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불붙은 반도체 주가 랠리가 협력사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되며 업황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SK하이닉스의 주요 납품사인 한미반도체, 원익IPS, 코미코가 동반 상승세를 탔다. 주식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개별 기업 강세를 넘어 산업 전체의 상승 모멘텀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먼저 SK하이닉스는 최근 들어 신고가에 근접하는 강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업황이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목표가를 연이어 상향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최근 한 달간 50% 가까이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시장은 이를 두고 ‘50만 닉스’라는 표현까지 등장시켰다. 반면 반도체주 특성상 변동성이 큰 만큼 향후에는 업황과 수급 모두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경고도 있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중심이 돼 반도체 업황 회복 모멘텀이 부각되자, 이 회사와 협업하거나 장비·부품을 공급해 온 중견 기업들의 주가에도 긍정적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2만원(4.30%) 오른 48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가다. 이날 한미반도체도 5.34%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갱신했다. 이날 각각 9.46%와 2.56% 오른 코미코와 원익IPS도 상장 후 최고가를 새로 썼다.
◆HBM·AI 메모리 수요 확대, 장비·부품 공급망 수혜 전망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라인에 TC 본더(초미세 접합 장비)를 오랫동안 공급해온 대표적 협력사다. 실제로 2024년 기준 한미반도체 매출의 약 74%가 SK하이닉스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들어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다른 장비 업체를 신규 공급사로 지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관계 변화에 대한 경계감이 감지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의 투자 확대 수혜 기대가 다시 부각되며 주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HBM 증산 및 AI 메모리 수요 확대가 거론되면서, 과거 공급사슬에 깊이 연계됐던 기업이라는 점이 투자심리 측면에서 긍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형사 투자 모멘텀, 중견 협력사 실적 개선으로 연결 가능성
원익IPS는 반도체 - 디스플레이 장비 전문 기업으로, 대표적으로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팹(Fab)에 식각·증착·열처리 장비를 공급하는 중견 장비 회사다. 지난 실적 부진 시기에도 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 등 대형 투자사의 설비투자 동향이 회복세에 접어든다는 기대감이 먼저 반영되면서 주가 반등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업황이 가시화되면 그 다음 턴이 장비·부품 공급사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SK하이닉스의 투자 모멘텀이 실제로 설비 주문으로 이어질 경우 원익IPS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동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일 원익IPS 보고서에서 "최근 급등에도 불구, 2026년 연중으로 이어질 메모리 업사이클 감안 시 조정 시마다 매수가 적절하다"면서 "메모리 공급업체는 제한된 투자 여력에도 불구, 기존 대비 생산 증가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망 리스크와 실적 가시화 여부는 향후 관전 포인트
코미코는 반도체 장비 세정 및 코팅 전문 기업으로, SK하이닉스와 오랜 기간 협업해온 파트너다. 웨이퍼 공정 과정에서 반복 사용되는 장비 부품을 세정·재생해 수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다. 특히 메모리 고도화와 AI 서버향 제품 확대 국면에서는 장비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코미코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업 거점을 넓혀가고 있어 SK하이닉스의 해외 투자 확대와 연동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20일 보고서에서 "이번 AI 투자의 사이클은 2014~2018 년 클라우드 사이클보다 훨씬 강하다"면서 "전방 수요 대응을 위한 캐파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어 코미코 해외 법인의 매출 성장 잠재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론적으로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은 단순히 한 개 기업의 호조를 넘어서, 그 투자가 실제로 설비·부품·장비 공급망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협력사들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같은 흐름의 전조로 볼 수 있다.
물론 실적·주문 전환 여부, 글로벌 메모리 업황의 지속성, 공급망 리스크 등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현재로선 ‘1차 기업 강세 → 2차 공급망 강세’라는 패턴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투자자 입장에선 이러한 흐름 속에서 리스크 대비 수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으며, 협력사들의 사업 구조(납품처 의존도·신규 기술 확보 여부), SK하이닉스 등 전방기업의 투자 계획 발표 및 설비발주 움직임도 함께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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