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면문자 규격화·표준화’와 ‘디지털 전수검사’를 국토교통부 장관과 경찰청이 공동으로 주도해야 한다는 도로 업계의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일선 발주·감독 공무원에게까지 적극행정 방침이 명확히 전달될 수 있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언급된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차선과 규제 표시의 정의와 색·도료·관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문자’ 표시에 대해서는 서체·크기·장평·획두께·배열 등 핵심 요소의 구체적 기준이 부족하다.
이에 노면표시는 △규격 부재 △수작업 관행 △품질 편차 △감독 공백 △자율주행 대응 한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노면문자는 11개 한글 예시와 숫자(0–9) 예시 수준으로 서체·크기·장평·획두께·배열·원근 보정 등 실무 규격이 없다. 이에 동일 문구라도 지자체·사업장마다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다. 도로표지판이 2010년부터 한길체를 도입해 통일성을 확보한 것과 대조적이다.
무인화 되지 않은 노면표시 공사는 100%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이에 작업자는 최소한의 코너·표지판만으로 차량이 달리는 도로 위에서 장시간 노출된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고속도로 작업장에서는 사망사고를 포함한 사고가 다수 발생했다.
야간과 우천시에는 노면표시의 가독성이 저하되고 운전자의 판독 오류가 증가한다. 유리알 반사재인 비드 도포가 문자 형상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검사 없이 사진 위주의 준공보고로 대체되는 관행도 지속되고 있다. 표준도면·검사 기준이 미흡한 것이 원인이다.
자율주행 인지센서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노면문자가 선명하고 규격화되야하지만 현재 체계의 가독성·대비·형태 안정성은 미흡하다.
◆ 노면문자 규격 제정 법제화·디지털 전수검사·시공 안전 무인화 필요
도로 업계에서는 현재 노면문자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면문자 표준 규격의 제정 및 법제화 △디지털 기반 전수검사와 준공 데이터 의무화 △시공 안전의 무인화·반자동화 전환을 제안했다.
이를 국토교통부 장관의 훈령·지침과 경찰청 도로교통공단의 협업으로 신속히 현장에 안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노면문자 ‘국가표준안’ 수립 및 법제화에서는 한글·영문·숫자 전 자모에 대한 표준 도안(그리드)과 최소·권장 크기, 장평, 자간, 획두께, 획단 처리(라운딩/스퀘어), 스트로크 대비를 규정하도록 한다. 주행 속도·시야각·차로 폭에 따른 원근 보정(퍼스펙티브) 규칙을 마련해 도안과 시공 간 형상 일치를 확보해 속도대응 원근보정도 확보한다. 도료 성능, 색좌표, 초기·유지 반사성능(야간·우천 가시성)은 항목화한다. 비드 입경·혼합비·도포량의 허용오차도 명시한다. 표준도면에서는 CAD/BIM 기반 표준도면과 시방서를 제공해 설계·발주·시공·검사의 기준점을 일원화한다. 여기에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및 관련 고시·예규에 ‘노면문자 표준’ 조항 신설로 현장 적용을 강제하도록 법제화한다.
디지털 전수검사와 준공데이터 의무화에서는 시공 전중후 드론·차량·웨어러블·차량탑재 카메라로 취득한 이미지·좌표 데이터를 위치기반 메타데이터를 포함해 표준 포맷으로 제출하도록 의무화해 100% 성과품 데이터를 내놓는다. 문자 윤곽·크기·장평·획두께·좌표 오차와 비드 도포 균일도 등을 AI로 자동 판독하고 허용오차를 벗어나면 자동 재시공·보수 트리거를 발동하는 자동 판독도 마련한다. 준공검사는 검사서에 현장 스캔 결과 전후 비교, 반사성능 시험 결과, 시공장비 로그를 첨부하고 감독기관이 표준 체크리스트로 합·부를 판정해 투명화한다. 성과품 데이터를 디지털 트윈에 축적해 마모·오염·반사도 저하를 예측·보수에 활용하는 유지관리 연계도 진행한다.
시공 안전의 무인화·반자동화 전환의 경우 로봇/반자동 페인팅 장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인력의 차도 상 노출을 최소화하는 로봇 페인팅 도입을 실시한다. 이동식 차로차단(버퍼 트럭), 전광표지(VMS), 콘 IoT, 지오펜싱을 연동해 작업구간 접근 차량에 조기 경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보호구간도 마련한다. 로봇 운용·품질검사 교육과정도 신설한다. 일정 규모 이상 공사에는 자격 보유자를 의무 배치한다. ‘근로자 차도 노출시간’, ‘접근차량 역침투 경보 건수’, ‘야간 가독성 유지율’ 등 핵심 안전·품질 지표로 관리하는 KPI도 준비한다.

◆ 거버넌스·적극행정 전달체계 마련…국토부·경찰청·지자체 역할 필요
도로 업계는 거버넌스와 적극행정 전달체계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표준 규격·검사 기준·안전 장비 도입 로드맵을 통합 고시·예규로 제정하는 국토교통부 장관 지침을 제안했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이 협업해 설치·표지 체계와 교통안전 기준의 정합성을 확보하고 단속·계도 기준을 현장에 공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자체와 발주청에는 표준 시방서·도면·체크리스트를 행정망으로 일괄 배포하고 발주·감리·시공 전 과정에 의무 적용을 명시하도록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준 준수도·사고감소율을 지표로 우수기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도 요청했다.
제도 개선을 위한 추진 일정은 올해 4분기부터 2027년까지로 제시했다. 올해 4분기 표준안 공표와 지자체·고속도로 각 3개 권역 시범사업 착수를 시작으로 2026년 상반기에 법령·고시 개정 완료하고 표준 앱·서버·검사도구 배포 등 전수검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6년 하반기에는 로봇·반자동 장비 보급을 지원하고 교육·자격제를 시행할 것을 요청했다. 2027년에는 개선안을 전국에 확대 적용하고 데이터 기반 유지관리로 전환할 것을 추천했다.
◆ “국토부·경찰청 협렵 없이 현장 관행 바꾸기 어려워”
업계에서는 노면표시 개선을 통한 기대 효과로 △중대재해 감소 △가독성·판독성 향상 △행정 신뢰 제고 △자율주행 대응을 전망했다.
작업자 차도 노출 최소화와 스마트 보호구간 운영으로 작업장 사고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축소하고 속도·시야각 대응 원근보정과 반사성능 관리로 야간·우천 시 시인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전수검사와 데이터 기반 준공으로 감독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 규격화된 문자·표식이 인지센서 학습·판독의 기준점이 돼 미래 모빌리티 안전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도 개선에는 국토부 장관의 결단과 경찰청의 적극 협업 없이 현장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업계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 담당자가 사망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신기술이 있어 도입을 검토했지만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기존 업체들의 민원이 많아 결국 도입하지 못했다는 증언을 소개했다.
서울시 의회가 공사 중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신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 개정을 준비 중이지만 중앙정부의 기술 도입은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토부와 경찰청이 공동 명의로 ‘노면문자 규격화·전수검사·안전무인화’ 3대 정책을 선언하고 전국 지자체와 유관기관에 즉시 시행 가능한 체크리스트와 표준 자료를 하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담당 공무원에게는 적극행정 면책과 성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노면문자를 시공하기 위해 작업자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며 “규격화와 전수검사, 로봇 기반의 안전무인화가 함께 추진될 때 국민이 체감하는 교통안전의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