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윈드어택]② 몰려온 中기업‧자본…‘위기’의 사이버‧에너지 안보
2024-04-18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발전이 차세대 재생에너지로 주목받으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후발 주자인 국내 업계는 중국 등 특정 해외 자본과 저가 중국산 부품 진입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업계 우려를 키우고 있다.
6일 풍력발전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풍력발전(wind energy) 설비에서 해상풍력(offshore wind)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39%에서 2022년 7%대로 진입하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강국인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지역에서도 해상풍력발전 분야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 ‘IRENA’가 2023년 3월 발표한 해상풍력발전 설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풍력발전 설비 규모는 2013년 7천171㎿에서 2016년 1만4천342㎿로 두 배 이상 늘어난 뒤 2022년 6만3천200㎿로 급증했다. 9년 새 글로벌 전체 설비용량이 9배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한국과 인접한 중국 내에서 해상풍력발전 설비 증가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이다. 중국 내 해상풍력발전 설비량은 2013년 417㎿에서 2022년 3만460㎿로 22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을 보였다.
중국 내에서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보급 확대는 전 세계 해상풍력발전 설비 규모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끌어올렸다. 2013년 전 세계 해상풍력발전 설비 규모 대비 중국 비중은 5.82%에 그쳤지만 2019년 20%를 넘어선 뒤 2022년에는 48.2%로 증가했다. 사실상 전 세계 발전 설비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해상풍력발전의 상황은 미미한 수준이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해상풍력발전 내 한국의 비중은 0.22% 수준에 그쳤다. 다만 발전설비 규모로는 한국도 해상풍력발전 시장 확대에 따라 차츰 증가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지난 2013년 국내 해상풍력발전 설비 규모는 5㎿에 머물렀지만 2017년 46㎿로 증가했다. 이후 2018~2019년 73㎿로 늘어난 이후 2020년 들어 13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해상풍력발전 보급 확대에 맞춰 공격적인 글로벌 시장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후발 주자인 국내로까지 사업 진출 영역을 확대하면서 국내 관련 업계가 위축되고 있어 불안한 기운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내수 확대 전략계획 요강’ 등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정책의 핵심은 풍력 발전 시설 설치를 확대로 모아지는데, 지난해 1분기만 중국 전역에서 풍력 발전 설치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1%나 늘었다.
중국 내에서는 육상풍력과 비교하면 해상풍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점차 확대되는 양상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이러한 현지 해상풍력발전의 내수 확대에 힘입어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중국 자본이 직간접적으로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발전터빈 등 주요 발전 설비에 들어가는 저가 중국산 기자재의 보급도 늘면서 해상풍력발전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국내 관련 업계의 시장 진출을 막아서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한국에너지공단이 2023년 풍력설비 경쟁입찰(고정가격계약 방식)을 진행한 결과, 해상풍력발전은 5개 사업, 총 1천431㎿가 낙찰처리됐다.
애초 산업통상자원부는 1천500㎿를 공고했는 8개 사업자가 2천67㎿ 규모로 입찰을 시도했다. 5개 낙찰 처리된 사업은 △완도금일(1단계) 210㎿ △완도금일(2단계) 390㎿ △신안우이 390㎿ △낙월해상 365㎿ △고창 76㎿ 등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낙찰된 5개 사업 중 일부는 해외 자본이 지분 참여를 하거나 터빈과 외부망 설비에 해저 케이블 등 중국산 자재를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국내 해상풍력발전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현 입찰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정부는 ‘풍력 고정가격 경쟁입찰’ 제도를 통해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외부 조달 방식으로 발전사업자를 선정한다. 또 선정 사업자는 공급의무사와 20년 장기계약을 체결한다.
입찰은 배점이 입찰가격 60점, 비(非)가격요소 40점으로 구성돼 있다. 비가격요소는 정성평가 항목인 산업경제효과(16점), 주민수용성(8점)과 정량평가 항목인 계통수용성(8점), 사업진도(4점), 국내사업실적(4점)으로 나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입찰가격 배점이 절반 이상인 상황에서 설비 자재의 국산화률을 반영할 수 있는 산업경제효과 항목 배점이 낮은 만큼 중국산 저가 기자재 사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국제 통상 마찰 우려와 높은 발전단가를 고려해야 하다는 현실론을 주장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고정가격경쟁 시 낮은 입찰가격이 사업자 선정을 위한 사실상 ‘절대적 변수’로 작용하면 중국산 저가 기자재 사용 확대가 늘어날 것이라는 재반박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개발업자 입장에서는 국가산업 발전을 위한 배점을 포기하고서라도 저가 중국산 제품을 사용해 낙찰을 받아야 겠다는 욕심이 커질 게 뻔하다”면서 “중국산을 사용한 개발업체에 신재생에너지를 위한 국가보조금을 주는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서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이권 카르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의 사업기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면서 “과거 태양광 발전 설비가 중국 자본과 부품으로 잠식당한 사례가 해상풍력 시장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기저에 깔린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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