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톺아보기] 감성주의의 위험한 접근,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제한 입법
2025-05-23
경제개발 5개년 계획하에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에는 삼성과 함께 정책을 만들고, 삼성을 위한 입법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 때문에 법을 만든다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로 미운털이 박혔다. 소위 삼성생명법(안)이 대표적인 경우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회사인 삼성생명은 자회사인 삼성전자 주식등을 총자산의 3%이상 보유할 수 없다(보험업법 제106조 제1항 제6호). 또 ‘보험업법감독규정’은 ‘총자산의 3%’ 비율을 계산할 때, 자회사 주식을 취득원가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자산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 오래전부터 비판이 있었다. 첫째,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때 분모인 총자산을 시가로 표시하고 있으니 분자인 자회사 주식 역시 시가로 평가해 통일성을 기해야 하고, 둘째 은행·저축은행·증권사는 이미 주식·채권을 시가 기준으로 집계하고 있는데 보험업만 취득원가를 쓰는 것은 “역차별적 특혜”에 해당하며, 특정 계열사 주식이 급락할 경우 지급여력(RBC/K‑ICS) 이 감소해 보험계약자·소액주주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IFRS17·K‑ICS 등 국제기준은 공정가액(시가) 기반을 두고 있으며, 현행 취득원가 평가 방식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 총수 일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과다하게 보유함으로써,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특혜를 허용하는 것이므로, 시가 평가를 통해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유도하고, 지배구조 개편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도 금융당국이 ‘보험업법감독규정’을 개정하지 않자, 아예 금융위원회 소관의 ‘규정’이 아닌, 국회 소관의 ‘법률’에 시가 평가를 명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보험업법에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하기 위한 총자산, 자기자본, 채권 및 주식 소유의 합계액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제5조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상의 가액을 기준으로 한다”라는 조항을 추가하고, 자산운용비율을 초과하는 보험회사는 5년이내에 자산운용비율에 적합하도록 하며, 자산운용비율을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등의 소위 삼성생명법(안)이 발의돼 있고, 곧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한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올해 3월31일 기준 약 319조원이므로 그 3%는 10조원 미만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이 5억935만1천387주(5월23일기준)라면, 삼성전자 주가를 6만원으로 보더라도 시가로 평가하면 30조원 이상이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20조원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이러한 삼성생명법(안)에 반대하는 입장도 분명하다.
첫째, 보험회사의 대주주 등에 대한 투자한도 규제의 목적은 대주주 등에 대한 부당지원 방지에 있는데 그 목적은 취득시점에 규제를 통해 달성될 수 있고, 둘째 시가 변동에 따른 주식 등의 시가 변동과 실제 투자금은 무관한 만큼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해도 문제가 없다.
셋째 장기계약이라는 보험계약의 성격상, 단순한 자산가치 변동에 따라 규제 준수 여부가 좌우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넷째, 오랫동안 적법하게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 법령의 개정 또는 주가의 상승으로 인해 갑자기 자산운용비율을 초과한 자산이 되고, 그 초과분이 매각대상이 되는 것은 재산권 침해와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52주동안 고가 8만8천800원, 저가 4만9천9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생명이 삼성생명법(안)의 규정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총 자산의 3% 비율 범위내로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면 또 문제가 생긴다.
다섯째 실질적 영향을 받는 곳은 삼성생명·삼성화재뿐이기 때문에 “특정기업을 겨냥한 법” 즉 처분적 법률이고, 지배구조의 급격한 재편 과정에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야기될 수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거나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감소하면 자산운용 3% 비율을 초과하게 되는 우연적인 결과가 발생하고, 이러한 우연적인 결과 때문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보험회사가 자회사 주식의 시가 변동에 따라 3% 기준에 초과하지 않게 자회사의 주식을 사고 판다면, 오히려 자회사 주가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보험회사의 자산 운용이 불안정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보험회사의 전체 유가증권 투자 비율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회사 주식에 대한 3%의 제한은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시가로 평가하게 되는 경우 총자산의 3%는 극히 적은 비율이다.
그리고 다른 보험회사는 우량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식을 대량 보유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으나,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아무리 우량하고 수익성이 좋다고 하더라고 그 주식을 총 자산의 3% 이내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보험회사에 비해 삼성생명은 자산운용의 건전성이나 수익성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서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이 5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국내 기업이나 국민이 가지기 어려워질 수 있다. 더욱이 개정안은 5년 이내에 초과분을 처분하지 않는 경우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소급 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라는 시비를 면하기 어렵다.
수십 년 동안 적법하게 보유해 왔던 주식을 삼성생명법이라는 보험업법 하나를 개정해 강제로 매각하게 하는 것은 사유재산권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라고 할 수 있다.
지배력 강화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살피고, 그 부정적인 면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 분석·검토할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차제에 보험회사의 자산운용비율을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법치주의 원리는 국가권력이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는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한다.
국회가 만드는 법률이라고 하더라도 과잉금지원칙의 부분 원칙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춰야 한다. 당초 대주주 등 계열사 발행주식의 취득을 규제한 취지는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및 특정 주식에 대한 편중을 방지함으로써 건전한 자산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자산운용비율에 대한 규제는 적합한가?
자산운용의 건전성은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통해 이룰 수 있다.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보험회사의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 지분이 많고, 소액 주주들도 많은 보험회사의 경우에는 경영을 감시·감독하는 눈초리가 매섭다.
감사 선임때 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3%이상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맞는 감사를 앉히기도 어렵게 됐다. 자산운용비율 규제는 더 이상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험회사의 자산운용비율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예가 별로 없다. ESG 경영과 AI 의 활용으로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다. 침해의 최소성 관점에서도 총자산의 3%라는 제한기준은 설득력이 약하다. 초과분을 처분하지 않는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것도 앞에서 지적한 대로 불합리하다.
자산운용비율에 대한 규제를 통해 얻어지는 자산운용의 건전성에 비해, 규제를 통해 침해되는 사유재산권과 기업 경영자유의 정도가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법익균형성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삼성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은 이미 우리나라의 기업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고,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에게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 또는 독특한 가치관에 입각해 우리나라 특유의 규제로 묶어서는 안된다.
처분적 법률로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환경하에서는 기업이 성장을 지속할 수가 없다. 잘못은 바로잡도록 하되, ‘한국기업'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기죽지 않고 세계무대에서 건강하게 잘 뛸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