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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논술] <9>공리주의 분배

한양경제 2025-07-07 11:12:59
박병윤

“형, 아버지 유산은 법에 정한대로 똑같이 나누었으면 해!”
“부모님 가까이 살며 제사며 병문안 같은 일들은 내가 도맡아 해왔어. 말로 다 할 순 없지만 그 무게도 꽤 컸는데, 그런 시간과 마음의 부담은 어디에 담을 수 있을까?” 

유산 상속이나 부모 부양 문제는 언제나 갈등의 소지가 크다.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한 분배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는 살다 보면 무언가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가 많다. 이혼 후 재산 분할과 자녀 양육, 대도시 환경오염의 비용 분담까지 겉보기엔 서로 다른 문제지만, 결국 모두 ‘공정한 분배와 분담’이라는 같은 주제를 품고 있다. 

솔로몬 왕의 재판은 분배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아이를 반으로 나누자는 말에 진짜 엄마는 물러서고, 가짜 엄마는 동의한다. 누가 진심인지,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가치가 다르다. 

“공리주의의 분배 기준, 케이크 자르기 모델과 경매 모델”

공리주의 분배 이론 중 ‘케이크 자르기’ 모델은 이런 차이를 반영한다. 두 사람이 케이크를 공평하게 나눠 가지려 할 경우, 먼저 한 명이 자기 의사대로 케이크를 자르고 이어서 다른 사람이 자기 몫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자르는 사람은 불리하지 않게 나누려 하고, 고르는 사람은 유리한 조각을 선택하니 모두가 만족한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나름대로 분배 방식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 또는 원하지 않더라도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나눠 갖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사람은 케이크를 세 조각으로 나눈다. 이어 두 번째 사람은 초콜릿 같은 첨가물을 케이크 조각 위에 배분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사람이 먼저 케이크 조각을 선택한다. 두 사람이 나눠 갖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세 사람이 나눠 갖는 절차 역시 공평하다.  

네 명 이상 다수가 참여할 경우에는 케이크 자르기 모델을 적용하기는 어렵고, 가상의 화폐를 이용한 경매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 방식은 각자에게 동일한 구매력을 주고, 재화나 책임에 대해 점수를 매기게 한다. 각자의 선호와 필요가 반영돼, 더 원하던 것을 얻은 사람은 만족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다른 항목에서 보상을 받는다. 싫어하는 것의 분담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가능하다. 빚이나 양육비처럼 부담이 되는 항목일수록 더 낮은 점수를 주고, 각자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덜 불리한 책임을 맡게 되는 구조다.  

“상속과 부양, 어떻게 나눌까?”
이 모델은 재산 상속과 부모 부양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모든 자녀에게 똑같이 재산을 나누는 것이 공정해 보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자녀는 부모와 가까이 살며 오랜 시간 돌봄을 감당했고, 또 어떤 자녀는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똑같이’만 외친다면 오히려 갈등만 키우게 된다. 예를 들어 세 자녀가 유산을 나눌 때, 각자 100점의 가상 점수를 가지고 유산 항목(집, 차, 토지 등)에 점수를 배정한다.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그 물건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다른 항목에서 우선권을 가진다. 서로의 선호를 반영한 결과이므로 수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모 부양도 마찬가지다. 자녀마다 사정이 다르다. 시간이 부족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자녀는 생활비를 부담하고, 정서적으로 가까운 자녀는 돌봄을 맡는다. 각자에게 ‘덜 힘든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 공리주의적 분배 방식의 핵심이다. 이는 모두에게 최대한의 만족을 주는 방향으로 역할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공리주의 분배 원칙?”
공리주의 분배 원칙은 최대 다수에게 최대 만족을 주는 방향을 지향한다. 모두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욕구와 현실을 반영해 공정하게 나누는 방식이다. 사람마다 원하는 것도, 피하고 싶은 것도 다르다.  

진정한 공정은, 각자의 선호와 감정을 인정하고,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만드는 절차에 달려 있다. 결국 공정한 분배는 ‘똑같이’가 아니라 ‘다르게, 그러나 수용 가능하게’ 나누는 것이다.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보다, 어떻게 나누었는지를 두고 신뢰가 형성된다.  

■ 관련 면접 질문
1. 만약 자녀가 2명일 경우와, 자녀가 3명 이상일 경우 부양에 대한 공리주의적 해결방안을 말하시오. 
 1) 자녀가 2명일 경우, ‘케이크 자르기’ 모델 적용 : 자녀 중 한 명이 부모를 모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유산 상속 지분을 결정하고, 나머지 자녀가 선택하도록 함. 

2) 자녀가 3명 이상일 경우, ‘경매’ 모델 적용 : 모든 자녀에게 부모를 모실 경우 자신이 받 을 상속 지분을 제시하게 하여 최소 지분을 제시한 자녀가 부모를 모심. 

2. 공리주의적 부모 부양방식의 장점과 단점을 말하시오.
 1) 장점 : 모든 자녀들이 동등하게 참여하여 자신의 뜻을 반영함으로써 부모를 모시는 자녀에게는 그만큼의 대가를 주고, 그렇지 않은 자녀들에게는 불이익을 최소화함으로써, 부모 부양을 기피하는 현상과 재산 상속과 관련한 자녀들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음. 

 2) 단점 : 부모를 모심으로써 물질적 이익이 없을 경우에는 부양이 성립될 수 없고, 부양 방식에 부모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음으로써 진정한 효의 실천이 되지 못하는 문제점. 

박병윤 교수

필자 - 박병윤 박사(경제학) : 현)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일간신문에 ‘박병윤의 논술과 심층면접 교실’ 70회 연재,  교육연수원에서 중등 논술지도교사 직무연수담당, 교재: 통합논술의 실전과 지도요령, 박병윤,  계명대에서 ‘경제학’, ‘일반사회교육론’, ‘일반사회논리및논술’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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