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 분쟁 1주년을 맞은 고려아연이 최근 주가 100만 원 선을 회복하며 ‘황제주’ 로 부상했다. 경영권 분쟁위기가 사실상 기회로 작용하고 있고 여기에 실적 호전, 전략광물·귀금속 사업의 확대 등이 복합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장중 110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이날 주가는 전일보다 1.06% 오른 105만3,000원에 마감했다.
■기관 22거래일 연속 순매수, 매출·이익 큰 폭 개선
기관이 22거래일 연속 순매수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우선 실적이 탄탄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증권사 전망치 종합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5조4868억원, 영업이익 1조329억원, 당기순이익 8168억원이다.
예상 매출액이 지난해(12조529억원) 대비 28% 늘어난 숫자다. 영업이익은 전년(7235억원) 대비 43% 늘어날 전망이며, 순이익은 4배 이상 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가금속 회수율 개선, 안티모니·비스무트 등 전략광물(critical minerals)의 판매 증가, 귀금속(금·은) 판매 호조 등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 15일 보고서에서 "고려아연은 전통적인 제련 사업의 한계를 넘어 희소금속과 구리∙니켈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경쟁우위를 확보 중"이라며 "영업 외적인 이슈에 다소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나, 침체된 제련 업황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함으로써 사업 구조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적 호전과 전략광물·귀금속 사업 확대가 투자심리 부채질
고려아연은 제품 가격이 금·은 등 주요 광물가 상승에 연동된다. 최근 금값과 은값이 안전 자산 선호 분위기에 급등한 상황도 고려아연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전략광물 수요가 늘고 있고,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규제 및 공급망 재편 흐름이 부각되면서 고려아연이 제련·광물 회수 기술 기반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원자재 가격 변동성, 관세·수출입 규제 등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면서 되레 비축능력과 제련 기술을 갖춘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략광물 사업 확대와 기술 투자로 대비해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경영권 분쟁으로 '품절주' 효과가 발생했다는 점도 주가 탄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품절주는 실제 유통 가능한 물량 수가 크게 줄어 매수세가 유입되면 주가가 크게 뛰는 경향이 있다.

■‘품절주’ 효과 매수세 집중, 주가 변동성 더 키워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측이 18.46% 지분을, 영풍·MBK 측이 41.2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현대차그룹이 5.22% 지분을 갖고 있다. 이밖에 국민연금(4.50%) 등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경영권 분쟁 와중에서 지분을 매각하기 어려운 주체다.
지분율 1% 미만 소액 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전체의 17.31%로 낮은 편이다.
추가적인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남아있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해 12월 임시 주주총회를 전후해 240만7000원까지 오른 장중 기록이 있다.
영풍·MBK 측과 최윤범 회장 측이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재료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영풍은 15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최 회장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영풍은 "2022년 말 최윤범 회장이 단독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이사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고 비상식적인 투자가 회장 전결로 처리됐으며, 70년간 이어진 동업 관계와 40년간 유지된 무차입 경영 기조가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사 자원이 회장 개인의 지배력 방어에 활용됐고, 경영진의 위법 행태가 심화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소액주주 지지 확보 위한 주주환원 공약 가능성↑
소액 주주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양측이 고려아연의 주주 환원 확대를 공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호재다. 특히 현금 배당액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 전망이라는 점에서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당을 크게 늘릴 가능성도 주목된다.
최윤범 회장 측은 주주환원 정책,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통해 “경영권 방어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쓰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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