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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철강 관세에 직면한 국내 업체…‘친환경 철강’ 개발만이 살길

EU, 철강 관세 50% 상향·무관세 쿼터 절반 축소
미국 이어 수출 경쟁력 악화…지원 법안 연기 중
“국내 업체 대응 방안 친환경 철강 경쟁력 강화”
하재인 기자 2025-10-03 07:32:13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국내외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 업계에 유럽연합(EU) 철강 관세 인상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철강 수출에 제한이 걸릴 경우 수익성 약화라는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U 집행위원회는 10월 7일에 수입상 철강 관세를 50%로 상향하는 철강 부문 정책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패키지에는 무관세가 적용되는 철강 수입 쿼터 물량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내용도 포함된다.

현재 EU는 2018년부터 국가별로 지정된 쿼터까지는 무관세로 수입하고 초과 물량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를 운영 중이다. 해당 제도는 2026년 6월 30일 만료된다.

실제 EU가 철강 부문 신규 패키지를 적용한다면 유럽에 수입되는 철강은 EU 세이프가드가 적용되는 현재보다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규제에서 제외되는 물량은 줄은 반면 관세는 2배로 오르기 때문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쿼터가 절반으로 축소되고 쿼터 외 물량에 50% 관세가 부과된다면 전체 철강 수출의 25% 관세 부과와 같은 효과일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강재 명목소비 추이. 한국철강협회, 포스코경영연구원 갈무리

◆ 국내 시장 침체 속 철강 수출 경쟁력 악화

이번 EU의 새로운 수입산 철강 규제 정책은 수출 비중이 적지 않은 국내 업체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철강 수요가 침체된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수출 시장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와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강재 명목소비는 4,700만톤으로 2023년 5,200만톤에서 약 500만톤이 감소했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4,500만톤에 근접한 수치다.

국내 시장의 침체에 더해 수출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현재 한국 철강 생산량의 전체 수출 비중이 약 40%에 달하지만 최대 수출국인 미국은 철강 제품에 대해 50%의 품목관세를 부과 중이다.

이에 더해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EU 대상 철강 수출액은 44억8,000만달러로 미국의 43억4,700만달러보다 많았다. EU의 수입 철강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주요 수출국들에 대한 시장 경쟁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이재윤 실장은 “미국도 막히고 유럽도 그렇게 된다면 한국 철강 수출이 30~40%를 차지하는데 주요 시장이 다 막히게 된다”며 “현재 수요자한테 관세를 전가할 수 있는 경쟁력을 높이는 것밖에는 대응 방안이 없다”고 진단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 4일 K-스틸법 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어기구 의원 페이스북

◆ 수출 경쟁력 악화 전망에 정부 빠른 지원 필요

주요 철강 수출 대상국들의 관세 부과에 국내 개별 업체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정부의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올해 8월 4일 국회에서는 어기구 더불어민주당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등을 포함한 국회의원 106명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법안에는 인프라 확충 및 세제 지원과 불공정무역 대응 및 수입 규제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철강 업계에서는 특별법의 빠른 통과를 통한 실질적인 지원을 기대했지만 법안 통과는 계속해서 미뤄졌다. 8월에 발의된 해당 법안은 10월에 들어서도 여전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 심사에 머물렀다.

법안 통과 과정 중 사실상 첫 단계인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의결도 거치지 못한 만큼 철강 업계에 대한 지원은 EU의 수출 제한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국내 철강 업체들은 정책 지원을 받기도 전에 수익성 악화 환경에 직면하는 셈이다.

이재윤 실장은 “수출에 단기적으로 경영상 자금 부담이 생길 경우에는 지원 같은 것이 필요하고 경쟁력 강화 대책, K-스틸법 등이 조속히 마련돼 시행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생산 물량도 어떻게든 소화시켜야 되는데 여전히 수입 물량이 많기 때문에 국내 시장 방어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포스코 하이렉스 방식 개요도. 포스코

◆ 국내 업체 대응 방안은 친환경 철강 경쟁력 강화

유럽의 철강 수출 제한에 국내 개별 업체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친환경 철강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제시된다.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인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CBAM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의 6개 품목에 대해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수출되는 철강의 경우 친환경 전환을 하지 않을 경우 관세에 더해 탄소세까지 부과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50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며 규제가 강화되는 중이다. 이에 향후에는 친환경 철강 개발에 앞선 국내 업체가 보다 유리한 입지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파이넥스 기반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를 개발 중이다.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도 설립했다. 여기에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실증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탄소저감 제품 브랜드인 하이에코스틸을 2026년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에코스틸은 탄소저감 전기로 쇳물을 고로 쇳물이 들어있는 전로에서 혼합하는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로 생산한 제품이다. 기존 고로재 대비 20% 이상 탄소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

동국제강은 2023년부터 저탄소 철강을 생산하는 하이퍼 전기로를 개발하고 있다. 하이퍼 전기로는 폐열을 활용해 전기로 공정의 통전 시간을 5분 이상 단축해 탄소 사용량을 줄이게 된다. 2028년까지 연구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윤 실장은 “유럽은 CBAM도 있기 때문에 두 가지가 동시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적으로도 탄소 규제가 세지고 있으니 돌파구를 친환경 쪽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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