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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르네상스] <2> 대중가요와 트로트

트로트, 다양한 가요 장르와의 융합과 변주 산물
한양경제 2023-10-04 12:15:56
‘대중가요’란 무엇일까. 대중가요는 우선 시기적으로 근대 이후에 유통된 음악 장르를 말한다. 그리고 대중매체와 상업적 공연을 통해 전달되면서 나름의 작품적 관행을 지닌 서민 대중들의 노래를 의미한다.

대중가요의 정의와 범주에 대해서는 다소간 이견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근대성 상업성 작품성 대중성의 측면에서 규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대체적인 동의가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서민과 대중들이 향유하는 노래이기는 하지만, ‘새야새야 파랑새야’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와 같은 입으로 입으로 오랜 세월 전해내려온 구전가요나, ‘풍년가’ ‘태평가’ ‘천안삼거리’ ‘한강수타령’ ‘밀양아리랑’ 등 전근대 시대 민요는 대중가요에서 제외하는 것이 통설이다.

다만 일제강점기 이후 특정인이 작곡과 작사를 하고 유성기 음반에 취입한 민요 양식의 노래는 대중가요 범주에 포함시킨다.  음반산업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적 생산 및 소비 체계 속에서 유통되었기 때문에 대중가요로 보는 것이다.

김세레나의 ‘창부타령’ ‘성주풀이’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를 ‘신민요’로 분류한다.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는 남한 대중가요계에서 황정자, 최정자, 김세레나 등 신민요 가수들이 일제시대 신민요 일부를 계승하거나 새로 창작해 불렀으나 1980년대 이후에는 사실상 소멸한 상태이다.

또한 대중매체와 상업적 공연으로 전달되기도 하지만, 서양 고전음악 중 피아노 등의 반주에 맞춰 클래식풍으로 부르는 성악곡인 가곡은 대중가요가 아니다. 17세기부터 등장한 한국의 고유한 전통 음악이자 1인 연극이기도 한 판소리도 대중가요로 볼 수 없다. 어린이를 위해 만든 따라하기 쉬운 운율과 형식의 노래인 동요와 통속민요·잡가 등 여타 국악 분야의 노래들도 마찬가지이다. 

대중가요는 당시의 사회상과 서민의 희노애락을 가장 진솔하게 드러낸다. 지난 시절 우리네 곡진한 사연들을 흠뻑 머금고 있다. 상처와 유린으로 얼룩진 우리 근현대사의 피폐한 현실을 견뎌내게 한 대중가요의 저력을 결코 폄훼할 수 없다. 1930년대 유행가에서 2000년대 한류까지 시대의 감성을 담은 한국인의 가슴 속 모닥불로 공동체의 기억과 추억을 지배하며 내일의 희망을 노래한 것이다.

그 대중가요사의 한 가운데 트로트가 있었다. 트로트를 제외하고 한국 대중가요를 이야기할 수 없다. 대중문화 속에 자리한 트로트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대중가요 역사상 가장 긴 호흡을 자랑하며 짙은 명암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트로트만큼 다양한 세대의 입에 오르내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노래도 드물다. 트로트만큼 숱한 명곡을 탄생시키면서 스타 가수들을 배출한 가요 장르도 없다. 

‘트로트’라는 명칭이 통용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이다. ‘뽕짝’이라는 업신여김도 있었지만 트로트는 언제나 우리 일상에 있었다. 민중을 위로해온 100년 동안의 공헌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이제는 음계와 박자를 따지며 트로트를 한정할 일이 아니다. 가사가 지닌 사상과 의미 그리고 가수들의 성음과 몸짓에 스민 한과 흥의 정서 등 모든 것이 응축된 한국 고유의 음앙양식으로 봐야한다. 

트로트는 다양한 가요 장르와의 융합과 변주의 산물이다. 처음에는 일본 음악의 영향을 받았지만 미국의 포크송이나 재즈와도 섞이며 발전해나왔다. 트로트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요 장르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트로트 음악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을 상징하며 그 역사와 전통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트로트는 이제 음악적 경계 확대와 더불어 글로벌 팬들의 관심을 모으며 K-트로트로 거듭나려 하고있다. 


조향래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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