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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논술] <12> 환경경제학

한양경제 2025-07-28 11:10:51
박병윤

“밤 11시인데 소음이 너무 심하지 않나요?” 

수도권 신도시의 한 아파트 거주민은 요즘 밤마다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힘들다고 말한다. 불면증, 스트레스, 아이들의 학습 방해까지 이어지며 그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한편, 상가 점주는 말한다. “우린 장사를 해야 하잖아요. 손님들이 좋아해요. 조용하면 다들 그냥 나가버려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입장은,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안고 있다. 주민의 ‘환경권’과 상가의 ‘영업권’이 충돌할 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경제학자 로널드 코즈(Ronald Coase)는 1960년 ‘사회적 비용’이라는 논문의 ‘코즈 정리(Coase Theorem)’에서 시장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즈 정리에 따르면, 외부효과가 존재하더라도 소유권이 명확히 정립되고 거래비용이 0에 가깝다면, 피해자와 가해자는 협상을 통해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시장 안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의 직접 개입에 의한 물리적 해결 뒤엔 한쪽의 반발로 인한 갈등이 크기 때문이다. 

상가와 주민 간 협상을 통한 자율적 해결 방안을 제시해 보자. 협상의 핵심은 먼저 권리의 우선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합의이다. 만약 조용한 환경을 누릴 권리가 주민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진다면, 상가는 이를 존중해야 협상이 진행된다. 상가와 주민 대표 간 대화를 통해 소음 허용 시간과 기준을 설정한다. 

그리고 주민은 상가의 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일정 수준 감수하고, 상가는 이에 대해 주민에게 관리비 할인, 기프트카드 제공, 방음 설비 설치 등의 보상을 제안한다. 주민자치회와 관리사무소는 협상 중재를 맡아 객관적 기준을 제시한다. 또 거래비용과 소음 관련 갈등을 줄이기 위한 모바일 앱 기반의 민원 플랫폼과 상생 프로그램 등도 함께 추진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앞서의 사례처럼 수십,수백 명의 피해자와 여러 입장이 얽힌 상황에서는 권리 조정과 협상 자체가 쉽지 않다. 이해당사자가 많을수록 거래비용은 올라가고, 오히려 갈등이 확대되기 쉽다. 이런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시장 기반의 환경 정책이다.  

실제로 환경 분야에서는 코즈 정리를 보완하며 활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라는 외부효과를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로, 배출권이라는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A기업이 기준치를 초과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려 한다면, B기업의 잉여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 간 자발적인 협상으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시도다.  

다만, 배출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초기 할당, 감시 시스템,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정부는 단순한 규제자가 아닌, 협상의 장을 설계하고 공정성을 유지하는 시장 설계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 모두가 환경 문제의 당사자이며, 문제 해결의 주체
코즈 정리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다. 우리가 환경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조용한 거리 프로젝트’를 통해 소음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일정 시간 이후에는 볼륨 제한을 두는 등 정부개입과 시장원리가 함께 움직이는 방식을 시도해 효과를 보고 있다.  

이는 시장 원리를 신뢰하되, 정부의 설계와 개입이 병행될 때, 그 이론은 현실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제는 도시의 소음, 수질 오염,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문제를 더 이상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이 문제의 당사자이며, 함께 해결을 모색해야 할 때다.

