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내년 1월1일부터 소주 처음처럼·새로 출고가 인상
2023-12-18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가 선보이는 ‘한양why’는 경제·사회·정치 각 분야에서 발생한 이슈나 사건, 동향 등의 ‘이유’를 집중적으로 살펴 독자들이 사건의 이면과 본질을 들여다보기 위한 인사이트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기획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서민들의 애환을 쓰디 쓴 술 한잔으로 달래주던 소주가 갈수록 묽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소주 본연의 쓴맛과 도수가 높은 기존 소주를 선호하는 주당들에게는 매우 슬픈 소식입니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후레쉬 브랜드를 전면 새단장하면서 알코올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낮춘다고 합니다. ‘저도화 트렌드’로 소비자의 강한 도수 선호도가 내려간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본연의 맛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참이슬 오리지널과 진로는 리뉴얼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20도를 넘던 소주는 ‘건강하고 부드러운 맛’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점차 도수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소주시장 1위인 하이트진로가 1924년 처음 선보였던 당시 진로소주의 도수는 35도였습니다. 이후 1965년 30도, 1973년 25도로 5도씩 낮아졌습니다. 이후 20년 이상 이어지던 25도 공식이 깨진 건 1998년 알코올 도수를 23도로 낮춘 ‘참이슬’이 출시되면서부터입니다.
25도라는 장벽이 허물어진 후 저도주 소주들이 시장에 쏟아졌습니다. 2006년 롯데칠성음료가 처음처럼의 도수를 19.8도로 출시하면서 업계 마지노선이라 부르던 20도를 깨 저도주 경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후 2007년 19.5도, 2014년 18.5도를 거쳐 2019년 17도, 2020년 16.9도, 2021년 16.5도까지 1, 2년 단위로 소수점 단위의 도수 인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16.5도에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충청권 한 소주업체가 15도에도 미치지 않는 소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대전·세종·충청권 주류업체인 맥키스컴퍼니는 국내 최저 도수인 14.9도짜리 소주 ‘선양(鮮洋)’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소주의 도수가 어디까지 낮아질지 관심이 높습니다.
와인과 청주의 알코도수가 13~14도인 점을 감안하면 더 낮추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캬~”하는 톡쏘는 맛과 쓴 맛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실제 과거에 15도 제품이 실패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이트진로가 2010년 12월 저도주 트렌드에 맞춰 소주 도수를 15.5도까지 낮춘 ‘즐겨찾기’를 내놓았지만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예전에 만난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계속 도수를 내리다 보면 소주 고유의 특성이 사라지게 돼 밋밋한 맛으로 바뀔 수 있다”며 “업계에서는 16도가 마지노선”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저도주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얼마든지 낮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저도주 무가당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가벼운’ 소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더 낮은 도수의 소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주류업계가 도수를 낮추는 이유는 뭘까요.
표면적으로는 술 소비문화가 젊은층으로부터 바뀐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도 한 몫했습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홈술족‘ 내지 ‘혼술족’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저도수의 소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과거 음주 문화는 ‘마시고 끝까지 달리자’였다면 현재는 젊은 층, 특히 여성층 중심으로 ‘한 잔 가볍게 즐기자’는 문화로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류업계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수익성 회복을 위한 고육책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도수 조정이 코로나로 정체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저도주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류업계에 따르면 소주의 원료인 주정(酒精) 대비 물의 양이 점차 늘어날수록 주류업체는 원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주 도수를 0.1도 낮추면 주정값 0.6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소주를 0.4도 낮추면 한 병당 주정 값 2.4원가량이 절감되는 셈입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천23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습니다. 매출은 2조5천204억4천176만원으로 0.9%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355억3천27만원으로 59.1% 줄었습니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주류 사업 매출은 8천39억원으로 3.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 감소한 336억원을 거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선뜻 가격 인상에 나서기가 부담되다보니 도수를 낮춰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변동없이 주정에 물만 더 타는 것에 대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볼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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