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AI 인재 유출로 인한 두뇌 적자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STEM 프로그램 도입을 통한 AI 인재 양성 계획을 발표했지만 인재 유출이 계속될 경우 정책 효과가 빛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가 올해 4월 7일 발간한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인구 1만명당 인공지능 분야 인재 순유출은 0.36명을 기록했다. 2023년 0.3명에서 늘어난 수치다.
이는 2022년 이후 순유출국으로 전환된 이후 인재 유출이 심화된 결과다. 과거 한국은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0.23명과 0.04명의 순유입을 기록한 인재 유입국이었다.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0.04명과 0.3명의 순유출을 기록하며 인재 유출국으로 전환했다.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AI 인재 순유출입 순위도 악화되고 있다. AI 인재 순유출국으로 전환된 2022년 한국의 순유출입 순위는 OECD 국가 중 27위였다. 이후 2023년에는 34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5위로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 한국의 AI 인재 집중도는 1.06%로 10위를 기록했다.
인재 집중도 지표는 업무용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에 등록한 사람 중 AI 관련 기술이 있거나 AI 직무를 맡은 인력 비중을 나라별로 집계한 결과다. 이는 결국 국내에서 AI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 비중이 적지 않음에도 인재 유출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인재 유출 및 심화를 막지 못할 경우 국내 AI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국대학교 컴퓨터·AI 학부 교수는 “지금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나 연구개발 수준이 세계 정상급이 아니어도 인재가 계속 공급된다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인재 유출이 많아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김장현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과 교수는 “인재 유출이 지속된다면 단기적, 장기적으로 AI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영향력이 큰 특허와 논문 등 지적재산권 약화와 기술력 저해가, 장기적으로는 금융과 제조 등 AI 유관산업 전반의 약화나 붕괴 초래 등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AI 분야 같은 경우에는 가장 나은 기능을 제공한다고 하는 것에 쏠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국 그런 측면들을 통해 인재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장기적인 경쟁력에 직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인재가 유출되는 주요 원인으로는 급여 등의 보상 문제가 제기된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이 제공하는 보상이 부족하기에 인재 유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국대학교 컴퓨터·AI 학부 교수는 “전반적으로 환경이나 임금이 유리한 게 있기에 인재들이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한국에 남아있을만한 요인을 제공해야하니 임금이나 근로환경에 더해 AI 관련해 기술적으로 앞서간다고 할만한 기업이나 연구소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장현 교수는 “인재 유출은 급여 등의 인센티브가 주요 원인으로 일정 수준이면 급여 차이를 비경제적 분야에서 커버할 수 있지만 차이가 너무 크면 의미가 없다”며 “미국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국가에 인재가 유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로버트월터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머신러닝·AI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연봉은 6,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오픈AI는 1,000만달러(약 137억원)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제안했다. 메타의 AI 연구원 연봉도 200만달러(약 27억원)에 달한다.
김천구 연구위원도 “한국의 경우 인구도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뛰어난 인재들을 들여오는 것도 중요한 측면”이라며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을 제공한다거나 연구환경이 가장 우수한 곳에 인재가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AI 분야 인재 유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과 복지가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높은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 AI 분야의 경우 노동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천구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신입사원이 받을 수 있는 급여가 정해져있고 좋은 실적을 내더라도 급격하게 오르기보다 해마다 일정하게 올라가는 호봉제 성격을 갖고 있다”며 “해외, 특히 미국 같은 국가는 월등한 보수를 제공받고 GPU라던가 다양한 인프라를 누리면서 연구활동이나 경력을 향상시키기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김천구 연구위원은 “국내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부분이나 호봉제 등을 어느 정도 해결해야 AI 인재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고 한국에 머물 수 있는 메리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장현 교수는 “인재를 유입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보상이 필요하지만 이를 평생 보장할 필요는 없고 많은 보상을 제공할 경우 단기적으로 실행해도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호봉제 등에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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