박병윤 교수

필자 - 박병윤 박사(경제학) : 현)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일간신문에 ‘박병윤의 논술과 심층면접 교실’ 70회 연재,  교육연수원에서 중등 논술지도교사 직무연수담당, 교재: 통합논술의 실전과 지도요령, 박병윤,  계명대에서 ‘경제학’, ‘일반사회교육론’, ‘일반사회논리및논술’ 강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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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민
    조정민 2025-10-29 00:14:13
    환경권과 영업권의 충돌이라는 일상적인 갈등을 경제학적인 시각에서 풀어내는 방식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단순히 주민과 상가의 싸움이 아니라 소음 문제 역시 외부효과의 한 형태임을 보여주며 코즈 정리가 제시하는 협상의 가능성이 현실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환경과 영업, 개인과 공동체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모두가 만족할 수있는 해결책을 찾아야하며 이것이 현대 도시 생활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열쇠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 정지호
    정지호 2025-10-12 15:52:00
    코즈 정리를 통해 시장 안에서도 자율적인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주민과 상가의 소음 갈등을 예로 들어,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고 보상과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가 많을 수록 협상이 어렵다는 한계도 공감이 되었다. 결국 정부의 공정한 조정과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함께 이루어져야 지속 가능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 신정우
    신정우 2025-10-11 00:18:12
    도시 소음 문제는 주민의 환경권과 상가의 영업권이 맞서는 현실적 갈등이다. 코즈 정리가 말하듯 명확한 권리 설정과 당사자 간 협상이 핵심 해결책이다.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대화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자율적 협력이 더 효과적임을 깨달았다. 나는 이 글을 통해 환경 문제 해결도 결국 함께 협의하고 양보하는 상호 신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 홍서영
    홍서영 2025-10-09 00:10:17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 문제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우리 사회에 '자발적 협상'의 과정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 글에 따라 사회가 운영된다면 일상에서, 뉴스 에서 이러한 갈등 사례를 들을 수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협상의 자리가 원활하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 집단, 정부 모두가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고 배려하여 이러한 자발적 협상의 자리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최유리
    최유리 2025-10-08 16:22:35
    주민의 환경권과 상가의 영업권 충돌 사례를 통해 코즈 정리의 현실 적용을 살펴본 글이 인상적이다. 단순 규제가 아닌 협상과 보상, 시장 설계를 통해 외부효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자가 많아질수록 거래비용이 증가하고 갈등이 심화되는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결국 환경 문제 해결은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 조화롭게 작동하고 개인과 집단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신진희
    신진희 2025-10-07 00:22:12
    도시의 소음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문제인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정부의 개입이 아닌 '코즈 정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아무래도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한다면 양쪽 모두 납득할 만한 방안을 제시하기 힘들텐데 협상을 통해서라면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 조금 더 나은 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 전성윤
    전성윤 2025-10-05 22:59:52
    환경에서도 경제가 활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서로 간 양보와 타협 그리고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탄소 배출권의 경우 잉여 배출권을 구매 및 판매 할 수 있으나 이 배경에는 감시 시스템과 협력 등의 다양한 노력 등이 필요하다. 탄소 배출권 말고도 여러 다른 환경 문제가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장경제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이경현
    이경현 2025-10-05 00:29:48
    항상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그렇게 좋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수많은 계획 경제의 국가들이 보여주었고 이에 코즈의 정리가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다만 코즈 정리에서 말하는 바와 달리 범죄자의 딜레마처럼 개인은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판단을 하지만 최선의 해결책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환경 문제 같은 경우에는 정부의 개입이 확실히 필요한 사안인 거 같습니다.
  • 김민채
    김민채 2025-09-30 12:22:27
    일상생활에서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우선시되어 서로 다른 입장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기사를 통해 서로 다른 입장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기사 내용을 통해 '코즈 정리'를 새롭게 알게 되었고, 특정 문제는 코즈 정리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닌 정부의 설계와 개입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 munu
    munu 2025-09-29 21:39:06
    이 글을 통해 단순한 규제나 시장 거래만으로는 글에서 말하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코즈 정리에 따르면 이해관계자 간 협상은 효율적일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거래비용과 이해관계 복잡성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협상의 장을 설계하며, 배출권 거래제 등 제도적 장치를 운영하는 적극적 개입이 필수적입니다. 시장 원리와 정부 개입이 함께 작동할 때 환경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yhs702
    yhs702 2025-09-22 00:38:11
    서로의 권리를 주장하는 주체들끼리의 갈등은 상당히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것이 환경과 관련 있다면 더욱 민감한 문제입니다. 이득을 보는 쪽이 있다면 반드시 손해를 보는 쪽이 존재하듯이 이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됩니다.
    물론 주체들 간의 원만한 합의와 이해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정부의 개입이나 제도적인 면에서 중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과 관련된 경제 활동은 경제 주체들 간의 갈등이 빈번히 일어날 수 있는 주제로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뤄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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