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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취지는 공감…속도·방식엔 신중 모드

자사주 비중 높은 지주사들, 소각 가능성 속속 시사
상장사 62% “의무화 반대”…불확실성 여전히 존재
전문가 “예외 설계가 관건…기준 명확해야”
정우성 기자 2025-11-19 15:15:33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올해 12월까지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주요 대기업들은 대체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행방식’과 ‘속도’에 대해선 신중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개정안의 뼈대는 명확하다. 신규 매입 자사주는 물론 기존 보유분까지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되, 기업별 사정에 따라 유예기간과 예외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자사주 비중이 큰 기업에는 더 넓은 유예기간을 부여하거나, 기존 자사주를 처분할 때 신주 발행 절차를 준용해 특정인에게 배정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방식도 검토 대상이다. 

스톡옵션·우리사주조합 등 보상 목적 자사주는 예외, 반면 경영권 방어 목적의 활용은 전면 금지한다는 것이 당의 기본 원칙이다. 민주당은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 돼 왔다고 보고 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예산안 처리 직후 바로 논의에 착수해 연내 통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장은 자사주 비중이 높은 몇몇 대기업 지주회사에 주목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소각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15%가 자사주인 롯데지주도 자사주 소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고정욱 롯데지주 사장은 지난달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시간을 갖고 기존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맞다”며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으며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사주 비중이 25%에 달하는 SK㈜ 역시 소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장용호 SK㈜ 대표이사(CEO)는 지난 7월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소각 시점과 규모를 검토하겠다”며 “주주들의 기대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 보유 자사주 24.8%가 시장에서 재평가될 것”이라며 “향후 매년 시총의 1~2%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나 추가 배당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미 선제적으로 소각에 나선 기업도 있다. ㈜LG는 지난 8월 보유 자사주의 절반(보통주 기준 1.93%)을 소각했다. 나머지 지분도 소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LS도 전체 발행주식의 약 3.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올해와 내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소각할 계획이다. LS 측은 한양경제와 통화에서 “나머지 자사주 처리 방안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 전체의 기류는 여전히 복합적이다. 대한상의가 자사주 비중 10% 이상 상장사 10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다. 찬성은 14.7%에 그쳤다. 주요 반대 이유는 ▲경영 전략상 자사주 활용 제한(29.8%) ▲경영권 방어 약화(27.4%) ▲주가 부양 수단 축소(15.9%) 등이었다.

정책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이 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느끼는 제약과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입법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예외 설계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의 활용 예외를 인정하면서도 소각을 의무화하는 구조는 해외에서도 유례가 드물다”며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떤 절차로 승인할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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