 2026년에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연간 2,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김광식 연구원은 “기업의 성장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스탠스는 보수적”이라며 “이 사이클은 폭발적으로 외형이나 이익이 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길게 가는 변압기 사이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미국 시장 중심 수출…유럽도 수출 확대 기회
미국에 더해 유럽의 변압기 시장도 성장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변압기 시장은 2034년까지 연평균 7.7% 성장해 257억달러가 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유럽 변압기 시장은 연평균 8.1% 성장해 2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가 미국 만큼 유럽 변압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이미 유럽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를 노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업체들로는 기존 북미 시장을 대신할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김광식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북미가 강하게 갈 것이고 유럽에 중국산 변압기에 대한 수입 제한 등의 조치가 나오면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 중국이 많이 나가는 상황에서 굳이 유럽으로 확장할 요인은 많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이 중국산 전력기기에 제한을 걸 가능성도 있기에 국내 업체들의 유럽 시장에 대한 확장성이 적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김광식 연구원은 “독일, 프랑스, 핀란드 등 북서 유럽 선진국에서는 중국산 변압기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어 충분히 진출할 수는 있다”며 “유럽으로 본격적인 확장이 지금보다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미국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거고 늘어나는 시점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전력기기 업체, 실적 기반으로 지속 성장 전망
전력기기 업체들의 성장 전망도 밝다.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환경이 조성돼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련 업체들의 주가와 실적도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 1년간 효성중공업의 주가 최고치는 올해 9월 23일 149만8,000원으로 최저치인 지난해 10월 4일 34만1,500원에서 77.2% 올랐다. 같은 기간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는 올해 4월 7일 26만4,500원의 최저치에서 같은 해 9월 23일 62만4,000원의 최고치로 57.6% 증가했다. LS일렉트릭의 주가도 지난해 11월 22일 13만900원의 최저치에서 올해 8월 5일 33만4,000원의 최고치로 60.8% 커졌다.
실적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24년 매출이 4조8,950억원으로 12.1% 올랐다. 영업이익은 3,625억원으로 2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HD현대일렉트릭의 매출은 3조3,223억원으로 18.6% 늘었다. 영업이익은 6,690억원으로 52.8% 증가했다. LS일렉트릭도 매출은 7% 오른 4조5,518억원, 영업이익은 16.6% 오른 3,897억원을 기록했다.
김광식 연구원은 “주가 측면에서는 얼마나 선반영을 했는지 시장 수요가 어떻게 포커싱이 달라지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최소한 기업 실적 측면에서는 우려할 부분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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