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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납공장 반대대책위 이끌던 이희진 목사 타계

암 투병 끝에 지난 24일 소천...향년 42세
영주시민들 "고인 뜻 받들어 납 공장 끝까지 싸우겠다"
조시현 2025-07-30 16:05:29
故 이희진 목사와 영주 빛마을교회 사람들. 빛마을교회 제공

영주납폐기물제련공장반대대책위를 이끌며 납공장 승인취소 결정을 받아내는데 큰 역할을 한 영주 빛마을교회 이희진 목사가 타계했다.

지난 24일 故(고) 이희진 목사는 “짧은 생애였지만, 삶으로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흔적을 남겼습니다”라는 유언과 함께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소천했다. 향년 42세.

고인은 2010년 영주시 문수면에 빛마을교회를 개척해 예배와 생활, 돌봄과 노동이 어우러지는 서로의 자연스러운 삶을 나누는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22년 이웃 마을인 적서농공단지에 납폐기물제련공장이 들어선다는 얘기를 듣고 주민들과 함께 반대 운동에 나섰다.

주민들의 건강과 지역의 청정 환경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반대 운동에 매진하던 중, 2023년 유방암 2.5기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병은 고인의 의지를 꺽지 못했다.

2025년 5월 대법원이 납폐기물제련공장의 손을 들어주자 고인은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 결과 영주시민 2000여명 이상이 광장에 모여 한 목소리로 ‘납공장 반대’를 주장하게 됐다.

고인의 노력으로 순식간에 여론이 뒤집혔다. 

불허 결정이 내려지기 며칠 전 고인은 온 몸으로 전이된 암세포를 이겨내지 못한 채 쓰러져 병상에 누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병상에서도 고인은 ‘납공장 반대’ 운동을 펼쳐 나갔다.

그 결과 지난 9일 영주시청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납공장 승인 불허 결정을 내렸다. 고인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였다.

하지만 고인은 끝내 일어나지 못한 채 하나님의 곁으로 떠났다.

납공장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영주시 휴천동 주민 A씨(49세)는 “목사님이 그래도 ‘납공장 불허’ 소식을 듣고 가셔서 다행인 것 같다”며 “목사님은 이제 안 계시지만 남은 우리가 뜻을 잘 받들어 납공장이 완전히 물러날 때까지 목사님 몫까지 더해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한편, 고인은 생전 빛마을교회와 함께 산촌유학센터, 카페 ‘작은 오두막’, 예비사회적기업 농업회사법인 ‘바보농부들’을 운영하며 도시재생과 환경선교 운동을 펼쳐왔다. 

또, ‘퍼머컬처 커뮤니티 가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과 방문자가 공동으로 작물을 가꾸며 영주 주민들과 타 지역 주민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삶을 꿈꾸기도 했다.

고인은 가고 없지만 남은 유가족들과 지역 주민들은 고인의 뜻을 잊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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