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인프라 확대와 차세대 반도체 수요 급증이 맞물리면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고대역폭 메모리(HBM)4, DDR6, GDDR7 등 차세대 메모리 채택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사이클 대비 공급망 다변화와 국산화율 상승이 동반되면서 한국 소부장 기업들의 실질적 성장 기회가 더 큰 상황이다.
◆ PCB·패키징 강자, 서버·AI 시대의 숨은 수혜...첨단 소재·화학, 차세대 메모리 필수
인공지능(AI) 서버 확산과 함께 PCB·패키징 기업들의 성장성이 두드러진다. 대덕전자는 고다층 PCB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엔비디아·AMD향 AI GPU 수요 증가의 직격탄 수혜가 예상된다. 비에이치는 플렉시블 PCB(FPCB)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반도체 패키징 보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전장·스마트기기 수요를 동반 흡수 중이다. 코리아써키트, 이수페타시스, 티엘비 역시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산 속에서 초고다층 기판 매출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수페타시스는 네트워크용 PCB 분야에서 글로벌 톱3로, 미국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하나마이크론 역시 HBM 및 AI 추론 시장 확대와 관련된 후공정 분야 수혜주다.
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26일 보고서에서 "하나마이크론은 후공정 생산업체로서 외주 물량 증가에 따른 낙수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며 "최근 주가 우상향 중이지만 실적 성장세, 밸류에이션 고려 시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소재 기업에도 호재다. SKC는 동박·CCL 등 배터리와 반도체 기판 소재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로, GDDR7 및 고성능 패키징 수요 증가에 맞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KC는 유리기판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김종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9월 30일 'AI시대 HBM반도체 패키징 공정 핵심 기술' 세미나에 참석해 "반도체 패키징 유리기판은 현재 우리나라가 가장 적극적이고 앞서고 있어 유리기판 시장을 국내 업체가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소규모 양산체제를 이미 미국에 구축하고, 대규모 양산으로 전환하기 위해 최근 자금 조달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켐트로닉스는 디스플레이·반도체 화학 소재를 동시에 보유, 삼성전자와 협력 구조가 강화되는 국면이다. 와이씨켐은 CMP 슬러리 국산화로 주목받고 있으며, 두산파미셀은 반도체·배터리 원료로 확장 가능한 원료 기술을 확보했다. 소재 국산화 흐름은 슈퍼사이클이 길어질수록 가시적 매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 후공정·테스트, 안정적 성장세...장비·검사 장비, AI 고도화의 핵심
슈퍼사이클은 단순히 메모리 생산기업만이 아니라 테스트·후공정 수요도 폭발시킨다. 두산테스나는 AP·CIS 등 시스템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1위 업체로, AI·모바일 수요가 늘수록 물량이 확대된다. 네패스는 패키징 전문기업으로, 팬아웃(Fan-out)·패널레벨 패키징 분야에서 선도적 기술력을 보유했다. 네오셈은 메모리 반도체 번인·테스트 장비 글로벌 강자로, HBM·DDR6 양산 확대와 직결된다. 리노공업은 테스트 소켓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췄으며, 디아이는 메모리 테스트 장비 대표주다. 엘비세미콘 역시 파운드리 패키징 강자로, 해외 고객 확대에 나서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 공정 정밀화는 장비·검사 업체들의 투자 매력도를 높인다. 필옵틱스는 레이저 가공 장비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공정을 동시에 잡고 있으며, HB테크놀로지는 패키징 검사장비 글로벌 강자다. 기가비스는 메모리·비메모리용 검사장비를 동시 공급, AI 반도체의 범용화 속에서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오킨스전자는 테스트 인터페이스 전문기업으로, 리노공업과 함께 필수 생태계를 구성한다.
◆ IP·설계, AI 칩 국산화와 동반 성장...산업 다각화와 융합, 新성장 축
슈퍼사이클은 팹리스·설계 단계까지 확산된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반도체 IP 전문기업으로, 저전력 AI 반도체 설계 경쟁력 강화와 맞닿아 있다. 가온칩스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으로, AI·자동차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며 삼성 파운드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간다.
전통적 전자·보안 분야 기업도 수혜 가능성이 있다. 한화비전은 보안·CCTV 전문기업이지만, 반도체 기반 영상처리 기술 수요 확대와 함께 반도체 산업 생태계 확장에 연계될 수 있다. 두산테스나와 함께 두산그룹 계열은 반도체 분야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그룹 차원에서 ‘수소–에너지–반도체’ 3대 축을 강화하는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 메모리 슈퍼사이클, 소부장의 황금기
과거 메모리 사이클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메이커 중심의 ‘가격 사이클’이었다면, 이번 슈퍼사이클은 AI·차세대 서버·전장·클라우드 등 구조적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 이는 소재–부품–장비 전반에 걸친 투자 기회로 이어지며, PCB·테스트·소재·검사 장비·설계까지 국내 소부장 기업 전반이 수혜를 공유하는 구조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9월 29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M15X와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 투자가 시작되면 관련 공시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며, 메모리의 견조한 업황을 고려하면 소부장 업체들의 주가 조정시 매수를 추천한다"고 짚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덕전자·이수페타시스·네패스·네오셈·리노공업·SKC·두산테스나 등 핵심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가온칩스·오픈엣지테크놀로지·한화비전 같은 성장 신흥주까지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반도체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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