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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SK실트론 인수 '반도체 승부수'...수소·반도체 투톱 전략 속도

SK실트론 인수전 참여…반도체 확장위한 공격적 경영
정우성 기자 2025-10-02 12:19:12
▲SK실트론 경북 구미 본사. SK실트론

두산그룹이 SK그룹의 웨이퍼 제조 자회사 SK실트론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박정원 회장의 ‘반도체 드라이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두산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한다. 이미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강자인 테스나를 인수한 데 이어 웨이퍼 생산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소재–후공정–에너지’로 이어지는 신성장 축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 SK실트론 인수전 가세…과거 SFA반도체 인수설 이어 테스나 인수

1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70.6%를 매각하기 위해 두산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도 이날 공시를 통해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SK실트론 기업가치를 약 5조원 수준으로 평가하지만, 약 3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고려하면 실제 거래가는 1조5000억~2조원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SK 측은 최소 3조원 이상을 원하고 있어 가격 합의가 인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두산의 인수 참여는 반도체를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전략적 행보와 맞물린다.

두산은 앞서 반도체 업종 M&A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과거 업계에서는 두산이 SFA반도체 인수한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비록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당시부터 두산이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는 방증이다.

이후 2022년 두산은 국내 반도체 테스트 1위 기업 테스나를 약 460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 시장에 뛰어들었다. 테스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CIS(카메라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분야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3년에는 이미지센서 후공정 전문기업 엔지온을 인수, 테스트 및 패키징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의 서안성사업장. 두산

◆ 공격적 M&A로 신성장 축 다변화...루빈 CPX와 CCL 수요 확대

두산그룹은 반도체뿐 아니라 에너지와 로봇, 수소경제를 중심으로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소형모듈원전(SMR)과 수소연료전지, 수소 혼소 가스터빈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그룹의 ‘산업기계–로봇–에너지’ 3각 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톱4에 진입, 미래 제조업 자동화 수요에 대응할 채비를 마쳤다.

두산의 자체 반도체 사업도 순항 중이다. 최근 북미 반도체 기업이 공개한 차세대 GPU 칩 ‘루빈(Rubin) CPX’와 새로운 서버 아키텍처 도입이 국내 PCB·CCL(동박적층판) 수요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 속에서, 두산은 이미 테스트·후공정·소재 분야에 걸친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일 보고서를 통해 "9월 공개된 루빈 CPX 칩은 대규모 AI 학습과 추론에 특화된 신제품으로, ‘VR200 NVL144 CPX 서버랙’에는 8개의 루빈 CPX GPU가 탑재된다"면서 "이에 따라 4개의 신규 CPX 보드가 추가되고, 루빈 GPU·베라(Vera) CPU와 CPX GPU를 연결하기 위한 미드플레인 PCB가 새롭게 도입된다. 이 과정에서 CCL 사용량이 늘어나 두산의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루빈 CPX는 메모리 비용 절감을 위해 HBM 대신 GDDR7을 채택했다. 글로벌 GDDR용 CCL 시장에서 두산이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두산의 SK실트론 인수가 성사될 경우, 그룹의 반도체 사업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내다본다. 단, 인수자금 조달과 향후 통합 시너지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박정원 회장이 강조해온 ‘수소·반도체·로봇’ 3대 축 전략은 SK실트론 인수 여부에 따라 더욱 구체적인 성장 로드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두산이 과거 SFA반도체 인수설에서 드러난 잠재적 의지를 현실화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 아래 에너지(SMR, 수소)와 로봇(두산로보틱스), 반도체(PCB·CCL 및 M&A)를 미래 3대 핵심 축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SK실트론 인수 추진은 그룹의 반도체 위상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캐시카우를 현실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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