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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르네상스] <63> 베트남 테마곡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월남의 달밤’ 등
대표적 파병 시대상 그린 노래들 인기
지금은 기업·관광객 찾는 이웃나라…격세지감
한양경제 2025-07-30 10:14:54
베트남은 여러 가지로 한국과 닮았다.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국토의 형상은 물론 식민지를 겪은 역사가 그렇다. 한자권 영향의 유교적인 풍속과 벼농사 위주의 농경문화도 유사하다. 부지런하고 자주적인 국민성도 그렇다. 오랜 프랑스 식민통치에서 해방되자마자 좌우 진영으로 나뉘어져 극심한 내전을 치른 것도 판박이다. 다만 사회주의 정권으로 통일을 이룬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베트남 내전은 1964년 미국이 개입하면서 국제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그 와중에 우리 한국군이 참전을 하게 되고 치열한 전투를 치르면서 적대적인 관계가 됐다. 

한국은 참전의 댓가로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 마련과 기업의 해외 진출, 군장비의 현대화 등 이른바 월남특수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남의 나라 전쟁에 끼어들어 살육전을 벌이고 숱한 사생아(라이 따이한)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남겼다. 

시대를 그리는 대중가요가 이같은 역사적인 사건을 지나칠 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맹호들은 간다’ 등 군가 형식의 관제가요에서 비롯된 베트남 테마의 노래들은 ‘월남 가는 철이 아빠’(황인자), ‘월남 가신 오빠 안녕’(이미자), ‘월남에서 온 김하사의 편지’(문주란) ‘월남의 달밤’(윤일로) 등 서정가요로 확대됐다. 가장 크게 유행한 가요는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였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이제사 돌아왔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너무나 기다렸네, 굳게 닫힌 그 입술 무거운 그 철모 웃으며 돌아왔네, 어린 동생 반기며 그 품에 안겼네 모두 다 안겼네’.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베트남 전쟁이 낳은 대표적인 가요다. 더구나 김추자라는 개성 있는 여가수를 등장시키며 한국 가요계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군악대 연주같은 드럼과 나팔소리에 김추자의 발랄한 가창이 합세하며 베트남전 파병이 한창이던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베트남 전쟁에 나갔다가 훈장을 달고 무사히 돌아온 김상사를 환영하는 내용의 노래가 크게 유행하면서 신인 가수 김추자는 일약 가요계의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1971년에는 신영균 윤정희 주연의 영화로 제작될 만큼 인기를 누렸다. 전쟁이 낳은 예술이다.  

김상사의 금의환향을 묘사한 노랫말도 흥미롭다. 햇빛이 강렬한 정글에서 전투를 치른 탓에 얼굴이 새까맣게 탔지만 사뭇 늠름하고 믿음직스럽다. 그래서 김상사의 귀환에 동네 사람이 몰려나오고 어머니는 춤을 추는 잔치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다렸던 아가씨의 마음에도 김상사가 더 와닿는다. 대중가요는 시대의 거울이자 역사의 증인이라는 명제를 베트남 전쟁을 통해서 다시한번 실증한 것이다. 

‘남 남쪽 머나먼 나라 월남의 달밤, 십자성 저 별빛은 어머님 얼굴, 그 누가 불어주는 하모니카냐, 아리랑 멜로디가 향수에 젖네 가슴에 젖네’. 윤일로가 부른 ‘월남의 달밤’은 이국적인 리듬의 전주와 함께 베트남의 정취를 전한다. 고향을 그리는 심정을 토로한 트로트곡이다. 처음 노래가 발표됐을 때는 가사의 첫 구절이 ‘남 남쪽 섬의 나라 월남의 달밤’이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베트남을 섬나라로 표현했다가 상식에 어긋난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자 ‘머나먼 나라’로 급하게 고쳐서 재취입을 한 것이다. 당시로서는 아무런 교류가 없던 베트남에 대한 역사적 지리적 이해의 부족이 빚은 해프닝이었다. 이제 베트남은 과거의 원한을 씻고 우리 한국의 기업과 관광객의 출입이 잦은 이웃 나라가 됐다. 숱한 베트남 며느리들이 시집을 온 사돈의 나라가 되기도 했다. 격세지감이다. 

조향래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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