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글로벌 기업의 로봇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다. 시장 확대와 함께 로봇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주목도 올라가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현지시간 8일 스위스 아세아 브라운 보베리(ABB)의 로봇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인수 금액은 54억달러(약 7조6,000억원)다. 소프트뱅크는 2026년 안에 ABB 로봇 사업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ABB는 직원 7000명 규모로 전력, 자동화 기술, 로봇공학을 주력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이번에 매각되는 로봇사업부는 2024년에 매출 23억달러(약 3조2,660억원)와 12.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26년까지 별도 상장 회사로 분사될 예정이었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로봇 사업부 인수와 관련해 인공 초지능(ASI) 실현 전략의 일환으로 AI 로봇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ASI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지능을 가진 인공 지능(AI) 시스템을 의미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성명을 통해 “소프트뱅크 그룹의 다음 목표는 피지컬 AI”라며 “ABB 로보틱스와 함께 공통의 비전 아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재를 결집하고 ASI와 로보틱스를 융합해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획기적인 진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AI 발전에 맞춰 로봇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이를 위해 기존 경쟁력 있는 업체 인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수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자체적으로 로봇 R&D 등을 하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로봇 전문 글로벌 기업들을 인수해 기술력을 빨리 내재화해 진출하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로봇 산업이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첨단 기술들을 획득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을 인수한 케이스”라고 분석했다.

◆ 국내외 기업 로봇 전문 업체 인수 확대
실제 국내외 기업들은 기존 로봇 전문 업체들을 인수하며 로봇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사업부를 마련하기보다 인수를 통해 로봇 R&D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중국 가전제품 제조업체 메이디 그룹은 2016년 독일 산업용 로봇 제조사인 쿠카의 지분 25.1%를 12억유로(약 1조5,3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메이디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도 진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6월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약 11억달러(약 1조2,500억원)에 인수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은 올해 말부터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동차 생산 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박상수 연구원은 “최근에는 서비스용 로봇으로도 제품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고로봇 성능도 피지컬 AI가 접목되면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기업들은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 판단하고 로봇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해 스타트업이나 글로벌 기업들을 인수해 새로 산업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서비스 로봇·협동로봇 성장 전망
전 세계 기업들이 로봇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향후 로봇 시장에서는 서비스용 로봇과 협동로봇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AI 등의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가 로봇 도입의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서비스 로봇과 협동 로봇이 이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로봇은 제조 공정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의미한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32년까지 연평균 19.2% 성장해 9,900억달러가 될 전망이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이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협동 제조 로봇 시장이 2034년까지 연평균 10.5% 성장해 3억2,91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상수 연구원은 “로봇 도입은 저출산 고령화, 생산 가능인구 감소, 인건비 상승, 삶의 질 향상 등 메가 트렌드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용 로봇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국내 시장에서는 일반 전통 산업용 로봇보다 협동로봇 시장이 커지고 전문 서비스 운송이나 물류 중심 성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협동로봇·물류 배송 서비스 로봇 성장 유력
국내에서도 협동로봇과 물류 배송 서비스 로봇의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이 중 협동로봇의 경우 두산로보틱스와 뉴로메카 등이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물류 배송 로봇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로는 클로봇과 로보티즈 등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물류 및 운송 과정에서 물건을 팔레트에 정렬하거나 적재하는데 특화된 협동로봇을 제공 중이다. 뉴로메카는 '인디' 시리즈 등을 제공 중이며 올해 2세대 협동 로봇 국산화에 성공했다.
클로봇은 AI와 로봇을 결합한 물류 자동화 솔루션 기업으로 물류 자동화를 컨설팅하고 시스템을 구축한다. 로보티즈는 자율주행 로봇 '개미'를 활용해 실내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상수 연구원은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은 일본과 독일이 강세고 협동로봇은 두산로보틱스나 뉴로메카가 어느정도 네임밸류가 있고 경쟁력 있다고 평가된다”며 “전문 서비스 영역 쪽에서는 실내외 물류 배송로봇 등 일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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